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는 동남광역권, 우리의 과제는?
늙어가는 동남광역권, 우리의 과제는?
  • 경남일보
  • 승인 2013.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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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식 (경남도의원)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얼마쯤 될까. 국가통계포털 ‘KOSIS’가 발표한 연도별 평균수명 수치자료에 따르면 1970년에는 남성이 58.6세, 여성이 65.5세, 1980년에는 남성이 61.7세, 여성이 70.0세, 1990년에는 남성이 67.2세, 여성이 75.5세, 2000년에는 남성이 72.2세, 여성이 79.6세였던 것이 2010년에는 남성이 77.2세, 여성이 84.0세, 2011년에는 남성이 77.6세, 여성이 84.4세로 꾸준히 증가해 왔다. 약 30년 만에 남녀의 평균수명은 공히 20세 정도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평균수명이 길어진 만큼 우리 사회도 급속한 고령화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

동남지방통계청에 따르면 경남과 부산, 울산을 아우르는 동남광역권의 64세 이하 인구는 점차 줄어드는 반면 65세 이상 고령화 인구는 점차 증가해 2040년에는 전체인구 3명 가운데 1명은 노인인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기준 동남권 고령자 비율은 11.9%인 93만3000명, 이는 10년 전보다 4.3%P 증가한 수치다. 동남광역권이 늙어가면서 이미 ‘고령화사회’에 진입했는데 이대로라면 10년 뒤 2024년쯤에는 ‘초고령사회’에 도달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고령사회에 진입할수록 사회적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간다. 사회적 문제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8월 거제에서는 78살 이 모 할머니가 제초제를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조사 결과 이 할머니는 무직이었던 사위가 직장을 얻으면서 기초생활수급자에서 제외됐고 결국 연금을 받지 못하자 심각한 생활고에 빠졌다. 이 할머니는 ‘기초생활수급자 선정에서 탈락돼 더 이상 살기 어렵다’는 유서를 남기고 쓸쓸히 세상을 떠난 것이다. 이처럼 국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살자 3명 가운데 1명은 60대 이상 노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도 문제지만 농사는 또 어떠한가. 고령화는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말을 무색게 만들고 있다. 벼를 심는 논이 크게 줄고 있다. 지난해 경남·부산·울산지역 벼 재배면적은 모두 87만ha. 이는 지난 2011년보다 2400ha, 3% 정도 줄어든 것이다.

고령화의 심각한 부작용에 경남도는 대책을 마련하고 나섰다. 먼저 안정적인 생활보장을 위한 복지시책이다. 최근 노인부양비가 계속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부양비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기초노령연금지원’과 ‘소득보전을 위한 재정지원 일자리사업’ 등을 통해 노인들이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덧붙여 노인의 무료 PC교육, 독거노인 안전확인 돌보미 서비스 등도 확대하고 있다.

지역사회 전문가들도 발전적인 조언들을 내놓고 있다. 앞서 언급한 노인 자살의 경우 생활고를 못 견뎌 스스로 세상을 등지는 사례가 많고 이들에게는 장례비조차 제공되지 않는 만큼 한정된 재원을 배분하는 것보다 빈곤층을 우선으로 하는 ‘복지의 재분배’가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빛 좋은 개살구’가 되기 십상인 ‘보편적 복지’의 그늘을 걷어내자는 의미다. 특히 고령화 사회가 가속화되면서 미래를 내다보는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복지정책이 수립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영국의 사례를 보면 영국 정부는 최근 친고령자 정책을 펴면서 사회적 문제를 하나 둘씩 해소해 왔는데 가장 중요하게 추진했던 것이 실제 고령자 고용으로 성공한 모든 산업분야의 사례를 발굴해 소개하고 있다. 이른바 ‘친고령자 친화 인식정책’이다. 미국은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2020년까지 42개 분야에 67개 목표를 설정해 노인 건강문제 해결과 함께 건전한 노후생활 보장에 힘쓰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노인의 신체기능 장애율 감소 등 5개 분야로 단순하게 짜여져 있을 뿐이다.

노인들이 건강한 삶을 유지하도록 정책적 지원과 함께 각자의 경륜을 활용할 수 있도록 사회참여 기회 확대가 이뤄져야 한다. 우리만의 ‘정’문화를 바탕으로 젊은 세대와 노인 세대를 아우르는 유기적이면서도 발전적인 사회공동체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럴 때 비로소 우리 사회는 ‘늙었지만 젊은’ 역동성을 갖추게 된다.

박동식 (경남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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