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王)을 따라 다닌 사관들
왕(王)을 따라 다닌 사관들
  • 경남일보
  • 승인 2013.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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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기 (논설고문)
조선시대에 왕(王)의 공식 근무시간에는 누구와도 독대 할 수 없었다. TV 사극에서 물래 왕이 장희빈 등을 만나는 장면을 보지만 실제는 독대를 못했다. 사관 없이는 누구도 못 만났다. 사관이 왕을 따라다니면서 기록을 하니까 대신들에게 “내일은 다른 방에서 회의를 할 거야”하고 다른 방에서 회의를 하면 그곳까지 “마마를 놓쳤다”면서 사관이 찾아와서 기록을 했다. “공식적인 자리가 아닌데 사관이 와서 되겠는가?”말하자 “사관들은 국법에 따라 마마가 계신 곳은 사관이 있게 되어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인 ‘사초증발’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했다.

▶검찰의 조사에서 국가기록원으로 이관되기 전에 삭제됐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여야의 정치적 쟁점이 돼왔던 ‘NLL 대화록’ 의혹의 베일이 벗겨지면서 세간의 이목은 수사를 회피하는 노무현정부 당시 관련자들에게 쏠리고 있다. ‘사초증발’ 사태는 어정쩡하게 봉합하면 더 큰 후환과 논쟁을 남길 가능성이 높다. ‘사초 증발’ 사태를 제대로 밝히는 것은 국가와 자유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느냐, 퇴보시키느냐의 중대한 전환점이 된다.

▶조선시대는 근무시간에는 왕의 옆에서 사관이 기록, 그날마다 저녁에 돌아와 정서를 해뒀다가 왕이 죽으면 한 달 이내에 출판준비에 들어간다. 왕조실록은 4부를 인쇄, 안전한 실록보관소로 보낸다.

▶하도 사관이 왕이 가는 곳마다 졸졸 따라 다니자 괘씸해서 그 사관을 다른 죄목으로 귀양을 보내자 후임사관 역시 귀양 간 전임사관처럼 따라다니면서 기록했다. 이렇게 왕조실록을 500년 동안 기록했다. 역사를 공정하게 기록, 보관은 비록 현재는 고통이 따르더라도 올바른 판단과 행동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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