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 후 사라질 고운단풍
40여년 후 사라질 고운단풍
  • 경남일보
  • 승인 2013.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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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기 (논설고문)
어느덧 아침과 저녁엔 초겨울의 차가운 기운마저 감도는 만추지절(晩秋之節)이다. 온 산하를 빨갛게 물들인 단풍의 계절, 자연의 섭리에 의해 온갖 열매가 영글어 과실을 수확하고 붉거나 노란 단풍이 한껏 자태를 뽐내다 낙엽으로 떨어지는 가을의 끝자락을 맞고 있다. 우리의 산천은 참 아름답다. 그 중에서도 울긋불긋한 단풍으로 물든 가을 산은 눈부시도록 아름답다. 매년 10월 중순에 이르면 한반도의 산야에는 온통 만산홍엽(滿山紅葉)의 가을색 단풍으로 물들여지면서 이 장관을 만끽하려는 나들이객들로 마냥 들뜬 분위기이다. 단풍의 장관이야 말로 가히 신비스럽기조차하다.

▶한반도도 이젠 계절을 믿지 못하게 됐다. 찜통더위에 시달리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난로가 그립다. 여름은 주섬주섬 꼬리를 내리고 가을인가 싶더니 금세 겨울이 오려는가보다. 산간지방엔 벌써 얼음이 얼었다. 참으로 속절없는 것이 계절이고 세월이다.

▶절기에 맞춰 사계절이 순환되는 기후로 인하여 우리의 생활습관은 환절기에 대처하는 방법에 익숙해 있다. 그 중에서 풍성한 가을은 많은 이들이 기다리는 계절이다. 누구도 선뜻 사계절이 있음을 자랑스러워하지 못할 만큼 봄, 가을이 짧아지는 아열대성 기후로 변하고 있다. 무더위를 밀어내고 우리 곁에 온 가을도 금새 겨울에게로 빼앗기면서 사라져버릴 것이라 한다.

▶40여년 후인 2050년쯤이면 한반도에서 지금 같이 색깔이 고운 단풍은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도 한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밤 기온이 점차 오르면서 화사한 붉은빛의 단풍은 그 빛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온 산을 붉게 물들이는 단풍을 두고 만산홍엽이라 했거늘, 머지않아 이 단어도 사라지게 될 것이라 생각하니 가을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이수기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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