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거울
마음의 거울
  • 경남일보
  • 승인 2013.10.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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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외남 (사천 대방초등학교 교사)
책 향기 그윽한 도서관에서 제자들과 책을 읽으며 일과를 시작하는 아침 독서활동은 마음 깊은 곳에서 일어나는 바람소리에 귀 기울이는 소중한 시간이다. 아이들이 책속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자세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고, 미래의 청사진을 그려보는 시간이 되길 바라며 책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치 그들의 꿈이 자라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매주 독서 발표회를 하는데 횟수가 거듭될수록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아이들 스스로 깨닫게 되고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주제를 파악하는 힘도 길러진 것 같다.

지난 일요일 새벽, 중화 TV에서 베이징사범대 위단 교수의 논어심득 강의를 들었다. 시냇물 흐르듯 막힘 없이 쏟아내는 열강에 빠져들다 보니 교단에 설 때 아이들이 완벽하게 몰입하는 수업을 하고 싶은 열망이 간절해졌다. 심득(心得)은 마음으로 터득하는 최고의 경지를 말한다. 마음으로 터득하려면 먼저 마음을 주어야 한다. 인간의 몸과 마음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니 마음으로 깨닫는 것은 곧 몸으로 깨닫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논어 심득에 ‘마음이 거기에 있지 아니하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으며, 먹어도 그 맛을 모른다’는 구절이 있다. 다양한 체험활동을 통해 온몸으로 부딪히며 사물을 궁구하는 법을 배우고, 바른 몸가짐과 마음 쓰는 법을 스스로 익힌다면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공부하는 방법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수업시간, 시선은 선생님과 책을 보고 있지만 마음이 교실 창문을 넘어 자기가 원하는 곳으로 날아가려 한다면 생각을 잡을 수가 없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이며, 훗날 어떤 직업을 가지고 무슨 일을 하며 살고 싶은지,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행복하고 신명나는지 먼저 아는 것이 중요하다. 마음 깊은 곳에서 일렁이는 바람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 소리가 이끄는 방향으로 나아갈 때 온몸과 마음을 바칠 수 있으니 마음의 거울을 들여다보며 내면을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중학생 제자들이 중간고사 결과가 나왔다며 지난 주말에 연락을 해왔다. 자기 목표를 성취해서 행복한 아이들은 기쁨을 함께 나누며 칭찬과 격려를 해주고, 시험결과가 나빠서 실의에 빠진 아이들에게는 위로와 권면이 필요하기에 토요일과 일요일 두 부류로 나눠서 만났다. 시험결과가 엉망이라며 어깨가 축 늘어진 제자에게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하냐고 물으니 ‘잠잘 때’라고 대답했다. 시험결과가 나오는 날, 성적이 기대에 못 미쳐 실망하는 부모님 모습을 볼 때가 괴롭다고 말하기에 등산을 비유하며 공부하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산 정상을 정복하는 것만이 등산의 목적이라면 산을 오르면서 흘리는 땀과 주변경관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즐거움을 맛보기 어렵다. 반면에 산에 가는 과정 그 자체가 목적이라면 좀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산을 오를 수 있게 된다. 나무 사이로 비껴드는 햇살과 바람, 새들의 속삭임,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의 노래와 같은 주변의 정취를 감상할 수 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정상에 다다르게 된다.

아이들이 미지의 세계를 향한 호기심과 떨림에 벅찬 가슴을 쓰다듬으며 친구들과 함께 새로운 모험에 도전했으면 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과정 그 자체를 즐기며,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기쁨과 감동으로 충만한 모습을 보고 싶다. 아무리 바라보아도 시리지 않는 가을하늘처럼.
 
 
서외남 (사천 대방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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