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거리는 훌륭한 관광자원이다
문화거리는 훌륭한 관광자원이다
  • 경남일보
  • 승인 2013.10.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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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원규 (객원논설위원, 한국국제대학교 교수)
현대인들은 획일적인 것을 싫어한다. 그들이 획일적인 것을 싫어하고 피하고 싶은 것은 너무도 뻔히 강요된 일상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어서다. 그래서 사람들은 넓은 도로 곁에 치솟은 높은 빌딩 숲 뒤에 가려진 좁은 골목길로 숨어들어 정겨운 도피처를 찾는다. 그런 정겨운 도피처들이 모여 있는 확장된 공간이 문화거리이다. 문화거리는 도시생활의 모습이 있는 그대로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곳이다.



옛 정취 있어야만 문화거리가 아니다

진주의 획일적인 도시문화도 비슷한 형태의 아파트, 가로수, 공공디자인의 시설물들과 결합해 식상한 소비문화만 만들어 낸다. 그들이 소비하는 문화는 그들이 흔히 찾는 PC방, 노래방, 흔한 주점들이 있는 거리에서 주로 생긴다. 그러다 보니 인사동이나 전주 한옥마을 같은 옛 정취가 있는 거리는 외국인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향수를 자극하는 색다른 문화거리로 대접 받는다. 하지만 문화거리는 향수를 자극해 옛 정취를 못 잊어 찾아가는 전통문화거리와 같은 좁은 의미가 아니다. 진정한 의미의 문화거리는 먹고, 마시고, 물건을 사는 재미를 품격 높은 소비생활로 이어지게 하는 그런 거리를 말한다.

그러한 문화거리는 집과 같은 닫힌 공간의 삶이 거리로 확장된 곳에서 생겨난다. 아마 십수 년 사이에 도시를 중심으로 생겨나기 시작한 멀티플렉스(multiplex) 상영관들을 보면 미래의 문화거리 모습을 예견케 한다. 멀티플렉스의 기능은 한 건물 안에 여러 개의 상영관과 부대시설로 대형주차장·식당·카페·쇼핑타운 등을 갖춘 복합문화를 즐기게 해준다. 요즈음 도시민들은 이 멀티플렉스에서 영화관람도 하고, 먹고 마시면서 여가를 보낸다.

이러한 곳에서의 다양한 소비행태는 축약된 문화거리의 여가소비행태와 흡사하다. 그러한 기능을 하는 곳이 새로운 문화공간인 컬처플렉스(cultureplex)이다. 진화된 문화공간은 종래의 영화관람을 위주로 하는 멀티플렉스와는 다르다. 컬처플렉스는 굳이 영화관람을 하지 않더라도 가족이나 연인들이 공연이나 연주, 미술전시와 같은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그런 공간이다. 북카페에서 작가와의 토크쇼를 진지하게 경청하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작은 연주회에 취해 고개를 끄덕이며 박자를 맞추기도 하고, 전시된 그림을 보며 전문 큐레이터에게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이런 공간은 이제 아예 거리로까지 확장된다. 예를 들자면 여의도의 시네마스트리트(cinema street)의 컨셉은 런던 소호거리를 영화관에 옮겨 놓아 로비와 상영관을 분리시키지 않고 길을 걷다가 영화를 쇼핑하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컬처플렉스 시대의 문화거리는 다양한 문화를 융합시켜 새로운 생활문화를 창조하는 곳이다. 문화거리는 전통과 현대의 시간이 공존하며 문화예술인들과 시민, 방문객들이 공감하는 가운데 재미를 함께 창조하는 공간이다.

문화도시 진주에도 컬처플렉스 시대에 걸맞은 문화거리가 필요하다. 그런 문화거리는 갇힌 생활의 표상들이 공간에서 뛰쳐나와 해체돼 새로이 결합되는 곳이다. 거리에는 천편일률적이고 식상한 먹거리, 볼거리, 살거리들이 서로 만나 섞여 새로이 융합된 문화를 탄생시키는 곳이다. 골목으로 이어지는 작은 카페에 화방이나 출판사와 갤러리들이 들어서고, 북 카페를 연상시키는 커피숍에서 작가와 독자가 만나는 전시와 공연의 공간들이 자리 잡아야 한다. 그래야 진주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볼거리도 있고 잔재미가 쏠쏠해 오래 머물고 싶어 한다.



컬처플렉스시대에 맞는 진주 문화거리

진주에는 랜드마크나 마찬가지인 진주성이라는 자랑스러운 관광자원이 있다. 하지만 진주성은 관광의 측면에서 보면 ‘절해고도’나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관광객들은 고립된 섬과 같은 진주성을 나오면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배 타고 섬을 떠나듯이 진주를 떠나고 만다. 그런 점에서 진주시는 진주성 인근에 컬처플렉스 시대에 맞는 문화거리 조성을 생각할 때다. 새로이 탄생할 문화거리는 관광객들이 거리를 구경하면서 종일 소일할 수 있는 그런 곳이어야 한다. 가령 진주성 건너편의 진주시청이 있던 낙후지역을 문화거리를 만들 수 있다면 진주성의 고색창연한 경관과 진주의 문화예술이 공존하는 멋진 공간을 만들어내는 사업이 아닐까.
 
고원규 (객원논설위원, 한국국제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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