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와 경제활성화
경제민주화와 경제활성화
  • 경남일보
  • 승인 2013.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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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석 (창원대학교 법학과 교수)
우리나라 헌법 제119조는 자유시장경제질서를 원칙으로 하면서도, 국가가 균형있는 국민경제 성장과 적정한 소득분배, 시장지배와 경제력 남용방지,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부의 편중현상과 같은 부작용을 막고자 국가가 개입할 수 있는 사회시장경제적 요소를 가미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이 대기업에 쏠린 부의 편중현상을 법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소위 경제민주화 주장은 바로 이것을 근거로 하는 것이다.

경제민주화 정책은 2012년 대선 이전부터 시작된 복지확대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기업 집단의 전횡사실이 밝혀지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구조적인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인식 하에서 정치권에서 추진하게 됐다. 대선과정에서는 대통령후보들이 여러 가지 경제민주화 관련 사항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경제민주화 바람이 일어났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의 경제민주화의 의미는 경제논리를 무시하고 정치논리에 의해서 어느 정도 왜곡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즉, 경제민주화를 말하면서 경제성장 혹은 경제활성화에 대한 얘기는 없었기 때문에 성장정책은 경제민주화 정책과 맞지 않는 것으로 오해되는 것이다. 그러한 현상은 지난 정부의 기업 프랜들리 정책에 따른 대기업 위주의 성장정책에 대한 불신과도 관계가 있다.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이 “경제민주화와 경제활성화는 상충되는 개념이 아니다”라고 한 것에 공감이 가는 이유이다.

현 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은 크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공정거래 해소와 기업내부의 지배구조 개선에 맞춰져 있는데, 최근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기업지배구조 관련 상법개정안을 놓고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 IMF 사태 이후 꾸준히 기업지배구조개선 작업을 정부 주도하에 실시했고, 그 결과 지난 2011년 4월 14일 공포된 개정 회사법이 2012년 4월 15일부터 시행되고 있는데, 이제 1년 조금 지난 시점에서 회사지배구조 관련 상법개정안이 입법예고된 것이다.

법무부가 지난 7월 17일 입법예고한 상법개정안의 취지는 이사 및 감사위원회 위원의 선임절차를 개선하고, 이사회의 기능과 역할을 정비하는 한편, 경영진의 위법행위에 대한 사법적 구제수단을 확대하며, 주주총회의 활성화를 도모함으로서,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그 주요내용은 다중대표소송의 도입, 집행임원제도의 의무화, 집중투표제의 단계적 의무화, 감사위원회 위원의 분리 선출, 전자투표제의 단계적 의무화로 되어 있다. 이번 상법개정안의 취지인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기업경영의 투명성에 대해서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이러한 제도들이 가지는 또 다른 단점과 기존 제도와의 상충문제 및 우리나라의 경제현실 등을 무시하고 기업에게 의무화하는 것은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을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상법개정안은 우리 상법의 기본원리에도 맞지 않다. 우리 상법은 일반 생활관계를 규율하는 민법과는 달리 기업의 생활관계를 규율하는 기업법으로서, 그 기본이념은 기업활동의 촉진과 기업의 유지·강화에 있다. 그러므로 소액주주의 보호라는 측면만 생각하여 기업의 발목을 잡는다면 외국의 투기자본에 의한 경영권 위협과 기업의 경쟁력 저하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물론 일부 기업총수들의 부당한 사익추구 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것은 사실이나, 이는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솜방망이 처벌로 표현되는 제도운영의 문제라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제도개선뿐만 아니라 기업가윤리의 확산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을 장려함으로써 간접적인 방법으로 경제민주화에 접근해야 할 것이다.

경제민주화는 어느 한 시대에 갑자기 이뤄지고 완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정치경제에 대한 철학을 가지고 꾸준히 이뤄나가야 할 일이다. 그러므로 현 정부에서는 장기적인 로드맵을 작성해 미래지속적인 경제민주화 정책의 기초를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 대선공약이라 할지라도 예상치 못한 새로운 환경변화나 다른 대안이 있는 경우에는 수정이 불가피한 것이다. 원래의 공약에 대한 이행부분은 이후의 평가에 맡겨두어도 좋을 것이다.

오창석 (창원대학교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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