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용 쪼개기 이제 그만 합시다
선거용 쪼개기 이제 그만 합시다
  • 경남일보
  • 승인 2013.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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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근 (가야대학교 행정대학원장)
대한민국이 두개로 쪼개져 있다. 남한과 북한, 수도권과 지방, 보수와 진보, 대기업과 영세상인,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곳곳이 대립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문제를 해결하고 갈등을 조정하기보다는 선거 때만 되면 이러한 현상을 이용해 재미 볼 일만 찾고 있다.

“재미 좀 봤다”는 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행정수도 이전을 놓고 했던 유명한 말이다. 겉으로는 국토 균형발전을 내세웠지만 사실상 선거용이었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국가기관 쪼개기 공약으로 충청권 민심을 얻어 당선됐던 노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수도 이전의 약속은 지키지는 못했지만 결국 행정중심 복합도시인 세종시를 탄생시켰다. 이명박 정부 들어 세종시 수정안이 논의되기도 하였지만 대국민 약속을 앞세운 당시 박근혜 의원의 반대에 부닥쳐 무산됐다. 이 사건으로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 이미지를 더욱 굳히고 충청권의 지지기반을 강화했기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도 세종시로 재미 좀 본 사람이다.

국가 균형발전에 대한 평가는 후일로 남겨 두더라도 행정기관 쪼개기가 선거용 재미를 보는 데는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것은 이미 입증되었다. 이렇게 확실한 약발을 가지고 있는 쪼개기 공약을 정치인이라면 써먹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지난 도지사 보궐선거시 여당 대표를 지낸 거물 정치인답게 홍준표 후보가 먼저 쪼개기 공약을 치고 나왔다. 낙후된 서부경남의 발전을 위해 서부권에 경남도청 제2청사를 설치하겠다는 것이었다. 내친김에 일부 도단위 공공기관의 이전도 약속했다. 심지어 경남도청사를 마산으로 이전하겠다는 공약까지 내걸었다. 통합창원시 청사의 위치선정을 고려하여 결정하겠다는 단서를 달긴 하였지만 해당지역 주민들에게는 제법 솔깃한 말이었다. 행정기관 쪼개기나 공공기관 이전을 통해 낙후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공약은 명분상 누가 봐도 그럴 듯하다. 지역발전을 촉진하는데 어느 정도의 파괴력을 지니고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성장의 불씨는 될 수 있기 때문에 지역민이 거는 기대는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책임 있는 정치 지도자의 약속은 다시 주워 담기 어렵다. 서부경남 주민들은 벌써부터 도청 제2청사의 조기 개청과 일부 공공기관 이전을 촉구하고 나섰다. 도민의 행정 접근성 향상과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도지사 후보의 약속을 믿고 지지해준 서부경남 주민들의 당연한 요구다. 경남도에서도 구체적인 공약 이행방안을 제시하고 추진 중이지만 계획대로 속도를 내고 있는지는 오리무중이다. 다음 지방선거에서 더 이상 이 문제가 논란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당초 약속처럼 내년 5월까지 반드시 착공해야 한다. 선거 유불리를 따져 더 이상 미적거릴 일도, 책임을 어디에 떠넘길 일도 아니다. 세종시의 사례에서 보듯 약속은 지키는 게 답이다.

최근 예상 밖에 박완수 창원시장도 행정기관 쪼개기를 하겠다고 나섰다. 창원시청을 쪼개서 마산에 제2청사를 두겠다는 것이다. 제2부시장 소관을 마산지역으로 보내고 기존의 구청 2개와 합치면 공무원 숫자가 옛 마산시청 공무원 숫자보다 많다는 것이다. 지난 도지사 경선에서 상대후보의 행정기관 쪼개기 전략에 막판 뒤집기를 당한 창원시장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크겠지만 마산 배려정책으로 공무원 숫자 갈라 붙이기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마산 소외론에 대한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자칫 선거용으로 오해받을 일이다.

지역간 균형발전의 주장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정당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행정기관 쪼개기로 균형발전을 촉진하겠다는 전략은 덧셈이 아니라 뺄셈의 논리다. 미래 성장동력을 육성하고, 지역의 특색 있는 잠재역량을 발굴하고, 지역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덧셈전략을 펴야 한다. 그것이 균형발전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이다. 네 것 빼앗아 내 것 만드는 우물 안 개구리식 정책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지역민의 갈등만 증폭시키고 당당한 경남의 모습도 아니다.
안상근 (가야대학교 행정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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