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작황 흉작... 피해 과일도 많아
올 작황 흉작... 피해 과일도 많아
  • 경남일보
  • 승인 2013.11.0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초보농사꾼의 귀농일지> 단감 수확
추수를 시작한지 엊그저께 같은데 벌써 가을걷이가 끝나가고 있다. 벼를 베어서 묵고, 세워 말려서 타작을 하는 광경을 이제는 찾아볼 수 없는 옛이야기가 되었다. 힘들었지만 흥겨웠던 타작마당에서의 일들이 생각나는 늦가을에 마지막 남은 벼논에서 수학하는 콤바인의 기계음이 힘차게 돌아간다.

빛깔이 붉은색으로 바뀌지 않아 남겨 두었던 대봉감을 마저 땄다. 일주일 사이 크기가 많이 굵어진 것 같다. 과일은 익기 바로 전에 커지는 것을 알 수 있다. 공판장에 내기 위하여 상자에 담아보니 크기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대봉감을 따면서 집안에 있는 감 따는 것을 두고 아내와 실랑이가 있었다. 나는 더 두었다가 낙엽이지면 따 보관했다가 홍시를 만들어 먹자고 했으나 아내는 지금 따 처분해 버리자고 맞섰다. 여름 한철 나무그늘 덕을 보긴 했으나 감이 수시로 떨어져 깨어지면서 마당을 더럽히기도 했다. 아침저녁으로 마당에 떨어진 감 치우는 일이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니었다. 내가 다른 일을 보는 사이 어머니와 아내가 사다리를 놓고 감을 모두 따 버렸다.

집안에는 감나무가 세 그루 심어져 있다. 한그루는 부유라는 단감이고, 다른 두 그루는 떫은 감인 대봉과 소금물에 담가 두었다가 겨울에 건져 먹는 침시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도 병충해도 잘 걸리지 않을 뿐더러 해거리도 않고 해마다 많이 열린다. 어머니께서는 마당에 걸어 사용하는 솥에서 나는 연기를 쐬어서라고 나름대로 진단을 하신다.

단감은 갑자기 손님이 찾아오면 몇 개 따 깎아내면 손님맞이로 안성맞춤 이었고, 침시는 겨울 간식용으로 우리 집에서 빠뜨리지 않고 해마다 담아왔다. 특히 설에 건져 먹으면 맛도 좋고 쓰임새가 많다. 대봉감은 독에 쌓아 보관했다가 홍시를 만들어 먹기도 했으나 단감을 재배하고 난 후부터는 귀찮아 그만두었다.

단감을 보내 달라는 부탁이 들어와 몇 상자 따서 택배로 보냈다. 올해 단감은 작황이 흉작이라고 한다. 봄에 찾아온 낮은 기온으로 한차례 냉해를 입어 꽃눈이 얼어 죽었기 때문이다. 유난히 더운 여름을 보내며 예년에 볼 수 없었던 병충해도 극성을 부렸다. 특히 감에 단맛이 들 무렵 극성을 부린 노린재 피해가 심했다. 노린재는 활동 범위가 넓어 이곳저곳으로 날아다니며 단감을 찔러 많은 피해를 남긴다.

노린재가 날아든다는 이야기를 듣고 노린재 방제를 위하여 추석 전 후로 여러 번 방제를 했다. ‘비화학적병해충 방제연구회’ 회원들이 함께 만든 천연물인 코스모스탄화물을 1000배액으로 섞어 일주일 마다 뿌렸다. 코스모스탄화물은 빈 땅을 얻어 코스모스 씨앗을 뿌렸다가 꽃이 필 무렵 채취하여 탄화물을 만들었다. 농약과 달라 코스모스탄화물은 노린재를 직접 죽이지 않고 쫓거나 날아오지 못하도록 기피제 역할을 한다고 한다. 코스모스탄화물을 뿌릴 때 유황이 든 탄화물과 마늘과 양파로 만든 탄화물을 섞어 뿌렸다. 유황은 살균제 역할을 할뿐만 아니라 함유한 농작물을 섭취할 경우 사람에게도 유익하다고 하여 자주 사용했다.

마늘과 양파로 만든 탄화물은 일부 멸구 등 유해 곤충을 쫓아낼 뿐 아니라 특히 모기가 날아들지 못하도록 한다. 이 탄화물을 뿌리고 나면 일주일 정도는 모기가 날아들지 않는다. 올해는 마늘과 양파 가격이 비싸지 않아 앞으로 2~3년 동안 사용할 탄화물을 만들어 두었다.

단감을 따보니 피해과일이 많이 나왔다. 온전한 것 같지만 따서 뒤집어 보면 노린재가 찔러 피해를 입힌 경우가 특히 많았다. 선별을 하다 보니 상품성을 잃은 과일이 15% 이상 나왔다. 어머니께서는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탄화물만 뿌려서 피해가 심한 것 같다며 나름대로 진단을 하셨다. 열린 감도 적은데 피해를 입어 상품성을 잃은 과일이 많아 속이 타서 하는 말이다.

그동안 비 같은 비가 내리지 않았는데도 채소는 무럭무럭 자라 무는 벌써 뽑아 먹는다. 한동안 벌레가 극성을 부려 애를 먹었는데 기온이 낮아지자 벌레도 흔적을 감췄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 무는 잎에 구멍을 뚫고 속잎을 갉아 먹어 죽기 직전까지 갔으나 최근 속잎이 나며 되살아났다. 배추도 갉아 먹으며 잎에 구멍이 숭숭 뚫리고 굵은 벌레 배설물이 굴러 다녔으나 최근 피해가 많이 잦아들었다. 하루가 다르게 속이 차며 포기가 굵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김장철까지는 속이 꽉 찬 배추로 자랄 것이다. /정찬효 시민기자



단감따기
초보농사꾼이 단감을 수확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