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수 기자
일부 성인들 사이에는 다문화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며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증)’현상까지 나오고 있다. 이처럼 다문화라는 말이 우리사회의 통합을 저해하며 차별적인 용어로 전락하고 있다. 왜 그럴까. 이는 다문화가 애초의 취지와 달리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아우르지 못하고 특정 부류를 지칭하는 좁은 의미로 굳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문화가족지원법의 경우 다문화 범주를 국제결혼을 한 가정 정도로 국한하고 있다. 근래에는 외국인 근로자, 유학생, 재외동포, 새터민 등으로 범위를 점차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보면 다문화는 장기체류 외국인 범주를 넘어 모든 국민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애초에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것이다. 이렇다 보니 다문화에 정작 다문화가 없다는 성토가 나올 수밖에 없다. 내국인은 변화의 대상에서 제외된 동화주의 정책이 더욱 고착화되는 가운데 이민자들의 소외감은 점차 커지고 있다.
우리사회의 밝은 미래를 위해 ‘다문화인’이라는 용어를 더 이상 사용하지 말 것을 제안한다. 외국인 혹은 이주민을 미화해 부르는 명칭으로 이해하지만 이는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 애초 이 용어는 우리 정부가 국제결혼을 통해 이뤄진 가족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부여하고자 ‘다문화가족’이라 칭하면서 생겨난 행정용어다. 이후 ‘다문화가족지원법’과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생기면서 널리 퍼지게 된 것이다. 지금은 오히려 경제적 빈곤이나 다른 피부색 등을 은유하는 용어로 각인돼 구분과 배제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용어다.
‘다문화’는 특정범주에 속하는 ‘사람’을 이르는 명칭으로는 부적절하다. 당연히 ‘다문화가정’이라는 용어 또한 적절하지 않다. 애써 용어에 대해 따지는 이유는 이 용어가 ‘다문화사회’의 정의와 지향점을 왜곡하는 데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다문화주의정책’은 1971년 캐나다 정부가 처음 채택한 정책으로 이후 미국과 유럽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 현실과는 맞지 않는 부분은 개선해야 한다. 평등한 관계 속에 교류가 원활하고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와 복지가 실현되는 사회를 위해 다문화라는 말을 이제는 사용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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