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 역린지화(逆鱗之禍)를 바라는가?
여야 정치권 역린지화(逆鱗之禍)를 바라는가?
  • 경남일보
  • 승인 2013.10.0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수기 (논설고문)
여야는 그간 민심을 살펴봤더니 서로 자기네들 편에 있었다며 ‘아전인수’에 바쁘다. 민심해석이 극과 극이다. 정치의 실종 책임을 놓고 서로 상대방의 ‘불통’을 지목하지만 민심은 그렇지 않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정치권 전체가 국민과 불통하고 있다. ‘정치의 실종’, 이젠 국민들은 지겹다. 경제적 규모가 2만불 이상이 된 다원화되고 전문화된 사회에서 아직도 정치의 모든 중심이 대통령으로 집결되는 ‘만기친람(萬機親覽)식 리더십’과 신물나는 여야의 정쟁을 보면 진정으로 경쟁력 있는 국가의 시스템이 너무도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정치권의 안중에는 국민은 없는 것 같다. 아무리 정치가 생물이고 갈등과 우여곡절을 먹이로 생명을 부지한다지만 최근 같은 사태는 드물다. 민주당이 국회를 팽개치고 장외투쟁을 벌인 지 54일 만에 국회로 돌아왔지만 기조는 ‘원내투쟁 강화’에 놓여 있다. 길거리 정치에 몰두했던 민주당이 딱해 보였다. 사안의 경중을 가리지 않고 대통령 더러 사과하라 몰아쳤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 최소 6개월은 야당이 여당을 봐주고 조그만 흠결은 그냥 넘기는 밀월기간이 박근혜정부에는 없었다.

싸움질에 날이 새는 한국의 정당

야당의 지지율이 박 대통령의 3분의 1에도, 여당의 절반에도 훨씬 못 미는 바닥 신세다. 그렇다고 야당에게 ‘맘대로 해보라는 식’인 청와대와 여당인 새누리당의 잘못이 더 클지 모른다. 대통령과 여당이 야당에 대한 배려나 이해심이 너무 야박하다. 야당에 양보 할 문제가 아니라 생각해도 다시 머리를 맞대고 국사를 논의 하는 것이 도리다. 여야는 서로를 대화상대로 인정하고, 옳은 주장에는 귀를 기울이는 배려와 금도가 필요하다. 대통령과 여당은 적극적으로 야당을 포용하려는 자세로 협조를 끌어내고, 야당도 국회선진화법을 무기로 무조건 반대하는 자세에서 벗어나야 한다.

여야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바닥 수준으로 하락, ‘정당정치 위기의 징후’가 뚜렷한 것은 끝없이 ‘네탓공방’ 정쟁도 한 몫하고 있다. 극한 대결로 인해 정당정치가 복원되지 않아 국감과 내년도 예산안처리, 민생법안처리 무산 등 ‘경제 살리기’란 국정 목표가 차질을 빚을 때는 결국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오죽했으면 우리는 “정당정치가 없다”는 말도 한다.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자식 사건’, 국정원 사건, 국회공전, 기초연금축소실시와 진영장관 사퇴파문 등 대형 사건이 연이어 터졌다. 대통령과 여야 대표 3자 회담은 여권의 오만과 불통에다 야당의 무능과 떼쓰기로 비쳐졌다. 모든 것들이 변해도 우리정당과 정치권의 구태는 그대로다.

지금의 정치는 ‘빈 수레처럼 요란하고 시끄럽기만 하고 생산적인 것이 없다’는 설명이다. 국회의원은 헌법기관이라 권한과 의무가 헌법에 규정돼 있다. 300명 개인 모두가 헌법기관이다. 헌법의 보호를 받는 귀하신 몸들이라 특권도 많고 나라에서 주는 돈도 많다. 예우는 당연히 국가대표급이다. 정치의 모든 폐단은 정당이라는 패거리 집단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학 교과서에 나오는 정당이 아니다. 맨날 싸움질에 날이 새는 ‘저질 집단, 한국의 정당’이다.

정부의 기초연금 축소 발표로 인해 정국이 강대강 국면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정기국회 회기 100일 중 28여일을 하는 일 없이 넘겼다. 열심히 해도 어려운 판에 이토록 늑장을 부려 국정감사, 정부 예산안 심의, 민생법안 처리 등을 제대로 할지 의문이다. 여야의 심정은 서로에게 할 말도 많고 화풀이라도 하고 싶겠지만 혼란지수를 높이는 행태를 보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기초연금을 두고 여야의 난타전 정국사태는 누가 누굴 탓할 수 없을 것이다.

달콤한 승리 위해 禍 자초 싸움 말아야

전설속의 동물인 용(龍)은 부리는 사람의 능력에 따라 얼마든지 길들일 수 있지만 역린(逆鱗)만큼은 건드린다면 반드시 죽음을 당할 수도 있다. 용의 역린을 건드리는 것은 무모한 짓이다. 요즘 정치권은 일부러 국민들의 역린을 건드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잠시의 달콤한 승리를 위해 화(禍)를 자초하는 싸움은 하지 말아야 한다. 여야의 정치권은 마치 국민의 실망을 넘어 역린을 건드리면 사람을 죽인다는 역린지화(逆鱗之禍)를 바라는 것 같아 보인다.

이수기 (논설고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