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여 더 빨리 뛰어야 한다
청년들이여 더 빨리 뛰어야 한다
  • 경남일보
  • 승인 2013.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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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호 (한국폴리텍대학 진주캠퍼스 학장)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 내려오는 에스컬레이터를 반대방향으로 뛰어 올라가려는 장난꾸러기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빨리 뛰는 친구는 거슬러 올라가지만 제자리에 머무는 경우도 있다. 끝까지 올라가기란 쉽지 않다. 올라가려고 빨리 뛰어도 어지간히 빠르지 않으면 제자리에 머물게 된다. 이러한 현상을 ‘레드 퀸 효과’라고 한다. 자신의 속도가 움직이는 주변환경과 같다면 같은 장소에 머무를 수밖에 없고 아무리 애를 써도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을 때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유명한 루이스 캐럴의 또 다른 소설 ‘거울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레드 퀸은 이 소설속의 여왕인데 체스 판의 말 중 하나이다. 달리기의 명수이지만 아무리 달려도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앨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제자리에 머물기 위해서는 온 힘을 다해 뛰어야 한다. 만약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최소한 두배는 빨라야 한다”라고.

여기서의 ‘레드 퀸 효과’는 주로 생물학에서 사용되는 말이다. 생물체가 살아남기 위해 진화를 거듭하지만 환경도 함께 변하기 때문에 상대속도가 제로가 되어 결국은 제자리에 머물게 된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평원의 치타는 지금처럼 그렇게 빠른 동물이 아니었다고 한다. 하지만 생존을 위한 영양과의 쫓고 쫓기는 관계가 되다 보니 서로가 필사적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오랜 기간 서로 도태와 적응을 반복해 가는 것을 공진화(co-evolution)라고 한다. 생태학적으로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종들 간에 서로 상호간 작용해 적응하고 진화하기 때문이다. 공진화에는 두 종 또는 여러 종간에 서로 이익을 주며 점점 더 공고한 상부상조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경우와 서로 공격과 방어의 수단을 발전시키며 공방을 해 나가는 경우가 있다. 또한 이들은 서로 세월이 흘러 내려오며 형질이 유전됐을 것이고,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면서 진화해 왔을 것이다.

이러한 얘기는 생태계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온 인류가 살아온 전반적인 환경에도 똑같이 적용돼 왔다. 국제사회의 정치, 경제, 사회 등도 적용됐다. 또한 새로운 기술의 개발은 또 다른 기술의 개발을 불러오고 기술이 진화를 거듭할수록 기술의 발전과 변화는 확장돼 가고 있다. 생태계나 기업뿐만이 아니라 어느 조직이든 치열한 경쟁과 진화로 발전돼 온 것이다.

대한민국 역시 진화와 발전의 생태계 속에서 열심히 달려와 세계 경제대국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2013년 현재 청년층 고용률이 39%로 1999년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 저하된 상태이며, 전체 고용률도 64%대로 떨어져 고용률 제고가 긴급한 국가적 과제가 됐다. 이에 새 정부에서는 창조산업 등 신산업을 육성해 고용률 70% 달성을 국정목표로 설정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부응하기 위해 녹색 신성장동력산업, ICT산업, 우주항공 등 미래신성장 산업분야에 대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또한 창의성이 정당하게 보상받는 생태계를 조성해 중소기업을 창조경제의 주역이 되게 한다는 것이 새 정부의 복안이다.

이에 부응하기 위해 지난 40여년을 제조업분야의 국가기간산업의 기술인을 양성해온 한국폴리텍대학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던 시절,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기술보국의 일념으로 직업교육훈련을 시작한 곳이기도 하다. 진화하기 위해 뛰고 또 뛰었기에 지금의 대한민국의 경제적 초석을 마련한 제조업의 기술인을 양성할 수 있었고 경제대국이 되기까지의 디딤돌이 됐다고 자부한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직장을 얻지 못하는 청년이 1년만 투자한다면 평생직장을 가질 수 있으며, 특히 인문사회계열 출신인 경우는 융합적 기술인이 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에 더욱 환영한다. 이들의 제조업 현장에서의 창의적 역량 발휘야말로 국가경제, 사회발전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지금도 방황하는 청년들에게 알리고 싶다. 더욱 달려야 한다고. 뛰어도 제자리일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직시하고 자신의 진화와 변화를 위해 청년들이여, 더욱 빨리 뛰어야 한다고.
황진호 (한국폴리텍대학 진주캠퍼스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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