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송전탑 갈등의 늪에 빠져 있어서야
언제까지 송전탑 갈등의 늪에 빠져 있어서야
  • 경남일보
  • 승인 2013.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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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성 (밀양시 사회단체협의회 사무국장)
요즘 우리나라의 갈등문제를 보면 위기라는 단어가 새삼 떠오른다. 각종 개발사업과 군시설 이전 등 굵직한 현안부터 쓰레기장이나 변전소 건설 민원 등 각종 현안들이 전국에 산재한다. 몇몇 지역에는 소송이 난무하기도 하고 촛불집회, 희망버스 동원까지 뚜렷한 해법 없이 갈등만 증폭되고 있는 양상이다. 오늘날 한국사회의 갈등은 점점 고도화·다원화되고 있는 반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사회적인 예방관리시스템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밀양 송전탑 해법찾기가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5월, 8년간 끌어온 갈등의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한전과 반대주민, 국회가 머리를 맞대고 전문가협의체 운영에 어렵게 합의했었다. 이는 우리 사회가 이해관계와 정치적인 고려 없이 객관적인 판단으로 갈등을 해결하고자 했던 고심과 노력의 산물이었다. 하지만 협의체 결과는 또다시 이해관계 속에서 유명무실해지고, 국회마저 모호한 권고안을 발표하면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는 양상이다.

밀양 송전탑 갈등을 둘러싼 논점은 의외로 간단할지 모른다. ‘송전탑이 필요한가?’, ‘그렇다면 주민들의 건강과 재산은 어떻게 지킬지?’의 문제로 귀결된다. 전문가협의체 최종보고서를 통해 9명 중 6명이 우회송전, 지중화가 불가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또한 반대측 전문가 1인 역시 공사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이로써 송전탑 필요성에 대한 기술적인 판단은 전문가협의체를 통해 결론을 얻었다고 봐야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피해 주민들의 재산권과 건강권을 지키는 일에 집중해야 할 텐데 현실은 사뭇 다르게 흘러가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한편에서는 태양광 사업, 지역특수보상사업비 규모와 사상 초유의 현실적인 개별직접 보상안 등에 대한 마라톤 협의를 하며 지원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여전히 반대 주민들은 송전탑 포기로 귀결되지 않는 대화는 공사재개용 명분쌓기로 보며 송전탑 백지화·지중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제는 밀양시장도, 주무장관도, 국무총리도 제쳐두고 반대대책위만이 그들이 기댈 언덕인 듯 의지하는 모습이 한편 위태롭기만 하다. 물론 사태해결을 어렵게 만든 것은 한전과 정부의 초기 소통부재와 일방통행식 사업진행이 한 원인이었다. 최근에는 국무총리까지 밀양을 방문해 전력난 극복을 위한 이해와 협조를 호소하고,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앞으로 계속 이어질 특별지원협의회의 논의 역시 반대주민들이 참여한다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제는 누군가 나서 꼬인 매듭을 풀고 갈등을 봉합해야 한다. 공익을 위한 일이니 소(小)는 희생을 감수하라는 뜻이 아니다. 다만 정확한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해결책을 찾자는 말이다. 21세기 대한민국의 공학기술을 잣대로 판단하고, 현대인의 상식수준에 걸맞은 법률을 제정해 뒷받침하며, 이해당사자들의 지혜를 모아 현실적인 해결책을 찾아보자는 말이다. 거듭된 반대투쟁으로 주민들도 지쳐가고, 공사지연에 따라 막대한 국민세금도 소모되고 있다.

지금 밀양에서는 도농복합형 중소도시의 성장한계를 뛰어넘으려는 다양한 발전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갈등을 끌어안고 온 나라와 밀양시가 매달려 있을 수만은 없다.

이제 길고 지루했던 ‘밀양싸움’이 우리 사회의 숱한 갈등과 분쟁에 대한 모범적인 해법을 제시하며 아름답게 끝맺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송전탑을 둘러싼 지역간·도농간 편가르기와 소모적인 공방전은 멈추고, 밀양과 우리사회의 미래를 향해 넓게 멀리 보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 지금은 이해당사자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모여 현실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함으로써 피해주민과 밀양을 지원하는 일에 모두의 지혜와 땀방울을 모을 때가 아닐까 한다.
김종성 (밀양시 사회단체협의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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