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콘·가을무 추위 닥치기 전 수확해야
야콘·가을무 추위 닥치기 전 수확해야
  • 경남일보
  • 승인 2013.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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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사꾼의 귀농일지> 가을걷이
커지는 일교차만큼 하루가 다르게 온도 차이를 나타내며 계절은 겨울을 향해 달리고 있다. 무서리가 하룻밤 사이에 된서리로 변해 흰 눈이라도 내린 것처럼 대지를 하얗게 뒤덮더니, 끊는 물에 데쳐 꺼낸 듯 농작물이 까맣게 얼어 죽었다. 신기한 것은 갓 돋아난 냉이, 개불알풀, 쇠별꽃의 부드러운 새싹은 멀쩡한데, 늙고 거친 고구마, 깻잎, 호박은 물론이고 두터운 감나무 잎까지 한차례 된서리를 견디지 못했다. 농작물을 재배할 때 계절과 지역에 따라 품종과 작물을 달리 선택해야 하는 큰 이유가 기온 차에서 나타나는 자연현상의 영향이라고 한다.

날씨가 영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예보를 듣고 서둘러 이것저것 수확을 마쳐야 했다. 단감을 수확하면서 빛깔이 나지 않아 남겨두었던 열매를 나무에서 우선 따 내렸다. 단감은 영하의 기온에서 얼어버리면 상품성이 떨어져 판매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차례 된서리를 맞아 잎은 얼어 시들었는데도 열매는 온전하게 달려있어 다행이었다.

일손이 나지 않아 그냥 두었던 야콘이 서리를 맞고 잎이 시들어 새까맣게 변했다. 남아메리카 안데스지방이 원산지인 야콘은 저온에 약할 수밖에 없어 추위가 닥치기 전에 수확을 마쳐야 한다고 했다. 아는 분이 종자를 주면서 취미로 재배 했다가 수확하여 겨울 간식으로 먹으면 좋다고 권하여 심었던 것이다. 수확도 어렵지 않아 줄기를 손으로 잡고 당기면 주렁주렁 달린 뿌리가 쉽게 뽑혀져 나왔다. 넓은 면적은 아니지만 수확을 해보니 겨울 간식으로 가까운 친지와 나눠 먹을 정도는 되었다.

어머니께서 기온이 떨어지면 무가 언다며 걱정을 하셨다. 가을무는 겨울 반찬 재료로 없어서는 안 된다며 춥기 전에 뽑아 얼지 않도록 보관해야 한단다. 예전에는 보관을 위하여 땅을 파 구덩이를 만들고 무를 넣은 후 볏짚을 두텁게 깐 다음 얼지 않도록 흙을 덮었다. 구덩이 한쪽에 손이 들어갈 수 있는 입구를 만들고 볏짚으로 막아 싱싱한 무를 겨울 내내 꺼내 먹을 수 있도록 했지만 지금은 플라스틱 통에 담아 부직포를 씌워 창고에 보관한다. 무를 뽑으며 잘라낸 무청은 따로 짚으로 엮어 그늘에서 말렸다가 겨울 내내 밑반찬으로 쓴다.

무수확을 마치자 어머니께서는 이제 김장만 하면 겨울 채비는 끝난다며 한시름 들었다고 웃으셨다. 아직 큰 추위가 닥치지 않아 큰 무만 뽑고 작은 무는 그대로 두었으니 당분간은 밭에서 뽑아 먹을 수 있어 저장한 무를 소비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과수원에 뿌리기 위하여 보관해 왔던 호밀씨앗 뿌리는 것을 잊고 있었다. 다른 일 때문에 씨앗을 나눠 가졌던 분에게 전화를 했다가 호밀 이야기를 꺼냈더니 파종시기가 지났다며 빨리 뿌리라고 했다. 호밀과 보리 등 월동작물은 입동을 전후로 파종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종자를 뿌릴 때 내년에 베는 것까지 감안하라고 했다. 호밀은 가을에 파종 하면 씨앗이 발아하여 겨울을 나고 봄이 되면 크게 자라 다른 풀이 자라지 못하도록 한다. 무성하게 자란 호밀은 늦은 봄이면 열매를 맺고 초여름에 씨앗이 여물면 보리처럼 노랗게 말라 죽는다.

크게 자란 호밀을 베어 바닥에 깔아두면 썩어 거름이 되어 과수원에 영양을 공급한다. 호밀을 이용하여 농작물을 재배하는 또 다른 이유는 호밀은 뿌리가 깊게 뻗어 토양 깊은 곳까지 산소를 공급 토양을 개량하고 미생물의 활동이 활발해 진다고 한다. 다소 거친 땅에서도 잘 자란다는 호밀을 이번에 배나무를 베어내고 다른 나무를 심기 위하여 평탄 작업을 마친 빈 밭에도 뿌렸다.

호밀 씨앗을 뿌리며 예전 보리 심던 기억을 떠올려 보았다. 벼 수확이 끝나면 쟁기로 두둑을 만들었다가 논흙이 어느 정도 마르면 씨앗을 흩고 괭이나 작은 메로 흙덩이를 부수어 씨앗을 덮었던 기억이다. 이른 봄이면 서릿발에 들뜬 보리가 말라 죽지 않도록 보리를 밟았던 기억은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이번에 호밀 뿌리는 시기가 다소 늦기는 했지만 큰 추위가 닥치지 않으면 며칠 후에는 파랗게 새싹이 돋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수십 년 만에 다시 빈 밭이 아닌 호밀이 밭을 가득 채운 푸른 겨울을 상상해 보았다.

/정찬효 시민기자

야콘수확
초보농사꾼이 야콘을 수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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