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낙주 교수의 식품이야기
성낙주 교수의 식품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3.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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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여왕 ‘전복’
복족류에 속하는 전복은 전 세계적으로 100여종이 알려져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참전복, 까막전복, 말전복, 오분자기 등 4종이 서식하고 있다. 주로 수심 5~50m 되는 외양의 섬 지방이나 암초에서 생육하며, 바닷물이 깨끗하여 해조류가 잘 번식하는 곳에서 미역, 다시마, 감태 및 대황 등의 해조류를 먹고 산다.

이름난 먹거리의 대부분이 그러하듯 어물전에서 행세깨나 한다는 놈들은 임금님의 수라상에 올랐다는 걸 최고의 영예로 치는데, 전복 역시 그 옛날 진상품의 하나로 한 때 귀한 대접을 받은 놈이다. 아니 지금도 해산물 가운데 가장 비싸고 귀하게 상거래 되는 것으로 보아 ‘바다의 여왕’으로 손색이 없다. 실제로 전복은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등 동양권에서는 수산물 중 제일로 치고 있으며, 예부터 식용으로 해온 흔적을 패총 등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전복을 한자어로는 포(鮑) 또는 복(鰒)이라고 한다. 전복에 얽힌 이야기는 통일신라시대 때 축조된 포석정(鮑石亭)에서 찾아볼 수 있다. 포석정은 돌에 홈을 파서 낸 구불구불한 물고랑의 모형이 전복 껍데기를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이 곳에서 임금과 신하가 한자리에 모여 술잔을 돌릴 때 구불구불한 물고랑에 술잔이 멈춰서면 그 앞에 앉아있던 사람이 술을 마셨다고 한다. 정말 낭만적인 면이 있긴 하나 정사는 뒷전으로 하고 주지육림 속에 빠졌으니 그 당시 부패한 통일신라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 짝이 없다.

전복의 부산물인 전복 껍데기 역시 예부터 귀중하게 여겨 고려시대부터 나전칠기 공예가 성행케 되었다. 우리나라 나전 공예는 삼국시대에 당나라로부터 전래된 것으로 고려 때 눈부시게 발전하여 도자기와 더불어 고려의 대표적인 공예로 발전하였다. 당시의 이러한 상황은 송나라 사신 일행으로 고려에 왔던 서긍(徐兢)의 고려도경에 잘 나타나 있는데 ‘세민(細民)이 많이 먹는 해산물로는 전복, 새우, 대합, 게 등이 있다’고 하였고, ‘고려의 나전은 그 기법이 매우 세밀하여 귀히 여길만하며 나전이 장식된 말안장도 매우 정교하다’고 소개하고 있다.

중국 진시황의 불로장생 먹거리로 진상된 전복이 과연 명성에 걸맞은 효능이 있을까? 뭣 때문에 고상하고 귀하게 취급되었을까? 한의학 서적인 명의별감(名醫別監)에 의하면 ‘몸을 가볍게 하고 눈을 밝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명기하고 있다. 현대과학으로 볼 때 꽤 근거가 있는 이야기다. 전복에는 비타민 B1이 많아 피로회복이 뛰어나고, 뇌와 신경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며 소화를 돕고 성장을 촉진시킨다. 특히 청량음료, 라면, 스낵류를 즐겨먹는 청소년들에게 비타민 B1이 부족되기 쉬우므로 이를 보충하는데 도움이 된다. 또 타우린이라는 아미노산의 함량(약 1390mg/100g)이 매우 많아 비타민 B1과 더불어 피로회복에 좋다. 최근 타우린의 기능성에 대한 연구결과를 보면, 시력회복, 콜레스테롤 저하 작용, 신장기능 회복, 고혈압 및 노화지연 등의 효능이 밝혀지고 있다. 이외 인, 칼슘, 요오드 등의 무기질이 풍부하여 간과 신장의 보호 작용, 시력 증진, 허약체질의 개선이나 산후 조리에 좋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전복은 해조류를 먹고 살기 때문에 전복 한 마리를 먹는다고 가정하면 엄청난 양의 해조류를 간접적으로 섭취하게 되는 것이다. 해조류의 대표적인 기능성은 항암작용, 혈압저하작용, 정장작용, 혈전억제작용 등을 들 수 있다. 따라서 이들의 기능성을 나타내는 물질이 어느 정도 전복에 축적된다. 흔히들 전복을 먹을 때 전복의 내장을 윗사람에게 권하면서 ‘전복은 내장이 몸에 최고로 좋다’라고 하는데, 전복 내장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아직 완전히 소화되지 않은 해조류의 덩어리이다. 쉽게 말해 몸에 좋은 기능성 물질이 농축돼 있는 셈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전복 중에서도 내장을 최고로 여긴다. 중국에서는 2000년 전부터 전복을 최고의 강정식품으로 여겨 왔는데 그 이유는 상기한 바와 같이 비타민 B1과 타우린이 많고, 내장에 다량 함유된 여러 가지 기능성 물질 그리고 성호르몬의 생성과 관련이 있는 아연 등이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경상대학교 식품영양학과

전복
전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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