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으로 빚고 정성으로 담근 술이야기
자연으로 빚고 정성으로 담근 술이야기
  • 임명진
  • 승인 2013.09.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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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의 전통酒 이야기> 삶과 같이한 경남의 술

산청세계전통의약엑스포 행사장에 전시된 경남의 전통주.

 
 
우리 술에는 민족의 희노애락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집안에 경사가 있을때 항상 술이 있었고 슬픔이 닥쳤을때도 술은 우리 곁을 지켰다. 손수 지은 농산물과 맑고 좋은 물, 그리고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비법으로 빚어낸 술은 언제나 우리의 삶과 같이 했다. 그러나 우리 술은 제대로 성장할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수백 여종에 달하던 전통주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수탈과 탄압으로 맥을 추지못했고 해방 이후에는 식량부족 등의 이유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그러나 요즘, 넘쳐나는 각양각색의 술에는 우리의 멋과 맛이 담겨져 있지 않아 씁쓸하다. 그래서 최근 전통주가 새삼 각광을 받고 있다. 이에 본보는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도내 전통주가를 찾아 그들의 전통주 제조의 비법과 애환, 열정을 소개하는 지면을 마련했다./편집자 주


<1>우리의 삶과 같이한 경남의 전통주

애주가들에게 함양군 지역에서 빚은 술 하면 떠오르는 전통주가 있다.
하나는 송순주(솔송주)이고, 다른 하나는 국화주다. 모두가 대대로 그 제조법이 전수되고 있는 전통주다.

송순주는 이름에서 알수 있듯이 솔잎과 솔순 등을 재료로 한 약주다. 애주가들 사이에서는 솔송주로 널리 알려진 이 술은 하동 정씨 집안에서 수 백년에 걸쳐 제조기법이 전수되어 왔다. 명가원 대표 박흥선(60)명인은 전통주 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무형문화재 보유자와 식품명인으로 지정됐다.

박흥선 명인이 빚어낸 담솔은 3년 연속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에서 리큐르 주에서 3년 연속 최우수상을 수상하면 전국적으로 인지도를 넓혀가고 있다.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전통주 업계의 사정을 고려해 보면 시설이나 판매가 우수한 편이라는 게 함양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다른 술 국화주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명절 선물로 선정해 화제가 됐다. 국화주는 지리산에서 자라나는 야생초를 빚어 만든 경남의 대표적인 가양주(집에서 만든 술)로 오랜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도내에는 이외에도 특이한 술이 즐비하다. 남해 유자주도 그 역사와 유래가 깊다. 남해의 특산물인 유자로 빚어낸 이 술도 수백여 년 걸쳐 전승되어 온 우리 지역의 약주다. 유자는 피부노화 방지와 피로회복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청 십전대보주와 하수오주는 2013산청엑스포 공식건배주로 지정되면서 눈길을 끌었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하수오는 기혈순환이 원활하고 머리카락이 검어지고 오래도록 장복하면 무병 장수한다고 기록돼 있다.

십전대보주는 십전대보탕의 근본이 되는 사군자탕, 사물탕을 기초로 하는 것으로서 건강에 유익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도참송엽주는 양산 지역에서 생산되는 참솔잎과 신선초를 첨가한 전통주다. 영취산의 청정수와 통도사 영축산의 참솔잎, 신선초, 누룩 등을 이 지역의 전통 발효비법으로 만들었다.

거창 산내울 오미자주는 2012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리큐르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았다.

해발 600m 이상에서 자란 청정 오미자를 원료로 사용해 눈과 입이 즐거운 술로 꼽는다.

이처럼 도내에도 각 지역마다 고유의 전통주가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지만 경영난에 부딪혀 영업을 중단한 업체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대부분 영세업체다 보니 인력난과 경영난을 겪고 있어 체계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앞으로의 전망이 그리 어둡지만은 않다. 국가 차원에서 전통주를 관광테마와 연계한 새로운 산업으로 육성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전통주 등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전통주 산업 육성 프로그램이 시도되고 있다.

농축산부는 올해 찾아가는 양조장 사업을 문화체육관광부와 연계해 전개하고 있다. 전국의 5곳이 선정됐지만 경남은 아쉽게도 본선 심사에서 탈락했다.

국가 차원에서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통주 산업의 활성화에 경남도도 지원대책을 수립하는 등 육성에 나서고 있다.

경남도는 전통주 가공공장 시설 현대화에 2011년부터 12개소에 11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했다. 올해는 5개소에 5억 7000만 원을 지원했다.

윤영기 경남도 농산물유통과 사무관은 “도내 전통주를 세계적인 명품주로 육성하기 위해 다각적인 지원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면서 “경남을 전통주 산업의 메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술은 훌륭한 지역 문화상품”
팽현호 경남전통주진흥협회 사무국장(마산대 전통주산업연구원/교수)

팽현호(49)교수는 전통주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팽 교수가 전통주에 몰두하게 된 것은 단순히 술의 역사와 전통의 문제만은 아니다.

술이야 말로 지역을 브랜드화 할 수 있는 최적의 문화상품이라고 보고 있다.

-전통주는 어떤 술인가

▲쉽게 말해 우리 땅에서 나는 농산물에 깨끗한 물이 어우려져 만들어진 게 전통주로 보면 된다. 그러다 보니 함양의 송순주, 국화주, 남해 유자주 등 수백 여 종의 전통주가 각 지역에서 발달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상당수 전통주의 명맥이 끊어진게 아쉽다.

-왜 중요한가.

▲술은 그 지역에서 나는 농산물로 전통적인 양조방식에 따라 만들어 낸다. 지역의 문화가 집약되어 있다.

프랑스의 와인, 러시아 보드카, 일본 사케, 독일하면 맥주를 흔히 떠올릴 만큼 술은 대표성이 강한 문화상품이다. 산업으로서의 가치를 보아도 프랑스의 경우 주류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우리 농산물을 소비하기 때문에 전통주의 활성화가 농촌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최근에 많이 위축된 것 같다

▲수출 대부분을 차지하던 일본에서 열기가 시들해 진게 크다. 드라마 등 한류열풍에다 웰빙바람에 힘입어 막걸리 붐이 일었지만 도수가 낮은 술을 선호하는 일본인의 선호 변화에 빨리 대처하지 못한게 큰 것 같다. 이럴 때일 수록 품질이나 자체 경쟁력을 키울 수 밖에 없다.

-도내 전통주 활성화 방안은

▲경남에는 정말 좋은 술이 많이 있다.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제평가를 받지 못하는 부분이 아쉽다. 요즘은 전통방식대로 술을 제조하는 곳도 늘고 있다.

현재 정부차원에서 찾아가는 양조장 사업이라든지, 전통주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통주 등 상품진흥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점도 그런 맥락이다.

그와는 별개로 우리 지역에서도 전통주 활성화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관광인프라 차원에서도 경남을 찾는 방문객들에게 지역을 알리는 훌륭한 대안이 될 것이다.

-전통주의 미래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인식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와인이나 포도주 보다 나은 전통주가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전통주에 대한 인식은 특별한 날에만 먹는 술이고, 막걸리가 전부인줄 안다. 그런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 언급했다시피 대부분 영세업체이다 보니 지원과 육성방안이 필요하다.

-과제가 있다면

▲와인이나 위스키 등의 양주의 경우는 등급제가 있다. 양주의 경우 몇년 산이라고 해서 가격대가 천양지차로 나뉜다. 전통주는 등급제가 아닌 품질인증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경쟁력을 높이고 소비자의 선택권의 폭을 넓힌다는 측면에서 품질에 따른 등급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 사업비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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