성낙주 교수의 식품이야기
성낙주 교수의 식품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3.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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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를 식혀주고 갈증을 해소하는 수박
우리가 여름철에 즐겨 먹는 수박은 박과에 속하는 1년생 덩굴초본으로 분류된다. 열매는 주로 구형이지만 타원형도 있고, 과육의 색은 주로 적색이지만 황색 또는 백색인 것도 있다. 씨는 흑갈색으로 수박 한통에 약 500개 정도 들어있는데 사실 씨 속에는 단백질, 지질, 탄수화물 등이 다량 함유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비타민 B군의 함량이 많아 영양학적으로는 수박의 과육보다 더 우수하다. 원산지는 남아프리카 열대지방으로서 유럽을 거쳐서 전 세계로 전파되었고 조선 전기의 문헌에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우리나라에는 그 이전에 중국으로부터 도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 수박은 먹을 때 씨앗을 제거하는 것이 상당히 성가신 일이다. 그래서 우장춘 박사는 콜히친이라는 식물호르몬 처리를 하여 씨 없는 수박을 개발하여 그 당시 학계에서는 대단한 사건이 되기도 하였다. 씨 없는 수박의 개발은 유전 육종학에 큰 획을 그은 연구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요즘은 왜 씨 없는 수박을 생산하지 않을까? 그 이유는 호르몬 처리로 인해 수확시기가 늦어지고 기형 과일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수박은 한자로는 서과(西瓜) 혹은 수과(水瓜)라고 하는데, 그 뜻은 ‘박 속에 담은 물’이라는 의미다. 이름처럼 수박은 고형분이 적고 수분(94% 전후)이 많아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에 수분을 보충하여 더위를 극복하기에는 안성맞춤의 식품이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과학이 발달되기 훨씬 이전부터 복날 더위를 물리치는 최고의 과일로 수박을 꼽았다.

수박의 성분을 보면 수분 외에는 당질이 4.7%로 가장 많은데, 이 중 대부분은 포도당과 과당이다. 수박을 먹을 때 단맛을 느끼는 것은 바로 포도당과 과당 때문이다. 수박의 당분은 체내에서 흡수되어 에너지로 이용되는데, 흡수에 소요되는 시간이 짧은 편이다. 그래서 피곤할 때 수박을 먹으면 피로가 빨리 회복된다. 수박의 무기질 성분 중에는 칼륨의 함량이 많고, 소량의 칼슘과 인을 함유하고 있다. 비타민류는 비타민 A, 비타민 C, 비타민 B1, B2 등이 골고루 함유되어 있어 생체 내에서의 역할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좋다.

다음날 아침에 일찍 일어날 일이 생기면 흔히들 저녁에 수박을 많이 먹으라고 권하는데, 실제 수박을 먹으면 소변량이 많아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된다. 수박이 이뇨작용을 촉진시키기 때문이다. 그것은 수박의 성분 중 아미노산의 일종인 시트룰린(citruline)과 아르지닌(arginine)이라는 특수성분 때문이다. 그 원리는 인체에 섭취된 단백질이 위산에 의해 위에서 단백질 변성이 일어나고, 이어서 단백질 분해효소에 의해 소장에서 펩티드 결합이 끊어져 아미노산으로 분해된 후 소장 상피세포를 통해 혈액으로 흡수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단백질의 분해 산물인 요소가 생성되어 이것이 소변으로 배출되는데 이 과정을 도와주기 때문에 이뇨작용이 촉진되는 것이다. 이러한 작용과 수박 속의 많은 수분으로 인해 시원하게 소변을 볼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신장병에는 효험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소변을 잘 보지 못하면 몸이 붓기도 하고 쉽게 피로를 느낀다. 그 이유는 섭취한 수분이 정상적으로 배출되지 않아 세포와 세포 사이에 불필요한 조직액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장기능이 약해져 얼굴이 자주 붓거나 소변량이 적을 때에는 수박이 제격이다. 또 몸속에 유해한 물질의 배출에도 도움이 되고, 열이 많은 사람에게는 해열에도 좋다. 수박은 더위를 식히는 데는 아주 좋은 식품인 셈이다.

그런데 수박은 왜 빨간색일까? 수박이 빨간색을 띠는 것은 리코펜(lycopene)이라는 색소 때문이다. 이 성분의 대표적인 기능성은 항암효과다. 과일이나 채소는 특유의 색깔을 갖고 있는데, 사실 이러한 색깔을 띠게 하는 성분의 대부분은 색깔에 따라 각기 다른 성분으로 우리 몸에 이로운 작용을 한다. 따라서 과채류를 선택할 때 색깔이 다른 식품을 골고루 구입하는 것은 정말 지혜로운 일이라 할 것이다. 아무튼 수박의 경우 낮과 밤의 온도차가 크면 클수록 붉은 색이 더 진해지고, 그만큼 더 몸에 좋은 리코펜이 많이 생성된다. 올해처럼 더운 여름에는 수박 먹고 힘내야겠다.

/경상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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