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보수
진정한 보수
  • 양철우
  • 승인 2013.10.1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철우 기자
기자는 대한민국에 ‘진정한 보수’에 대해서 항상 혼란스러웠다. 대한민국에서 이른바 ‘보수’라고 자부하는 자들 대부분이 일제강점기 때 부역하며 호가호위한 친일파들이 해방 후 이승만 정권시절에는 친미세력으로 말을 갈아탔고, 다시 군사독재정권시절에는 민주화세력들을 억압하고 탄압하며 명맥을 이어왔다는 나름의 논리 때문이다. 그래서 기자는 이들을 ‘수구골통세력’이라고 생각했으며, ‘진정한 보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진보색채가 짙은 사람으로 알고 있던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가 “나는 진짜 보수다”라고 선언했다. 배경에 의문이 생겼지만, 그의 논리를 들어보니 새삼 가슴에 와 닿았다.

표 교수는 보수에 대한 정의를 ‘전통적인 체제와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것’이라고 했다. 과거의 선비정신과 외세에 침략 당했을 때는 독립운동, 독재치하에서는 민주주의 정신 등이 보수의 전통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대한민국의 진정한 보수주의자로 장준하 선생과 독립운동가 이회영 선생을 꼽았다.

“장준하 선생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월남 파병을 극렬하게 반대했다. 우리 젊은이들을 베트남에 팔아먹으려는 것 같다는 발언까지 했다. 처벌 대상이었다. 하지만 결국 국가가 파병을 결정했을 때 누구보다 먼저 자신의 아들을 전쟁터로 보낸 게 장준하 선생이다. 진정한 보수의 모습이다”며 참 보수의 실천적 모습을 장준하 선생에게서 봤다. 아무리 절대 권력자에게라도 “옳지 않다”는 목소리를 내는 것. 하지만 국가의 결정에는 누구보다 앞장서 따르는 것. 장준하 선생의 ‘선비정신’이자 이 시대에 실종된 ‘보수의 힘’이다는 게 표 교수의 생각이다. 이회영 선생에 대해서도 “일제시대 양반이고 거부였다. 일제의 침략을 볼 수 없다고 해서 형제가 모두 재산을 처분하고 만주로 가 독립운동을 했다. 전 세계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사례다. 영국에서도 왕자를 가장 위험한 전장으로 보낸다. 대한민국의 보수 중에 군 면제자가 장관하고, 자녀를 편법 입학시키는 모습을 볼 때면 우당 이회영 선생 같은 분이 있다면 보수가 정말 사랑 받을 것 같다”며 ‘노블레스 오블리주’, ‘멸사봉공’을 가장 보수적인 가치로 지목했다.

밀양 송전탑 분쟁이 벌써 8년째다. 그 동안 많은 문제점을 드러낸 송전탑, 그러나 정부에서 결정한 일이다. 이젠 대승적인 차원의 희생과 결사항전 중 결단을 내릴 때다. 옳지 않지만 따를 수밖에 없는 운명, 멸사봉공의 진정한 보수의 정신이 되새겨 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