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숫자 이야기
재미있는 숫자 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3.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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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 (한국농어촌공사 의령지사 과장)
언제부터인가 불교의 수행법 중 하나인 절(拜)을 사찰이나 수행처가 아닌 길거리에서 종종 볼 수 있다. 그곳에서 절은 수행의 목적보다는 개인이나 단체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108배를 하기도 하고 천배를 하기도 한다. 또 어떤 목적지를 가지고 세 발짝 걷고 한 번 절하는 삼보일배를 행하기도 한다. 절이란 나를 한없이 낮추는 하심(下心)의 표현이라고 하니 볼썽사나운 멱살잡이 보다는 백번 지혜로운 방법으로 권장할만하다. 불교에서 108배는 인간이 일으키는 번뇌가 108가지이므로, 번뇌 하나에 절 한 번을 하는 것으로 그것들에서 자유로워지고자 하는 수행법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오늘은 이런 종교적 의미를 벗어나 108이란 숫자가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알아보는 것으로 일탈의 재미를 느껴보고자 한다.

지구의 지름을 적도에서 측정하면 1만2756㎞라고 하는데 태양은 지구 지름의 108배라고 한다. 우리나라 국보 제108호는 백제 유민들의 망국의 한과 선조들의 명복을 빌기 위해 만들었다는 ‘계유명삼존천불비상’으로 국립공주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또한 보물 제108호는 고려시대에 조성된 ‘부여정림사지석불좌상’이며, 사적 제108호는 문익점 선생이 장인 정천익과 처음으로 목화를 심은 산청군 단성면 ‘목화시배지’이다. 천연기념물 제108호는 서해바다 바람을 막기 위해 조성한 전남 함평의 느티나무·팽나무·개서어나무 숲이며, 중요무형문화재 제108호는 목조각장인 목아 박찬수씨와 송헌 전기만 씨다.

스포츠에서도 108이란 숫자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미국의 메이저리그에서 활동하던 박찬호 선수의 말에 의하면 야구공의 실밥 수가 108개라고 하니 재미삼아 확인해 보시길. 얼마 전 미국 내셔널리그 류현진 선수가 3차전에서 108개의 공을 던져 팀을 2연패에서 건져냈으며, 코리안리그에서 삼성의 좌완투수 장원삼이 대구경기장에서 두산과의 7차전 경기에서 108개의 공을 던져 승리투수가 되었다. 또한 맨발의 투혼으로 기억되는 박세리를 시작으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올해의 선수상’이 확정된 박인비와 같은 골퍼들이 기를 쓰고 노려보는 골프 홀의 지름이 4.25인치로 108mm라고 한다.

‘나랏말?미 중국에 달?’로 시작되는 훈민정음 서문의 글자 수가 모두 108자이며, 내장산의 단풍 중 일주문에서 내장사까지 108그루의 단풍나무가 만들어내는 터널을 최고의 백미로 꼽고 있다. 재작년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파견된 한국의 소방구조대원은 108명이며,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는 108만 표 차이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경남도교육청 발표에 따르면 2014년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자가 3만9316명으로 작년보다 108명이 줄었다고 한다. 이처럼 무엇이든 관심을 가지면 보이지 않던 부분까지 볼 수 있으니 재미있지 아니한가?

강신 (한국농어촌공사 의령지사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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