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 만화축구를 보고싶다
조광래 만화축구를 보고싶다
  • 경남일보
  • 승인 2013.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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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만 (위키트리 부회장)
지난 일에 가정이란 소용없다. 그래도 축구협회가 조광래 감독에게 계속 대표팀을 맡겼더라면 ‘만화축구’는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궁금증을 버리지 못한다. 의욕과잉이 소화되지 못해 팀이 지리멸렬했을 가능성도 없진 않다. 그러나 그와 함께한 내 경험에 비춘다면 대표팀은 아시아를 넘는 최고의 패싱축구팀이 되어 세계축구의 화제가 돼 있을 것으로 믿는다. 가장 영민하고, 가장 창의적인 지도자여서 능히 이뤄낼 일로 보기 때문이다.

그의 ‘만화축구’는 경남FC에서 창안돼 꽃봉오리를 맺었었다. 조 감독은 경남FC를 맡은지 2년반만인 2010년 5월 창원경기장에서 서울을 꺾고 팀을 K리그 1위로 등극시켰다. 서울, 전북, 삼성 등이 연 250억원 정도 예산을 쓰고 나머지 기업구단들도 200억원 내외의 예산을 쓴다. 100억원에 못 미치는 시민구단 경남의 돌풍은 감독의 열정과 안목, 창의력 없이는 설명할 수 없는 기적이었다. ‘정몽준 축협체제’가 영원한 야당인사인 조 감독을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한 것은 바로 경남의 기적에대한 뜨거운 여론과 기대를 반박하지 못한 탓이었다.

나는 조 감독의 진주고 1년후배지만 경남FC에서 경영자와 감독으로 만났다. 나는 구단경영과 관중유치에만 신경을 썼다. 선수단 구성과 경기는 전적으로 ‘천재’의 영역이었다. 그도 어떤 경우에도 ‘감독’의 선을 넘어서는 일탈을 하지 않았다. 우리는 이 팀웍을 바탕으로 성적 1위만 아니라 당시 축구연맹이 조사한 구단이미지 등 5개 조사항목 모두에서 4위 안에 드는 ‘명문신화’를 만들었다. 그해 7월 조 감독이 국가대표팀을 맡으면서 경남의 신화도, 만화축구도 꽃봉오리를 터트리지 못했다. 당시 김태호 구단주와 경남FC는 진주 도립의료원 앞에 있는 도 소유지 2만2000평을 개발해 선수단 훈련기지와 유소년팀인 진주고 전용훈련구장으로 활용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었다. 조 감독의 상경, 구단주의 불출마 등으로 이 계획은 사라졌지만 언제든 되살려볼 만한 구상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되살려야 할 구상은 조 감독의 만화축구다. 경남의 서포터스들이 얼마 전 조 감독의 복귀를 구단에 요청했다고 들었다. 조 감독 본인도 “팬들이 원하는데…”하고 화답했다 한다. 그러나 그의 복귀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는 비구상(非具象)의 천재성과 금욕의 헌신까지 요구하는 지도자다. 그런 탁월성과 열정은 때로 비범하지 못한 경영진과 선수들을 비감케 한다. 그런 갈등의 흔적들이 여러 군데 남아 있다. 그가 선수를 보는 첫 항목도 실력이 아닌 천재성의 여부다.

나는 아시아를 위해 조광래의 만화축구가 완성되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믿는다. 허준의 동의보감이 동양의학 전체를 업그레이드했다. 조 감독이 아시아인에게 맞는 맞춤형 축구를 완성시킨다면 이는 아시아 축구를 업그레이드시키게 된다. 천재에게 꽃봉오리를 터트릴 기회를 줄 구단이 어디 없을까. 축구의 동의보감을 쓰는 일이다.

김영만 (위키트리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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