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철우 기자
그런데 진보색채가 짙은 사람으로 알고 있던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가 “나는 진짜 보수다”라고 선언했다. 배경에 의문이 생겼지만, 그의 논리를 들어보니 새삼 가슴에 와 닿았다.
표 교수는 보수에 대한 정의를 ‘전통적인 체제와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것’이라고 했다. 과거의 선비정신과 외세에 침략 당했을 때는 독립운동, 독재치하에서는 민주주의 정신 등이 보수의 전통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대한민국의 진정한 보수주의자로 장준하 선생과 독립운동가 이회영 선생을 꼽았다.
“장준하 선생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월남 파병을 극렬하게 반대했다. 우리 젊은이들을 베트남에 팔아먹으려는 것 같다는 발언까지 했다. 처벌 대상이었다. 하지만 결국 국가가 파병을 결정했을 때 누구보다 먼저 자신의 아들을 전쟁터로 보낸 게 장준하 선생이다. 진정한 보수의 모습이다”며 참 보수의 실천적 모습을 장준하 선생에게서 봤다. 아무리 절대 권력자에게라도 “옳지 않다”는 목소리를 내는 것. 하지만 국가의 결정에는 누구보다 앞장서 따르는 것. 장준하 선생의 ‘선비정신’이자 이 시대에 실종된 ‘보수의 힘’이다는 게 표 교수의 생각이다. 이회영 선생에 대해서도 “일제시대 양반이고 거부였다. 일제의 침략을 볼 수 없다고 해서 형제가 모두 재산을 처분하고 만주로 가 독립운동을 했다. 전 세계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사례다. 영국에서도 왕자를 가장 위험한 전장으로 보낸다. 대한민국의 보수 중에 군 면제자가 장관하고, 자녀를 편법 입학시키는 모습을 볼 때면 우당 이회영 선생 같은 분이 있다면 보수가 정말 사랑 받을 것 같다”며 ‘노블레스 오블리주’, ‘멸사봉공’을 가장 보수적인 가치로 지목했다.
밀양 송전탑 분쟁이 벌써 8년째다. 그 동안 많은 문제점을 드러낸 송전탑, 그러나 정부에서 결정한 일이다. 이젠 대승적인 차원의 희생과 결사항전 중 결단을 내릴 때다. 옳지 않지만 따를 수밖에 없는 운명, 멸사봉공의 진정한 보수의 정신이 되새겨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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