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푸어, 해결방안은 없는가
워킹푸어, 해결방안은 없는가
  • 경남일보
  • 승인 2013.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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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 (객원논설위원, 경상대 교수, 한국식품유통학회 회장)
대학 졸업자가 취업한 직장에서 수행하는 업무수준이 자신의 학력수준보다 낮다고 여기는 이른바 ‘하향 취업자’가 늘고 있다. 또한 하향 취업 후 직장을 옮겨도 계속 하향 취업상태에 머무는 비율도 급증하고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첫 직장을 기준으로 대졸자 하향 취업비중은 1982년 대학 졸업자가 24.1%, 1992년 졸업자 27.7%, 2002년 졸업자 31.0% 등으로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대졸 ‘하향 취업자’가 직장을 여러번 옮겨도 하향 취업상태에 머무는 비율은 1982년 대졸자는 53.3%, 1992년은 65.6%, 2002년은 77.8% 등으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향 취업자’ 고착화 정도는 수도권 대학보다 지방대 졸업자가 두드러진다. 수도권 대학 졸업자는 10명중 4명만 하향취업 고착화를 겪고 있는 반면 지방대 출신은 이보다 2배 수준인 8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졸 ‘하향 취업자’ 근무환경 열악

하향 취업 고착화 상태에 있는 대졸자의 근무환경도 상대적으로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력수준과 업무수준이 일치하는 적정 취업자와 비교해 임금은 70%수준이다. 비정규직 비중은 2.5배 높다. 전공과 직무가 일치하지 않는 비중도 커서 하향 취업자 10명중 7명은 전공과 관련 없는 일을 하고 있다. 이 또한 적정 취업자보다 2.5배 높다. 하향 취업 고착화로 직장경력이 쌓일수록 근무조건 격차가 커지는 것도 문제다. ‘하향 취업자’의 첫 임금은 적정 취업자보다 16.2% 낮았지만, 직장경력이 10년 이상 넘었을 때는 30.7%로 격차가 거의 2배로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향 취업 고착화는 소위 워킹푸어(working poor·근로빈곤층)현상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직무 만족도와 근로의욕을 떨어뜨려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지고 이직을 부추긴다. 결국 소속 직장에 대한 낮은 충실도와 고용 불안정의 확대로 이어지는 것이다.

대졸 하향 취업현상은 왜 이렇게 고착화되고 있는가. 우선 지속적인 고학력화 현상과 장기적인 경제침체로 인한 고용능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학 진학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70~80%에 이르다 보니 한 해 취업시장으로 나오는 신규 대졸자(전문대, 대학원 포함)만 45만~50만 명에 달한다. 현행 경제성장률과 산업구조로는 이들 모두를 취업시킬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대학 졸업자들이 자신의 학력수준에 맞지 않는 일자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또한 대학과 기업체 간의 연계가 원활하지 못한 것도 문제다. 기업은 대학교육을 통해 배출한 인력의 질적 수준과 현장 적응력을 우려하고 있고, 빈자리를 채울 때도 기업내 하향 취업자에게 상향이동의 기회를 주기보다는 경력자를 채용해 해소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그렇다면 대졸 하향 취업의 고착화에 의한 워킹푸어 현상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첫째,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본인의 적성과 발전 가능성을 고려해 직종과 직장을 선택할 수 있도록 눈높이 진로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교육과정 개발 및 운영에 있어서도 산업계 인사의 참여를 확대해 교육내용의 현장성을 확보하는 등 현장 및 취업중심의 교육과정을 일정부분 확대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기업에서 우려하고 있는 교육의 불신을 해소해야 할 것이다.

둘째, 기업에서는 인재 가치와 생산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특정대학 출신을 선호하는 채용관행을 탈피해 관련지식이나 핵심역량, 직무능력, 협력의식 등 보다 실질적인 채용기준을 마련하고 직무평가에 반영하는 새로운 인사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기업내부에서도 임금수준, 고용형태, 전공과 직무의 일치성 등 다양한 근무조건의 개선과 함께 하향 취업자의 상향이동 기회도 폭넓게 제공해야 할 것이다.



교육낭비 줄이고 인재활용률 높여야

셋째, 정부에서도 불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실업해소를 위한 단기 고용정책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고용 및 사회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근무환경의 질적 수준을 담보하는 근로개선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학생들에게 상세한 직업정보와 노동시장 이행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려 줄 수 있도록 진로정보통계 인프라를 개선해야 한다.
김진석 (객원논설위원, 경상대 교수, 한국식품유통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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