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땅에 펀드
맨땅에 펀드
  • 경남일보
  • 승인 2013.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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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만 (위키트리 부회장)
전남 구례에 ‘맨땅에 펀드’라는 도-농 공동체가 있다. 부산 출신 화가이자 글쟁이면서 웹 디자이너인 권산(50)이 중심인물이다. 도시 소비자에게 ‘이야기가 있는 농산물’을 직거래해 수익과 행복도가 높은 공동체를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다.

편드는 지난해 처음 100명으로부터 30만원씩을 받았다. 이 돈으로 구례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5차례에 걸쳐 제공했다. 올 초에는 334명으로부터 1억원을 받았다. 물론 이름이 펀드일 뿐 액수만큼의 농산물을 보내주면 원금도 사라지고 매해 새로 가입자를 받는 형식이다. 농산물과 함께 이들 농산물의 생장과 수확, 가공에 얽힌 이야기를 ‘지리산닷컴’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이 펀드가 요즘 고전중이다. 지리산닷컴에 따르면 내년에도 이 펀드를 계속해야 할지 목하 고민하는 수준이란다.

‘맨땅’의 고민은 친환경 재배가 생각보다 어렵고 농산물을 그냥 팔아도, 가공해 팔아도 돈이 안되긴 마찬가지란 사실의 재확인 때문이란다. 수익 600만원을 목표로 올해 150여 그루 감나무밭을 빌렸는데 ‘급성낙엽병’으로 망해 버렸다. “한날 한시에 참 신기하다. 경비문제도 있고 해서 약을 못했는데 추석 무렵 하루아침에 모든 잎과 감들이 동시에 낙하했다. 생업으로서의 농부 마음이 한순간 망가진 농사 앞에서 어떻게 무너지는 것인지….”<지리산닷컴>

밀밭을 빌려 직접 파종을 하고 수확, 도정을 해서 밀가루와 국수를 만들어 팔았지만 이 역시 참패란다. 펀드는 75만원에 논을 빌렸고 종자대 11만원, 파종비 14만원, 수확비 14만원, 도정비 48만원, 국수 가공비 120만원, 물류 진행비 20만원 등 총 302만원을 들였다. 하지만 수입은 340개의 국수를 8000원씩에 팔아 272만원에 그쳤다. 순손실만 30만원이다. “웃기는 결과다. 생산량도 예상보다 적었고 가공비용은 상상 이상이다. 1차 농산물은 돈이 안된다. 그래서 가공을 한다. 그러나 기계를 가지고 있지 않는 한 기대하는 수익은 불가능했다. 지난해부터 이렇게 ‘농사는 돈이 안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이 이제 싫다.”

‘맨땅’은 가능한 한 좋고 안전한 농산물을 많이 배당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친환경 농사를 직접 지어도 보고, 자체 수익사업으로 운영자들의 인건비라도 해결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런데 농사현장이 어디 그리 만만한가. 결국은 펀드의 계속 여부를 고민하게 된 것이다.

펀드는 가입자들을 밀 수확에 초청하기도 하고 재배한 토종밀로 국수축제와 빵축제를 열어 참여시킨다. 투자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어서 운영자가 실패에 대한 넋두리라도 할라치면 모두 나서 위로하고 격려한다. 펀드의 목표는 ‘구례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모두를 구입하는 단계까지’라고 한다. 이 때문에 이 정도 실패에 주저앉지는 않겠지만 성공을 기대하는 이들의 걱정은 한층 커졌다. 펀드의 밀 도정과 국수가공은 168만원을 들여 진주에서 했다고 한다. 새로운 도-농공동체 실험이란 이유 외에도 펀드가 성공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김영만 (위키트리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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