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디자인하여 각인시키자
이야기를 디자인하여 각인시키자
  • 경남일보
  • 승인 2013.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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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수 (한국국제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캐럴을 듣고 산타클로스와 성탄 트리를 보면 연말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마 모든 나라 사람들에게는 동일한 현상이다. 즉 산타클로스, 캐럴 그리고 성탄은 모든 나라의 공동 소유라고 인식했는데 이런 생각이 틀렸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다.

핀란드 헬싱키에서 기차로 10시간이나 걸리는 북쪽 라플란드 주의 수도인 로바니에미(Rovaniemi)에는 연중 많은 인파가 몰려드는데 특히 성탄시즌이면 더욱 붐빈다. 사람들이 이 도시를 찾는 이유는 살아 있는 산타클로스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산타클로스가 이곳을 자신의 거처라고 선언한 스토리텔링 디자인에 따라 도심에서 약간 떨어진 한적한 숲속에 ‘산타 빌리지’가 아름다운 모습으로 조성되어 있다.

모든 사람의 공동 소유인 산타클로스를 먼저 선점한 인구 6만여 명의 작은 도시 로바니에미의 산타 빌리지. 2011년에 약 33만 명이 방문했는데 그중 85%가 외국 관광객이었다고 한다. 마치 산타클로스가 로바니에미만의 소유인 것으로 착각하게 한다.

뉴욕 타임스퀘어의 새해맞이, 도쿄의 풍선 날리기, 런던 빅벤의 불꽃놀이, 파리 에펠탑의 조명쇼, 그리고 서울의 보신각 타종 등 도시마다 색다르게 새해를 맞는다. 하지만 시차 때문에 이들 도시보다 일찍 새해가 시작되는 호주 시드니의 화려하게 디자인된 불꽃놀이는 시드니 항구의 열다섯 군데에서 동시에 쏘아 올리는 불꽃들이 입체적으로 어우러져 큰 감동을 준다. 지역성을 통해 마치 불꽃놀이는 호주 시드니만의 것이라고 착각하게 한다.

이는 공동의 것을 먼저 선점한 후 철저한 디자인 전략을 통해 자신들만의 것으로 각인시켰다면 진주 유등은 위의 경우와는 차원이 전혀 다르다. 분명 진주 유등은 진주만의 역사성과 지역성을 갖고 있다. 즉 진주에서 개최되는 진주유등축제가 대한민국의 대표축제로 인정받고, 많은 사람들이 입을 통해 이를 인정하며, 그리고 한국을 대표하여 세계의 유사행사에 초대되어 전시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를 방증해 주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서울 등축제와의 많은 갈등으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분명 진주만의 것인데 타 지역이 쉽게 모방하고 자신들의 것이라고 억지를 부리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이는 디자인 전략의 부재와 마케팅의 미숙에서 기인했다고 조심스럽게 주장해 본다.

또한 문제해결 방법으로는 유등의 역사성을 근거로 이야기와 체험이 수반된 스토리텔링 디자인의 도입, 지역성이라는 이점을 활용한 일상적인 행사로의 전환 등을 신중하게 검토해 보자. 이를 통해 유등은 진주만의 것이라고 모든 사람에게 각인시키자. 또 세밀하게 점검한 후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여 자존심도 회복하자.

조용수 (한국국제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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