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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쫓던 남매는 나로호의 비상을 보았을까경남일보 선정 100대 명산 <76>천등산
최창민  |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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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1.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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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등산에서 칼바위방향으로 이어지는 암릉
 
 
 
 
알퐁스 도데의 단편 ‘별’은 프랑스 프로방스지방의 가난한 목동과 주인집 아가씨 스테파네트의 청순하고 풋풋한 사랑을 그린 내용이다. 스테파네트를 연모한 목동은 어느 날 본의 아니게 아가씨를 꼬드길(?)결정적인 찬스를 얻는다.

목동에게 며칠 치 식량을 전해주고 돌아가던 아가씨가 ‘강물이 불어 갈 수 없다’며 산으로 되돌아 온 것이다. 기회를 얻은 목동은 늦은 밤, 개똥철학 같은 ‘별자리 이야기’를 들려주며 아가씨 마음을 얻는데 성공한다. 목가적인 풍경의 배경, 낭만적인 서정, 순수성, 밤하늘 별 등이 가슴 여며지는 순결한 사랑을 전해준다.

같은 ‘별 이야기’라도 아름답고 순수한 얘기만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전남 고흥의 ‘벼락산 별 이야기’는 아름답기는커녕 방정맞다 못해 억울하고 허무하기까지 하다. 훗날 사람들은 이야기를 세련되게 가공하지도 않았다.

천등산 오름길 왼쪽에 우뚝한 벼락산은 산꼭대기에 큰 바위를 이고 있다. 아주 옛날 이 마을에도 별을 좋아했던 남매가 있었던 모양이다. 남매는 별을 한번 따 볼 요량으로 이 산 높은 곳까지 올랐다. 손에 닿을 듯 초롱초롱한 별이 만만하게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산꼭대기쯤 올라가면, 그것도 장대 정도만 들고 가면 별을 딸 수 있으리라 생각 했겠다.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정상에 올랐을 때, 별은 고사하고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오더니 천둥이 치고 비바람이 불어닥치면서 벼락이 떨어졌다. 남매는 허망하게도 벼락을 맞아 죽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바위산을 ‘벼락산’이라고 부른다. 한자로는 별학산이다. 그 바로 위에 ‘벼락’과 상통하는 ‘천둥’의 ‘천등산’이 있다. 천등산 벼락산 딸각산이 독립된 산이지만 한줄기로 꿰어 있어 하나의 산군이다.

▲천등산(天登山·550m)은 고흥읍에 있다. 천등 별학 딸각산 세 봉우리 모두 거대한 암산으로 구성돼 있고 그중 천등산 암릉이 등산객을 압도한다. 동쪽 팔영산과 함께 고흥반도를 대표하는 산이다. 지명의 유래는 앞서 언급한 것 외에도 ‘봉우리가 하늘에 닿는다’ 뜻과 ‘승려들이 정상에 올라 천 개의 등불을 바쳤다는 뜻’ 등이 있다. 정상의 봉수대 흔적은 옛날 동으로 마복산, 서로 장기산 봉수와 연결돼 있었다. 서쪽 산기슭에 금탑사가 있다. 극락전이 전남유형문화재 102호이고, 비자나무숲은 천연기념물 239호다. 인근에는 나로호 발사기지가 있다.

▲산행은 송정마을→월각문→딸각산(월각산)→활공장→앙천이재·임도 갈림길→갈림길→신선대(마당바위)→천등산 정상→암릉 위험구간→갈림길→칼바위→사스목재(임도)→별학산→송정마을 원점회귀. 10km에 휴식시간 포함 6시간이 소요됐다.

▲오전 9시 15분, 들머리 송정마을 송정교회, 풍안경로당 안길을 따라 들어간다. 양옆 들녘에는 마늘이 자라고 있고 유자가 노랗게 익어가고 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왼쪽 정상부근에 바위를 이고 있는 별학산(벼락산)이다.

할머니들이 마늘밭을 손질하고 있는 들길을 걸어 들어간 뒤, 작은 교량 앞에서 ‘딸각산2.4km, 천등산3.1km’ 이정표를 따른다.

천수답 마늘은 스프링쿨러 물줄기에 의지한 채 늦가을 가뭄을 이겨내고 있다. 들길 따라 10여분을 더 오르면 노란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오른쪽 산으로 붙는다.

숲을 헤치다시피해 오름짓을 하면 20여분 만에 한숨을 돌릴 수 있는 첫번째 암릉이 나온다. 바위에 줄기를 뻗어낸 마삭줄이 태양빛에 익어 여인의 입술처럼 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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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등산으로 단풍이 올라오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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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과 갈대
 

오전 10시, 고도를 높이면 전망대 같은 2번째 암릉이 나온다. 바다쪽 풍광이 아름답다. 끝 간데 없이 펼쳐진 바다와 섬, 방파제와 작은 배들, 해안을 따라 절묘하게 위치한 풍남마을이 평화롭다. 진행해야 할 방향으로 천등산은 안보이고 딸각산만 보인다. 안부로 내려섰다가 다시 오름길이다.

딸각산 9부 상에서 월각문을 만날 수 있다. 등로 상에 있지 않아 세심하게 살펴야 찾을 수 있다. 흔들바위처럼 덩그러니 놓인 독립된 바위 뒤로 돌아가면 나온다. 거대한 바위가 걸쳐 있어 개선문이나 독립문처럼 아치 형태를 이루고 있다. 월각문이 딸각산과 관련이 있다. 한자 달월(月)을 써 월각문→달각→딸각산이다. 바위를 밟고 오르면 딸각딸각 소리가 난다고 해서 딸각산이라는 설도 있다.

오전 10시 40분, 1시간 30분 만에 딸각산 정상에 닿는다. 산 아래 임도 건너 천등산 비럭의 위용이 눈앞에 둥실 떠오른다. 뒤로 풍남항, 앞으로 성벽처럼 버티고 선 천등산 바위벽이 대조적이다.

정상 한쪽에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이 있다. 봄날 바다로 열린 하늘에 패러글라이더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천등산으로 가려면 고도를 낮춰 임도까지 내려서야 한다. 임도가 넓고 정비가 잘 돼 있는 것은 패러 활공장이 있기 때문이다.

임도 앙천이재 갈림길에 있는 산중 화장실에선 신기하게도 음악이 흘러나온다. 이정표는 ‘철쭉공원 0.8km 천등산 1.3km사동마을 5km’ 를 가리킨다.

임도에서 바라보는 천등산은 보다 더 위압적이다. 암릉으로 구성된 산의 절반이 갈라진 뒤 임도 쪽으로 떨어져 반쪽만 남은 형태를 취하고 있다. 지금도 낙석이 진행 중이라 위험하기까지 하다.

정상에서 사동마을 쪽으로 마루금이 거대한 암괴다. 용이 있다면 그런 형태일 것이다. 정상이 용두, 용안이라면 날카로운 바위들은 용린이다. 천등산 쪽으로 방향을 잡아 300m 임도를 따라 오른 뒤 왼쪽 산으로 들어간다. 또 다시 시작된 된비알에 산우들의 숨소리가 거칠어진다. 시선이 높아지고 가까워짐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천등산의 위용에 가슴이 벅차고 장엄하다.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비경·선경에 의심이 없다.

하늘 끝 민둥산 고스락에 올라선다. 지나왔던 딸각산과 먼 바다. 왼쪽으로 잘 정비된 철쭉 공원이 역광아래 보인다. 청미래가 빨갛게 익어가고 있는 신선대 마당바위는 산행 휴식처로 그만이다.

오전 11시 30분, 2시간 20여분 만에 천등산 정상. 차곡차곡 쌓은 돌담은 봉화대 흔적이다. 과거 동쪽으로 마복산, 서쪽로 장기산 봉수와 연결돼 있었다. 전쟁이나 난리, 급박한 상황을 내륙으로 전했던 곳이다. 사방으로 눈을 돌리면 바다로 열린 소록도 거금도, 내륙으로 고흥의 명산 팔영산 마복산을 조망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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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학산(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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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미래
 


전국에 천등산은 4개 정도. 충북 제천에 있는 천등산(807m)이 가장 높고, 박달재가 유명하다. 경북 안동 천등산(574m)은 봉정사 극락전이 국보 15호로 이름났다. 엘리자베스여왕이 방문했었다. 완주에도 있다. 높이 707m이며 대둔산에 가려 손해를 보고 있다.

산 아래 금탑사가 새둥지처럼 자리하고 있다. 조선 중기 실제 기록이 있는 비구니 사찰로 정유재란 때 불탔다. 당시 절집 마당에 석탑은 기단과 1층만 남기고 사라졌다가 복원됐다. 설암 추붕(1651∼1706)이 칠언율시 금탑사구호를 썼고 고흥 출신인 영해약탄(1668∼1754)이 제금탑사를 노래했다. 절집 주변에 자생하는 비자림은 100년을 훌쩍 넘긴 자연림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이제 별학산 진행방향에 암릉 길이 이어진다. 오밀조밀한 바위사이 길을 지나고 또 바위를 오르내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왼쪽은 천길 낭떠러지, 오금이 저리고 술 취한 사람처럼 시야도 흔들린다. 암릉을 따라 20여분 진행 한 뒤 갈림길이 나온다. 이곳에서 주의가 필요한 구간이다. 경치에 취해 능선을 따라 곧장 진행하면 오른쪽 동북쪽으로 흘러가 미인치로 가게 된다. 칼바위→별학산으로 가려면 갈림길에서 왼쪽 벼랑 쪽으로 난 길을 추락하듯 내려서야한다.

낮 12시 10분, 출발 3시간 만에 오른쪽으로 ‘하늘이 낮다’며 곧추 선 칼바위가 보인다.

임도를 다시 만나는 곳이 사스목재. 도시 공원에 있는 의자와 탁자, 비가림 시설이 있고 이 방향 산으로 들어가야한다. 임도따라 내려가면 사동마을, 올라가면 거쳐 지났던 앙천이재로 간다.

별학산이 가까워진다. 정상 주변에는 등산로가 선명하지 않아 주의를 기울여야 오를 수 있다. 뒤돌아보면 딸각산에서부터 천등산 칼바위 지나온 길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바다쪽 전망이 특이하다. 중앙에 산줄기가 가르마역할을 하고 왼쪽이 풍남마을항구, 오른쪽이 백석마을이다. 기슭을 내려선다. 벼락같은 별 이야기, 청순한 사랑의 별 이야기, 두개의 별 이야기가 머릿 속에 맴돈다.

최창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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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각문과 들국화
천등산7
천등산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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