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소방서 부지 '언 발에 오줌 누기'
함양소방서 부지 '언 발에 오줌 누기'
  • 이용우
  • 승인 2013.09.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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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우 기자
농사를 주업으로 하던 우리나라 속담 중에는 기후나 물리, 화학과 연관된 것이 많다. 이중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속담은 물질의 열전달에 대한 원리를 담고 있다. 발이 얼었을 때 따뜻하게 하기 위해 오줌을 누면 잠시 따뜻하겠지만, 이내 오줌이 얼어붙어 오줌 누기 전보다 훨씬 더 춥게 된다. 즉 미봉책일 뿐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은 기체보다 액체가 열전달을 더 빨리하기 때문이다. 공기가 아무리 차가워도 기체는 발에 냉기를 전달하는 속도가 늦다. 반면 액체는 기체보다 수백 배 빠르게 냉기를 전달한다. 이 때문에 잠시 따뜻했던 발은 이내 온기를 잃고 오히려 차가운 냉기가 엄습하게 된다. 젖은 발로 다니면 쉽게 동상에 걸리는 이유다.

함양군의 신축 소방서 부지를 결정하는 과정을 보면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속담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군은 새 소방서 건물을 짓기 위해 두 번이나 땅을 사들였으나 모두 소방서 용도로는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특히 함양군이 함양소방서 신청사 부지를 위해 사들인 토지가 몹쓸 땅이 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자 이번에는 매입한 땅에 공원을 짓기로 하면서 ‘자충수’를 자처하고 나섰다. 군은 2009년 새 소방서를 짓기 위해 함양읍 구룡리 일대 1만116㎡를 1억4000여만 원에 매입했으나 군청에서 4㎞나 떨어져 있어 긴급 출동이 잦은 소방서 특성상 부적합했고, 2011년 3월 함양읍 신관리 일대 9570㎡를 8억5600만 원을 주고 매입한 땅도 도로의 경사도가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군은 새 소방서 부지가 청사용지로 부적합해지면서 활용방안에 대해 논의가 잇따르자 이번에 기존에 매입한 소방서 부지에 주변부지를 더해 9만9000㎡에 사업비 60억 원을 투입, 2020년까지 함양랜드마크 근린공원을 설치하겠다고 나선 것.

문제는 함양랜드마크 근린공원 예정부지 근방에는 2008년부터 3년간 141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조성한 함양 하림공원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 더구나 함양에는 천년의 숲 상림이 함양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함양군의회는 “임시방편으로 내놓은 계획으로 논의할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혹평했다. 함양랜드마크 공원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것. 말 그대로 ‘언 발에 오줌 누기’인 셈이다.

오랜 경험에서 나온 속담에는 과학보다 더 과학적인 자연의 법칙이 숨어 있지는 않을까 함양군은 되새겨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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