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마이로봇사회를 위해
미래 마이로봇사회를 위해
  • 경남일보
  • 승인 2013.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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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일현 (한국폴리텍 항공캠퍼스 학장)
시대의 첨단기술이 생활 속으로 들어와 매시간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 전화가 그랬고, 자동차와 컴퓨터가 그랬다. 이제 웬만한 첨단기능이 많이 합쳐진 기기를 우리의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기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미래시대 첨단의 화두 중 하나인 로봇은 어떻게 우리의 생활 속으로 들어올까.

과거 산업생산에 쓰이기 시작했던 로봇은 사람이 다루기 어려운 일들을 하거나 제품을 개인보다 더 빨리 생산해내기 위한 공정기계로 쓰였다. 이런 공정로봇은 우리의 생활과 직접 관련이 없지만 인간의 첨단기기가 유사한 길을 밟았듯이, 이 로봇 또한 변형되어 우리의 가정으로 들어오게 될 것이다. 이미 가정에는 수동적인 로봇이 등장했다. 로봇청소기나 애완용 로봇강아지(아이보)가 그렇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일본의 아이보는 초인종 소리를 인식해서 퇴근길에 현관 쪽으로 마중을 나온다. 주인이 머리를 쓰다듬으면 춤을 추고 재롱도 부린다. 또 USB에 접속해 업그레이드시키면 가지고 있는 재주들이 진화한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배설물이나 먹이를 주는 수고도 덜 수 있어 편리하다. 아이보 같은 로봇은 그러나 자율적인 로봇이 아니다. 반드시 인간이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따라 기능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지난 시절 상상해 왔던 ‘진짜 로봇’은 아닌 것이다. 그 초기단계랄까.

미래의 ‘진짜 로봇’은 인간의 노동력을 최소화하거나 전혀 필요로 하지 않는 자율형 마이로봇이다. 가정에 들어와 가사서비스를 하거나 가족구성원을 케어해 주는 로봇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로봇은 능동적으로 청소는 물론 커피 타기, 밥하기 등 아동과 노인들의 도우미로서 가족구성원과 함께 생활하게 될 것이다. 더 나아가 슈퍼마켓에서 시장도 보고, 동사무소에 가서 서류도 처리하며, 하물며 장기와 바둑도 같이 둘 것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로봇이 햄버거를 만들고 있다. 영화 ‘아바타’처럼 우리의 일상과 생각에 따라 우리 삶의 일면을 대체한다. 우리는 앞으로 이들과 서로 교호하며 살아가야 할 시대를 앞두고 있다. 이런 시대를 앞두고 다음 몇 가지 사항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첫째, 로봇 통제와 소통의 문제다. 수동적인 로봇과 달리 자율적인 로봇은 자칫 프로그램의 자동화로 인간의 통제를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 옆집아이를 때릴 수도 있고, 거리에서 교통사고나 폭행을 행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해 마이로봇을 사면 반드시 출생신고가 필요할 것이다. 통제를 용이토록 하는 것이다. 한편 로봇의 기능만 프로그램 시킬 것이 아니라 인간과 마이로봇 간 일상적 관계형성에 대한 프로그램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우정과 사랑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 하는 프로그램마저 고민해야 할 것이다. 문제발생 시 로봇을 어찌 처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아무튼 환경에 따라 사회교육이 이뤄지듯이, 이 처음 대하는 로봇환경에서 인간과 로봇 모두 새로운 사회교육을 받아야 할 것이다.

둘째, 로봇사회의 격차문제이다. 인터넷이 정보의 격차를 야기했듯이, 마이로봇의 등장은 소유자와 비소유자 간의 삶의 질에 큰 격차를 만들 것이다. 로봇을 많이 소유한 자들은 일을 다각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높아져 큰 부를 가지게 된다. 금융의 신자유주의가 아니라 로봇의 신자유주의라 할 승자독식 사회가 되풀이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로봇의 소유권 제한이라든가 양도권 문제에 강력한 규제가 세워져야 할 것이다.

셋째, 노동의 잉여와 재교육문제다. 지난 수십 년 업무자동화에 따라 수없이 많은 실업자가 양산됐는데, 로봇의 발전은 인간노동을 더욱 가치 없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가 항상 있어 왔다. 다시 말하면 로봇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부분 대체하게 되면 가사노동은 물론 산업분야에서 노동수요가 급감한다. 밀려난 잉여인력이 로봇의 설계, 제작, 유지보수 및 관련 서비스분야에 종사할 수 있도록 인적자원을 재교육시킨다 해도 잉여인력을 모두 끌어안을 수는 없다. 현재의 업무자동화 수준에서 벌어진 실업의 양태를 보면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마르크스의 말이 생각날 뿐이다. “아침에 들판에 나가 땅의 고마움을 느끼고 노동하고, 점심 때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고, 저녁에 철학을 공부하고 토론할 때 진정한 삶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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