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적 해법 찾을 때
이성적 해법 찾을 때
  • 양철우
  • 승인 2013.12.1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철우 기자
밀양에서 한 주민의 ‘죽음’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일 밀양시 상동면 고정리의 주민 유모씨가 음독했다. 유씨는 4일 간이나 사경을 헤매다 6일께 숨졌다.

송전탑 반대대책위는 ‘송전탑 때문에 음독했다’고 주장한 반면 경찰은 송전탑 외에 ‘복합적 원인’이 작용했다고 맞서고 있다.

우선 경찰은 유족의 최초 진술 등을 토대로 음주, 돼지가격 하락 등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 주민이 평소에 술을 마신 후 버릇처럼 ‘죽겠다’는 말을 한 번씩 했고 음독 당일에도 온종일 소주를 3병 이상 마신 상태였다고 밝혔다. 또한 돼지가격이 하락하고 축사도 잘 처분되지 않아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또 음독현장에 있던 가족들이 “송전탑 때문에 죽는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사실이 없다고 최초 진술했다”며 유족이 동의한다면 유씨가 병원에 이송됐을 때 경찰관과 음독현장에 있었던 유족이 나눈 대화를 녹음한 자료도 공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밀양 765㎸ 송전탑 반대대책위는 7일 분향소가 차려진 영남종합병원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유씨가 송전탑 문제로 고뇌하다 목숨을 끊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유씨가 지난 11월 자신의 집과 농장이 송전선로에서 매우 가깝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 크게 낙심했다”며 “양돈 농장을 처분하려고 부동산을 내놨지만 송전탑 경과지라는 이유로 거래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유씨가 지난 4일 대책위 대표인 김준한 신부와 병실에서 만났을 때에도 “철탑이 들어서면 아무 것도 못한다. 살아서 그걸 볼 바에야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대책위는 “음독 전후 사정과 숨지기 이틀 전 대책위에 전한 말로 판단할 때 송전탑 때문에 유씨가 숨진 것으로 봐야 한다. 정부·한국전력이 사죄하고 송전탑 공사를 중단한 뒤 반대주민들이 요청한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장례를 무기한 연기하겠다. 유족도 입장을 같이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유족들이 소생에 대한 마음이 간절해 그동안 입장 표명을 자제해 왔다고 덧붙였다.

양측의 주장이 팽팽하다. 그러나 죽음에 대한 진실여부를 떠나 송전탑 공사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 어떠한 반대 논리도 송전탑을 멈추게 할 수 없다. 시쳇말로 송전탑 공사는 루비콘강을 건넜다. 어느새 52기 중 16기에서 공사가 한창이고, 이번 주 내 3기가 완성된다. 반대대책위가 장례투쟁을 통해 종전의 해법을 계속 고수한다면 이젠 오기요, 상처만 남을 뿐이다. 굿판을 걷어치우고 이성적 해법을 찾아야 할 때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