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 들기 전에 귀한 고구마 수확해야
멧돼지 들기 전에 귀한 고구마 수확해야
  • 경남일보
  • 승인 2013.10.21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초보농사꾼의 귀농일지> 고구마 캐기
하루가 다르게 모습이 바뀌어 가는 들판을 보면서 깊어가는 가을을 느낄 수 있다. 날씨도 급변하여 아침저녁으로는 한기를 느낄 정도로 기온도 낮아졌다. 엊그제까지 푸른 빛깔을 잃지 않았던 들깻잎도 누렇게 물들며 수확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별로 하는 일도 없는 것 같은데 날짜만 지나가는 듯하다.

지루하게 이어왔던 과수원 정비작업을 주초에 마쳤다. 큰 굴삭기가 작업을 하고 나면 작은 굴삭기를 동원하여 나무를 심을 수 있도록 마무리 작업을 해야 하니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것도 일이라고 비가 내리면 땅이 젖어 작업을 할 수 없었으니 더 많은 시간이 걸린 것 같다. 이제 과수원을 비롯한 논밭에 기계를 이용하여 일을 할 수 있게 되어 작업효율을 높일 수 있게 되었다. 수확한 농산물과 퇴비 등을 운반하는데도 어려움을 덜 수 있을 것이다.

미루어 왔던 고구마를 캤다. 지난 6월 2일 고구마 순을 구해와 붙였던 곳이다. 고구마를 캐보니 수확물이 많지 않았다. 처음 지어본 고구마 농사라 퇴비를 넣은 것이 화근 이었다. 잎이 무성하면 고구마가 들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어왔지만 어떻게 키워야 되는지 몰랐던 것이다. 퇴비를 아예 넣지 말아야 하는데 계분이 섞인 퇴비를 밑거름으로 사용한 것이 잘못이었다. 어머니와 아내는 그동안 고구마줄기를 실컷 따먹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했다. 우리뿐만 아니라 이웃들과 여름 내내 고구마 순을 마음껏 나눠 먹었다. 사람뿐만 아니라 바로 옆 덤불 속에 숨어 지내는 고라니까지 나타나 양식으로 즐겼다. 뿌리가 내리기 전에는 고라니가 하는 짓이 얄미웠는데 고구마가 어느 정도 자라자 두 마리가 설치고 다녀도 표시도 나지 않았다.

예상보다는 고구마 양이 많지 않았으나 친척들과 나누어 먹을 수 있을 만큼은 되었다. 적게 든 고구마가 큰 놈은 어린아이 머리만큼이나 자라 함께 웃었다. 멧돼지 때문에 고구마 심기를 피해왔던 마을에서 얻은 수확물에 만족하기로 했다.

들깨를 언제 쪄야 되는지 몰라 눈치만 보고 있었다. 언제까지 푸를 것처럼 보이던 잎이 어느 날부터 누렇게 변하는가 싶더니 열매가 새까맣게 하나둘씩 변하기 시작했다. 들깨는 파종 시기에 관계없이 계절이 바뀌자 함께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것 같았다. 너무 익으면 씨앗이 떨어질 것 같아 주말에 베어 들였다. 며칠 햇볕에 말렸다가 참깨처럼 막대기로 털면 될 것이다.

대봉이 빨갛게 익은 것 같아 따 보기로 했다. 멀리서 볼 때는 잘 익은 것처럼 보이던 감이 가까이 다가가 막상 따려고 보니 푸른빛이 남아 설익은 것처럼 보였다. 그 중에 빛깔이 짙은 것만 따는데 햇빛에 반사되니 고르는 것이 쉽지 않았다. 집에 와서 선별을 해보니 익고 덜 익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노린재 피해를 입은 감이 많았다. 대봉처럼 떫은 감은 노린재 피해를 입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특히 과수원이 아닌 나무가 무성한 산과 가까운 곳에는 하나도 예외 없이 노린재가 찔러 피해를 입었다. 수확기를 앞둔 시기라 지금 농약을 뿌려 방제를 할 수 없다. 올해는 할 수 없이 이대로 수확을 하고 내년부터는 대봉감도 철저히 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친구 중에 블루베리 농사를 짓는 친구가 있다. 늘 가까이 지내는 친구라 자주 농장을 오가며 정보를 나누곤 한다. 지난봄에 친구가 키워보라며 블루베리를 한그루 선물을 했다. 그 블루베리에서 열매가 열어 한 줌 정도 따 맛을 볼 수 있었다. 친구는 블루베리 농장을 늘리기 위하여 많은 블루베리 모종을 키우고 있다.

얼마 전 집에 블루베리를 몇 그루 키우고 싶다고 했더니 자재를 함께 주문해 주었다. 주문했던 자재가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 차로 같이 싣고 왔다. 친구는 그 뿐만 아니라 심을 때 필요한 자재를 같이 다니며 이것저것 빠짐없이 챙겨 주었다. 몇 그루 재미로 키워 보려고 하는데도 이것저것 준비해야 될 것이 많았다.

자재를 차에 싣고 집에 도착하니 부모님께서는 무슨 일을 벌이려는지 궁금해 하셨다. 특히 식재인 피트모스를 보고는 어디에 쓸 것인지 의아해 하셨다. 자세히 설명을 드리니 다른 일도 많은데 또 일을 벌이냐고 걱정을 하셨다. 자기 일처럼 챙겨주는 경험 있는 친구가 있으니 걱정을 안 하셔도 된다고 안심을 시켜드렸다. 아마 내년 봄이면 나보다 화분 돌보기를 좋아하시는 어머니께서 더 자주 블루베리를 애지중지 하실 것이다.

/시민기자

고구마 캐기
초보농사꾼이 고구마를 캐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