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평등의 가야 할 길
양성평등의 가야 할 길
  • 경남일보
  • 승인 2013.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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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 (객원논설위원, 수필가)
우리나라 여성의 기대수명은 세계 3위권에 속한다. 반면 출산율은 뒤에서 세 번째로 낮다. 여성의 삶의 질이 그만큼 향상됐다는 의미이다. 그런데도 WFE의 GGG(GROVAL GENDER GAP), 즉 여성평등지수는 조사대상 135개국 중 112위로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수년간 비슷한 상황이 유지되고 있고 최근에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조사보고이다. 물론 이 같은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학자도 없지 않다. 세계 최고의 교육수준인데도 문자혜택이 21위, 노동조건 84위, 임금은 남성의 40%대라는 보고는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주장이고 삶의 질이나 소득 등은 우리보다 객관적으로 훨씬 밑도는 부탄 등에도 못미치는 수준으로 조사된 것은 신뢰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WFE의 조사결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체감하는 여성의 지위는 눈에 띄게 높아졌다. 경제적 지위는 물론 문화적·사회적으로 양성평등에 접근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아직도 각 분야에서 유교적 잔재와 오랜 관습으로 인한 불평등이 없지는 않지만 우리 국민의 의식은 이제 양성평등을 당연시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여성인권은 민주주의의 본산인 미국에서도 1920년에야 여성인권을 명시할 정도로 그 역사는 길지 않다. 유럽도 중세까지만 해도 여성에게 정조대를 강요했고, 아랍권은 아직도 여성이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가 하면 여성할례를 강요하는 나라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양성평등 역사는 고려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도 여성 호주제가 허용됐고 재산분배권이 있었다. 여자의 재가가 허용됐고 자녀상속에 남녀구분이 없었다. 순서를 정할 때도 남성우선이 아니라 연장자순이었던 것을 보면 서양의 양성평등보다는 훨씬 앞선 사회제도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여성지위는 유교를 국교로 삼은 조선시대에 들어서면서 급격히 악화됐다고 볼 수 있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양성평등지수가 낮은 것은 사회제도나 국민의식보다는 이러한 관습에 연유한 바가 크다.

여성의 지위향상은 건강상태도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 그런데 최근 발표된 국민건강영양지수에는 눈에 띄는 현상이 드러나고 있다. 20대의 젊은 여성 4명중 1명은 영양실조이거나 영양과잉인 양극화 현상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먹을 것이 없어서가 아니라 과도한 다이어트와 폭식이 원인이라는 것이다.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여성도 46%에 달하며 여성의 흡연율도 13.6%에 달한다. 과도한 고위험 음주도 9.2%에 이른다는 조사보고이다.

또 다른 조사보고에는 여성들의 결혼연령이 점차 높아지고 이로 인해 첫 출산도 늦어지고 있다. 결혼을 하지 않는 여성도 늘어나고 있다. 남녀성비의 불균형까지 겹쳐 다문화가정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출산율이 낮은 것도 이 같은 이유이다. 우리사회의 이 같은 현상은 분명 여성의 지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오히려 여성의 인권신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남성들이 역평등에 노출되어 있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흡연과 음주가 죄악시되어 설 자리가 없어지고 중년에 이르면 가정의 경제권마저 아내에게 빼앗겨 겉돌고 있다. 자녀 양육권도 여성이 쥐고 있어 가정에서부터 소외되고 있다. 황혼이혼이 늘어나 외로운 독거노인 신세로 전락하고 조기퇴직 후에는 슬금슬금 아내의 눈치를 보는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루 세끼를 집에서 먹는 남자는 불출로 치부되고 일식이가 환영받아 할 일 없이 무작정 집을 나와 거리를 헤매거나 산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중년 남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떨어져 아스팔트에 찰싹 달라붙은 낙엽신세라는 한탄이 나오는 것이다.

WFE가 말하는 여성의 지위는 향상돼야 한다. 더욱 균등한 취업기회가 보장돼야 하고 좋은 조건에서 자녀를 양육할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 남녀의 임금격차나 사회진출에서의 불평등도 없어져야 한다. 그러나 양성평등으로 인한 남성에 대한 역차별도 이제는 심각하게 생각할 때이다. 유의할 점은 그동안 남성에 억눌려 왔던 여성에 의한 남성에 대한 적대감정이 사회문제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건강한 가정이 중요하다. 양성평등지수를 높이면서도 건전한 사회를 이룰 수 있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절실한 시점이다.
 
변옥윤 (객원논설위원,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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