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철새들은 다시 돌아간다
겨울 철새들은 다시 돌아간다
  • 경남일보
  • 승인 2013.1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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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우 (경남대학보사 편집국장)
어느덧 한 학기도 마무리돼 가고 있다. 학생선거를 끝낸 교정의 분위기는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거기다 차가워진 공기 탓에 손은 자연스레 호주머니 속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캠퍼스 내에도 겨울을 준비하는 바쁜 움직임은 계속 진행 중이다.

이미 철새들은 겨울준비를 위해 먼 곳에서부터 이곳 남쪽바다까지 날아왔다. 우리 고장의 대표 겨울철새 서식지인 주남저수지에 가면 시베리아와 중국에서부터 날아온 철새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20여종의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가창오리를 비롯해 40여종의 다양한 겨울 철새들이 서식하고 있는 주남저수지는 지금이 가장 성수기다. 오는 7일부터는 주남저수지에서 겨울 철새축제가 예정돼 있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겨울 철새들이 이곳 먼 남쪽 땅까지 날아왔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철새들도 겨울을 보내고 다시 봄이 오면 우리 곁을 떠난다. 아니, 어떻게 보면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리라. 추워진 날씨 탓에 잠시 집을 비워두고 먼 남쪽을 향해 날아왔을 뿐 겨울 철새들도 저마다 고향이 있다. 그리고 따뜻한 봄에 제 집을 찾아 다시 돌아간다.

이는 우리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저마다 제 집을 두고, 가족을 두고 먼 곳으로 유학을 와서 함께 캠퍼스를 누비던 학생들도 기말고사를 끝으로 이내 흩어진다. 지금보다 더한 쓸쓸한 분위기가 교정에 내려앉을 것이다. 지난 봄부터 진리의 상아탑에서 함께 골머리를 아파하던 친구와 선후배들과 이별을 할 시간이 벌써 다가왔다는 말이다. 지난 시간들을 되짚어보면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진로문제에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기도 하고,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 때문에 가슴도 아파해보며, 후배에게 대학생활에 대한 조언도 해주기도 했다. 그러한 시간들이 썰물처럼 이내 흘러가 버리고 나니 긴 여운과 이루지 못한 일에 대한 반성이 마음 한켠에 자리한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아쉬움이 큰 것은 다름 아닌 소중한 인연들과의 이별이다. 대학생활을 하며 가장 크게 느꼈던 것은 사람과의 만남이었다. 진리를 탐구하는 대학에서 공부도 필요하지만 사람을 통해서 배우는 공부가 더 많았다. 그리고 한 학년씩 계급장이 달라질 때마다 늘어나는 후배들과 새로운 만남도 그 무엇보다 정겨울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 겨울이 다가오면 다시 이별한다. 겨울방학을 코앞에 두고 저학년 남학생들은 군 입대를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고, 고학년 선배들은 취업걱정에다 우선 휴학을 할 생각에 잠 못 이루고 있다.

예정된 만남이란 이 세상에 없다고들 한다. 수십억 인구 가운데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서 태어나 이곳 대학이란 공간에서 만난다는 것은 그 누구도 조종할 수 없는 일이니 말이다. 그리고 처음 만난 사람들과 마음이 맞아 함께 대화를 나누며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진다는 것, 이보다 더 우연하고 신기한 일이 어디 있을까.

다만 예정된 만남이 없듯, 예정된 이별도 이 세상엔 없다. 웃고 떠들던 순간들이 엊그제 같은데 갑작스러운 이별을 선택해야 할 때 그보다 더 가슴 아픈 것은 또 없다. 그동안 조금 더 잘해주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미안함 그리고 이별에 대한 섭섭함만이 이별이란 단어와 동승한다. 한 해가 마무리돼 가고 있는 이맘때 이별이란 단어를 곰곰이 생각해보는 귀중한 시간들이 됐으면 좋겠다.

 

김대우 (경남대학보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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