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자루 권총
한 자루 권총
  • 경남일보
  • 승인 2013.09.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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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선 (객원논설위원)
며칠 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이 종북파 국회의원 이석기에 의해 체제 자체가 전복되는 듯한 분위기에 휩싸인 채 온 사회가 출렁댔다. 체제 전복세력의 주장인즉슨, 국가보안법 폐지, 주한미군 철수, 연방제 통일 등이었다. 이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이석기가 우두머리(首)가 돼 주도한 ‘RO(혁명조직)’는 김일성의 주체사상을 핵심 지도이념으로 삼아 남한을 ‘자주민주통일’하겠다고 했다. 이는 북한의 대남 적화전략과 다를 바가 없다.

‘RO’가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체제 전복세력의 국회 입성이었다. 이석기는 ‘13석 돌파로 우리는 제3세력으로서 진보정당에 구축돼 기존의 양당구도를 무너뜨릴 수 있는 새로운 정치영역을 일으킬 진보군을 형성했으며, 자주민주통일을 정책으로 내거는 세력이 현실화됐음을 확정했다’고 호언했다. ‘진보당 사태는 정치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진보적 민주주의자들이 싸우는 계급투쟁이며 본질에서는 혁명과 반혁명세력의 치열한 전쟁’이라고 강조했다. ‘자 무엇을 할 것인가? 당면 사태의 본질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계급투쟁을 철저하게 견지’해 ‘내외 분열 종파분자들의 준동을 분쇄하고, 공안세력의 진보당 파괴책동에 맞서는 철저한 조직적 당파적 입장’을 내세웠다.

지극히 위험한 것은 ‘RO’의 시국관이다. 이들은 ‘분단은 무너지는 것’이고, ‘통일시대는 시대의 민족사’에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가 차르체제를 유지하는 방법으로 독일과의 전쟁’을 치렀는데, 볼셰비키는 이를 보고 제국주의, 지배세력에 대한 전쟁을 내전으로 전환했으니 그것이 ‘볼셰비키 혁명’이었다는 것이다. ‘그 일정을 전개하면서 엄청나게 죽어 그 당시에는 엄청난 피해가 있었으나 나중에 전국적인 혁명이 승리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투쟁의 결론을 싸움에서 이기는 것으로 잡고 있다. 이기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한 자루 권총’이다. ‘한 자루 권총이 상징하는 바가 매우 크다. 이 한 자루 권총이 수만 자루의 핵폭탄보다 더한 가치’가 있고, ‘관점만 서면 우리는 핵무기보다 더한 것을 만들 수 있으며, 이게 쟤들(기존 정치세력)이 상상 못할 전쟁의 새로운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모임에서 북한의 혁명가요이자 6·25 전쟁 당시 인민군 군가로 사용됐던 적기가를 제창했다. ‘①민중의 기 붉은 기는/전사의 시체를 싼다/시체가 굳기 전에/혈조는 깃발을 물들인다. ②원수와의 혈전에서/붉은 기를 버린 놈이 누구냐/돈과 직위의 꼬임을 받은/더럽고도 비겁한 그놈들이다.[후렴]높이 들어라 붉은 깃발을/그 밑에 굳게 맹세해/비겁한 자야 갈라면 가라/우리들은 붉은 기를 지키리라.’

이석기는 ‘진보당 사태가 정치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진보적 민주주의자들이 싸우는 계급투쟁이며 본질에서는 혁명과 반혁명세력의 치열한 전쟁’이라는 것이다.

국회 입성에 성공해 대한민국의 체제전복 음모를 주도한 이석기는 ‘1925년 일제치하에서 조선공산당을 창당했고, 해방 이후에는 남한에 공산정권을 세우고자 남조선노동당을 결성해 대구폭동, 제주 4·3사태, 여순반란사건 등을 배후에서 주도하다가 1948년 월북해 북한에서 부수상 겸 외무장관 등을 지내며 김일성의 6·25남침을 적극 도왔으나 정전 이후 미국 스파이·반당 종파분자 등으로 몰려 1956년 처형된 박헌영’을 연상케 한다.

북한은 이석기의 내란음모·선동혐의에 대해 ‘이번 사건을 우리와 억지로 결부시켜 보려고 하는 것은 남조선 사회의 민주화와 북남 대화, 북남 관계 개선을 가로막기 위한 파쇼대결 광신자들의 일대 광란극’이라고 일축했다. 자기들과는 상관없다는 주장이다. 이는 우리 사회가 사상의 자유를 허용하고 합법적 이념 정당을 허용하는 만큼 북과의 연계성만 숨기면 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이석기식 행동과 맞아떨어진다.

이들은 소련이 무너진 것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체제 공산주의가 지상에서 사라지고 있는 현상을 모르는 척한다. 개혁과 개방으로 세계 제2 경제대국이 된 중국이 항미원조(抗美援朝)라는 미명하에 100만이 넘는 젊은이들을 6·25전장에서 희생시킨 북한을 이른바 혈맹에서 제외시키려는 움직임을 도외시한다. 우리는 어쩌다가 시대착오적인 이석기류의 ‘한 자루 권총’ 위협대상이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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