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 시간을 정리하고 살아갈 삶을 꿈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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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13.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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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우 (한국국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작년부터 학생상담센터를 맡으면서 학생상담실을 좀 더 활성화시킬 목적으로 ‘성격의 재발견’이란 교양과목을 만들어 학생들과 소통하고 있다. 학과의 교과목을 가르치기도 벅차 처음에는 한 반만을 운영하면서 시작하였는데 올해 초부터는 두 반으로 늘려 운영할 정도로 학생들에게 호응이 있어 나 스스로에게는 만족감도 있지만 그만큼의 부담이 되는 과목이기도 하다. ‘성격의 재발견’을 수강한 학생들은 자신들의 성격을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수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초반에 몇 가지 성격검사를 하다 보니 학생들이 나보고 돗자리를 깔라는 소리를 하기도 하였다. 자신을 알게 되어 기분이 좋다는 학생과 무섭다는 학생 등 성격검사 이후 학생들의 반응도 다양하였다. 이 수업은 두 명이 수업을 진행하는데 중간고사를 기점으로 내가 먼저 성격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이론과 내이야기를 통해 성격의 형성을 중심으로 강의하고, 이후 학생상담센터 실장님이 성격검사와 성격유형별로 모아 집단상담 형식을 빌려 사람들마다 얼마나 다른 성격이 있는지, 사람들이 얼마나 다른지를 실제로 경험하게 해 학생들에게 알려주는 수업으로 진행된다.

‘성격의 재발견’이란 교과목을 만들고 수업의 진행방향을 잡은 내 솔직한 의도는 10여 년 동안 이 학교에서 내가 느낀 우리 학생들과의 생활을 통해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을 하고 싶어서였다. 성적이 아주 우수한 학생들은 아니지만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고 경험한 바에 의하면 어느 우수한 대학의 학생들보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잠재능력이 뛰어나고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능력을 자신이 모르고 있다는 안타까움이 언제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적어도 ‘성격의 재발견’이라는 이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지금까지 자신의 삶이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 한번쯤은 사회에 나가기 전에 자신을 뒤돌아볼 수 있게 해주고 싶었고, 그런 다음 자신을 인정하고 새롭게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 자신의 능력이 어떤지를 분명하게 알게 해주고 싶었다. 그런 다음 현실적으로 가능한 목표를 세우는 방법과 그 목표를 구체화시키는 방법을 알려주고 그 목표를 하나씩 성취해 나가는 기쁨과 그 모습을 자신이 직접 경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고 싶었다. 자신이 몰랐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기쁨이 얼마나 행복한지 알게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이런 나의 의도는 욕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겁이 나서 자신을 뒤돌아보지 못하는 학생,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는 학생, 자신이 있는 곳을 인정하지 못하는 학생, 자신의 능력이 얼마나 많은지, 얼마나 큰지 모르는 학생, 자신의 능력보다 너무 큰 욕심을 부리는 학생, 과거에 매달려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는 학생, 다른 사람의 눈으로 자신의 삶을 사는 학생, 반대로 다른 사람의 눈은 의식하지도 않고 오로지 자신의 눈으로만 세상을 사는 학생, 또 자신을 믿지 못하고 나를 비롯한 다른 사람을 믿지 못해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는 학생 등 이런 학생들을 만나게 되었을 때 내가 너무 큰 욕심을 부린다고 생각했었다.

‘성격의 재발견’이란 수업은 자신을 솔직히 드러내야만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어떻게든지 학생들에게 자신을 드러내는 연습을 시킬 수밖에 없어 내가 먼저 학생들에게 나를 드러내는 수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나의 모습을 학생들에게 드러내는 것이 처음에는 낯설고 쑥스럽고 힘든 일이었지만 조금씩 편하게 느껴질 때 학생들도 서서히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고 수업의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하였다. ‘성격의 재발견’이라는 수업을 통해 학생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는데, 정작 내 이야기를 하면서부터 내 삶을 뒤돌아보게 되고 나를 새롭게 발견하게 되었다. 마흔 넘어 내가 살아온 시간을 정리하고 살아갈 삶을 꿈꿔 보는 일은 누구나 쉽게 하는 일은 아니다. 누구나 인생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자신의 삶은 드라마틱해서 소설 몇 개 분량이었다고들 한다. 인생의 중간쯤에 서서 내가 살아갈 삶을 위해 내가 어떻게 또 변해야 하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지 않을까.

 

이한우 (한국국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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