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 경남일보
  • 승인 2013.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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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주 (진주시의원 복지산업위원회 간사)
햇살도 바람도 하늘도 고요히 머무는 가을, 따뜻한 차 한 잔이 주는 은은한 향기로 몸과 마음을 채우며 사색의 바다에서 책 한권이 어울리는 계절. 유난히 얄궂었던 올 여름의 햇살사냥도 계절의 변화 앞에선 두 손 들고 항복이다. 가을이 어느새 우리 곁에 와 있다.

9월이 시작되면서 진주시의회도 새로운 회기가 시작돼 바빠졌다. 각 상임위별 상정된 조례안 심의부터 2013년도 제2차 추경예산안 심의에 이르기까지 하반기 신규사업에 대한 타당성 검토와 편성된 예산에 대한 적정성을 따지느라 의원들 개개인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각자의 관심분야에 따라 질의하고 답변을 듣는 과정에서 때로는 언성이 높아지고 질타가 이어지기도 하지만 때로는 자중하고 서로 격려하면서 시끌시끌 와글와글 그렇게 하루가 흘러가고 있다.

이번 회기 역시 가장 민감한 사항은 문화관광과의 서울 등축제 중단 촉구 관련 예산이다. 상임위원회의 심의를 끝내고 계수조정을 한 다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넘어가 본격적인 재심의가 다시 이뤄지기는 하겠지만 이렇듯 지방의 축제가 타 지자체, 그것도 수도 서울시와의 논쟁의 중심에 서고 보니 이것은 국가적 차원의 법률적 근거에 의해 무조건적인 벤치마킹은 자제하고 오히려 역사성과 정통성, 창조성이 명확한 지방축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이를 인정하고 보호해 주는 유사모방축제 방지법을 제정해 보호해 줄 필요가 있다는데 다시 한 번 그 뜻을 명확하게 하게 된다. 정부에서도 지금까지는 각 지자체간 유사축제 중복개최는 자제해야 한다는 식의 방침만 내세우고 있었지 우수지방축제에 대한 보호라든지 실질적인 조정에 대해서는 매우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시대가 열리고 난 후 각 지자체들이 저마다의 지역특성을 앞세우며 새로운 축제 만들기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 이에 대한 부작용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고, 그렇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기 전에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을 미리 마련했어야 옳았다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우리 진주시의 진주남강유등축제와 서울 등축제의 갈등을 바라보는 다른 지자체들이 이에 대한 심각성을 함께 인식하면서 너도나도 축제 지키기에 안간힘을 쓰며 대책마련에 분주하다고 하니 참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저 늘상 사후약방문 처방이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구태가 안타까울 뿐이지만 이로써 타산지석의 교훈을 얻을 수도 있는 일이다.

거듭 말하지만 진주남강유등축제는 반드시 보호되고 지켜져야만 한다. 선조들의 고귀한 피와 눈물과 혼이 고스란히 서려 있는 우리의 정신이자 진주시민의 가장 값진 자산이기에 반드시 지켜내야만 하는 진주시민의 마지막 문화적 자존심이다. 진주를 너머 경남을 너머 전국적인 여론몰이로 지방문화 지키기의 뜨거운 바람은 들불처럼 번져서 일어나게 해야 한다. 이것은 비단 진주시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언 발에 오줌 누기식의 이도저도 아닐 바에는 아예 이쯤에서 내주고 말 일이다. 시간적·경제적·인적 낭비로 끝날 바에는 아예 시작도 하지 말았어야 할 일이다.

그러나 나는 믿는다. 우리의 분노와 우리의 외침이 결국에는 그 어떤 방식으로든 진주시민의 자존심을 지켜주게 될 것이라고. 그리하여 결국에는 이 뜨거운 열정이 대한민국 지방문화 지키기와 창조문화 융성의 변화발전에 새로운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을. 지방균형발전이라는 일관된 정치철학 아래 현 정부의 행복과 문화와 창조가 어우러진 행복한 시대는 결국 지방도 함께 잘살아야만이 국민 모두 행복한 대한민국 만들기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일에는 일방적인 모방과 베끼기식의 축제는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게 창조적 우수문화축제 모방방지법도 속히 논의되어져야 하며 이로써 박원순 서울시장에게는 잘못된 정책판단으로 인한 지방과의 갈등과 분쟁을 자초한 책임을 묻고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며 즉각 서울 등축제를 중단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 우리 발등에 떨어진 불은 그 어떤 방법으로든 우선 끄고 볼 일이다. 설왕설래 긴 논쟁 앞에서 지방문화축제는 하루아침에 쪽박신세로 전락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서울시가 바라는 게 이게 아니라고 어찌 장담할 수 있겠는가.

그저 이 가을에는 우리 국민 모두가 진주남강유등축제 지키기에 마음을 모아 기도하고 또 기도하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랄 뿐이다.

노병주 (진주시의원 복지산업위원회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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