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착한아이’의 첫 번째 글
‘안 착한아이’의 첫 번째 글
  • 경남일보
  • 승인 2013.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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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지 (아동복지전문기관 홍보담당)
‘왜 우리는 다 다른데 같은 것을 배우며 같은 길을 가게 하나.’ 슈퍼스타K를 시청하던 중 이런 노래를 듣게 됐다. 남과 다른 걸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가수 ‘싸이’가 쓴 가사였다.

학창시절엔 그다지 그런 것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다. 다만 그 노래를 듣고 성인이 된 나의 고민이 학창시절의 교육환경과 연관이 없진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더랬다. 나는 수학을 참 못했다. 하필 주요과목을 싫어했던 죄로 거의 매일을 수학시간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다. 문제를 풀어내지 못하면 벌서고 맞아야 했기 때문에. 음악시간에 노래를 못하거나 미술시간에 그림을 못 그려 맞는 일은 없는데 수학은 그랬다. 모두가 잘해야 하는 과목이었다. 모든 아이들이 수학에 재능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모르는 선생님은 없었을 텐데 말이다.

우리는 ‘다름’을 두려워하는 사회를 잘 살아내기 위한 교육을 받아온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잘하는 것에 나도 뒤처져서는 안 되고, 안정적인 삶을 위해 세상이 정한 틀을 벗어나면 안 되는 그런 사회. 학창시절 세상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행복을 유예했던 우리는 그 대가로 어른이 되어선 마음껏 행복해졌던가. 나이가 들수록 자존이란 것이 생기고 가치관이 확고한 어른이 될 줄 알았는데, 세상의 기준이 아닌 나만의 기준이 생길 줄 알았는데. 그것은 어려서부터 습관처럼 배어 있지 않으면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사회가 어른에게 제시하는 기준은 더 많아진다. 연봉 삼천 이상은 벌어야 한다, 삼십 대 중반까지 결혼을 하지 않으면 문제가 있는 거다, 존경받는 직업은 따로 있다, 회사에선 줄을 잘 타야 한다, 남과 다른 생각은 틀린 거다.

세상의 기준과 내 생각이 다를 때마다 여지없이 흔들리는 나를 본다. 남과 다른 인생을 살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다. 어제 친구가 ‘착한아이 증후군’이라는 글을 메신저로 보내 왔다. 타인의 눈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에 대해 신경을 쓰며 ‘평판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가면을 쓰는 것인데, 그 글을 받은 난 ‘얘가 이걸 내 얘기라고 보여주는 건가’ 하고 지레 찔렸다. 그런데 “이거 내 얘기 같아”라고 하는 거다. 여기 적힌 문항들에 하나라도 속하지 않는, 타인의 시선에서 완벽히 자유로운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었다.

왜 우리는 다 다른데 같은 것을 배우며 같은 길을 가야 했을까. 지금 알고 있는 것들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그때 그것에 대해 의문을 가졌더라면 세계적인 유명인사가 된 괴짜사나이 싸이의 타이틀은 내것이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하는 수 없이 그가 일궈 놓은 ‘다른’ 세상에 발을 슬쩍 얹어 이렇게 글이나 쓸 수밖에. 그래도 ‘착한아이’같은 글만 쓰지는 말아야지. 내 자존은 그것이니까.

강민지 (아동복지전문기관 홍보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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