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 고사정책 이제 그만
지방대 고사정책 이제 그만
  • 경남일보
  • 승인 2013.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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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근 (객원논설위원, 가야대 행정대학원장)
박근혜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방안이 지난 17일 첫선을 보였다. 2023년까지 대학 입학정원을 현재보다 16만명 줄이는 강력하고 대규모적인 구조조정 방안이다. 전체 대학을 절대평가 방식을 통해 상위-하위-최하위 그룹으로 구분하고 그룹별로 대응정책을 시행한다고 한다. 상위대학은 정원을 줄이면 정부지원을 늘려주고, 하위대학은 지원을 끊고, 최하위 대학은 강제 폐쇄해 대입정원을 줄여 나간다는 것이다.

사실 지난 정부에서도 대학 구조조정은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그러나 그때마다 수도권 대학은 무풍지대였고 지방대학에만 강풍이 몰아쳤다. 이런 사실은 정부의 각종 자료에서도 입증되고 있다. 지난 10년간 대학정원은 16.4%인 10만7278명이 줄었다. 그러나 수도권 대학의 정원 감소율은 연평균 8.3%로 나타났다. 서울 소재 대학은 불과 5.9%의 감소에 그쳤다. 비수도권 대학의 정원 감소율 20.6%에 비해 크게 낮은 수치다.

지난 2011년부터 실시한 대학평가를 통한 구조조정도 지방대학이 일방적인 희생양이 되었다. 최근 3년간 정부 재정지원 제한을 받은 대학이 수도권은 25개교였지만 지방은 96개교에 달한다. 취업률, 충원율, 교수 확보율 등 양적 지표로 상대평가를 해 하위 15% 대학에 대해 정부재정 지원을 제한하는 방식이 지방대학에 절대 불리한 기준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대학 구조조정이 지방대학 고사정책이라고 충분히 하소연할 만하다.

박근혜 정부는 지방대학 육성을 주요 국정과제로 제시해 왔다. 지역산업과 연계한 특성화사업, 재정지원 확대, 인프라 구축 등을 본격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우수인재가 지역에 남고 지역발전에 기여하는 교육-지역발전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수차례 강조해 왔다. 지역인재의 수도권 대학 집중이 심각한 수준이고, 이러한 현상이 다시 지방대학과 지역발전에 악영향을 미쳐 국가 균형발전을 저해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그동안 지방대학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구체적인 육성정책이 나올지 큰 기대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의 대학 구조조정 방안을 보면 기대보다는 낭패감과 위기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

학령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 구조조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2018년부터 대학 입학 정원보다 고등학교 졸업생수가 더 적은 역전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방안처럼 전국 대학을 일률적으로 평가하여 3개 그룹으로 구분할 경우 살아남을 지방대는 거의 없을 것이다. 각종 정량지표를 근거로 하는 절대평가에서 지방대가 불리한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 결과 지방대학만 정원감축과 퇴출로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 교육의 중앙 집중화는 더욱 심해지고 균형발전에도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서울-수도권-지방대학 순으로 서열화가 고착된 상태에서 이러한 방식의 도입은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대학 구조조정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방대의 특수성을 인정해야 한다.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은 구조조정은 결국 지방대 고사정책에 불과하다. 평가대상을 나누고 잣대도 달리해야 한다. 수도권과 지방, 국립대와 사립대, 대학 규모별로 세분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교육의 질과 과정에 대한 평가도 공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평가위원이 누구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면 그 결과는 수용하기 어렵다.

현재의 위기상황 극복을 위해서는 대학의 적극적인 노력도 중요하다. 먼저 학생들을 잘 가르치고 교육의 질과 환경을 대폭 개선해야 한다. 지역산업 여건에 기초하여 산학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특성화 방안을 마련하여 지역에서나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자지체도 대학의 중요성에 대해 깊이 인식해야 한다. 지식기반사회에서 대학이 존재하지 않는 도시는 폐허나 마찬가지다. 더 이상 강 건너 불 보듯이 해선 안 된다. 대학, 지자체, 지역이 운명공동체라는 인식을 갖고 지방대학의 위기상황에 공동 대처해 나가야 한다.

안상근 (객원논설위원, 가야대 행정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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