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 집에서 출발하라
걷기, 집에서 출발하라
  • 경남일보
  • 승인 2013.1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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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수 (미래촌아이 동장)
‘집에서부터 걸어서 광화문까지 오세요. 오후 4시에 만나요.’ 매월 한번씩 이런 과제를 실행해 본다. 각자의 집 위치와 거리는 제각각이다. 인천에서 걸어오면 8시간 걸리니 새벽에 나서야한다. 충무로에서는 30분, 강남에서는 3시간, 분당에서 5시간이 걸린다. 각자가 지도를 펴 놓고 경로와 출발시각 정하고, 먹을 것도 알아서 챙긴다. 한결같이 홀로 하는 거다. 걸어서 도착하기에는 신체적으로 무리라고 생각되면 어느 지점에서 버스나 전철을 이용할 것인가 미리 준비한다.

계획단계에서 반드시 선배나 유경험자에게 도움을 청해 멘토와 멘티 관계를 형성시켜 놓는다. 가끔 동반자가 있어도 좋겠지만 항상 자기주도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도시의 거리에는 안내표지판이 곳곳에 있어 지도와 맞춰 가면 된다. 농촌지역에서는 지나가는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 현명하다. 이것 또한 인생길과 같다. 목적지에 닿으면 거리가 멀어 조건이 어려웠던 친구는 환호를 하고, 완주한 모두는 기쁨으로 흥분한다. 가까이서 온(조건이 좋았던) 친구는 왠지 초라해 보인다. 열악한 조건을 혼자의 힘으로 이겨낸 열정과 환희가 건전사회를 만들어 가는 힘의 요체요, 바른 길이라는 것을 보는 현장이다.

요즈음 아이들 공부 방법으로 자기주도학습이 대유행이다.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돼 아이들이 제힘으로 제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를 가려내는데 초점을 맞추는 제도로 바뀌었다. 이에 자기주도 학습법에 대한 책이 시중에 많이 나와 있고 학원 강의도 많다. 어느 지자체에서는 ‘자기주도 학습센터’를 지어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예전엔 공부할 수 있는 환경만 만들어 주면 끝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고, 아니면 강한 간섭과 통제로 고삐를 죄었다. 이에 비해 자기주도학습은 아이가 주체가 되어 계획표를 짜고 이를 실천하는 의지가 기본이 된다. 선생님·선배·학부모는 멘토가 되어 학습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 자기주도학습에서는 ‘알려주고 보여주고 시켜보고 질문하고 경청하고 피드백하고 고쳐주는 등’ 학습코칭도 중요하지만, 멘토가 헷갈리는 갈림길 요소요소에서 거리의 길 안내표지판이 되어 안내 역할을 해 준다. 각자가 다르다는 바탕 위에 자기주도학습을 익히고 나면 자기 스스로 공부하는 것이 생활화돼 홀로 이를 실천하게 된다.

장애가 있어서, 가난한 집안에 태어나서, 낙후된 내 고장이어서 등 이러한 환경은 뒤바꿀 수는 없다.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운명의 조건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제힘으로 이를 헤쳐 나가는 방법을 알려 주는 것이 자기주도학습이다. 이 자기주도학습과 걷기프로그램인 ‘집에서 출발하라! START HOME!’은 같은 맥락이다. 홀로 걸어서 목적지에 닿는 것은 몸 건강을 챙기는 일이고, 자기주도학습은 정신건강을 다독이는 일이다. 건전 세상을 펴 나가는 힘을 키우는데 ‘집에서 출발하라! Start Home!’ 걷기와 자기주도학습법은 매우 유용한 일상생활 양식임에 틀림없다.

김만수 (미래촌아이 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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