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여! 궁지에 빠져보자
청년들이여! 궁지에 빠져보자
  • 경남일보
  • 승인 2013.1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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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호 (한국폴리텍대학 진주캠퍼스 학장)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이면 헤어날 도리가 생긴다는 뜻으로 ‘궁하면 통한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주역(周易)의 계사전(繫辭傳)에 나오는 말로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게 되며, 통하면 오래간다(窮則變 變則通 通則久)의 준말인 궁즉통(窮則通)에서 나온 말이다. 정말 답답하고 무엇인가 풀리지 않을 때 궁하다는 표현을 하게 되고, 하는 일이 난처하거나 막혀 피하거나 변통할 도리가 없을 때 자주 쓰는 말이다.

궁해야 무언가 잘 보이게 마련이며, 절실해야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힘이 생긴다는 것이다. 사람이 궁지에 빠지면 이것을 모면하기 위해 온갖 지혜를 다 동원시키게 되기 때문에 좋은 꾀나 방법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맹자도 “외로운 신하와 서자로 태어난 사람은 그들의 마음가짐이 절실할 수밖에 없고, 그 어려움을 극복하는 생각이 깊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그런 사람들은 남보다 뛰어난 사람이 되는 것이다”라 했다. 절실함이 큰 사람을 만든다고 강조한 것이다.

만약 당신이 능숙하게 운전을 할 줄 안다면 이미 당신은 절실함을 넘어 궁하던 자신을 통하게 한 것이다. 운전을 처음 배울 때 온 신경을 눈앞에 펼쳐진 도로와 차들에 기울이며 식은땀을 흘렸던 기억이 생각날 것이다. 무엇이든 처음 배울 때는 어렵고 힘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음악도 듣고 옆 사람과 이야기도 나누며 즐겁게 운전하고 있지 않은가.

어떤 분야에서건 제대로 일을 배우기 위해서는 자신의 궁했던 그 시절을 어떻게 슬기롭게 대처해야 할지, 내가 성장할 수 있는 좋은 습관을 가져야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내 몸에 붙은 좋은 습관을 갖기까지는 나의 노력이 반영됐을 것이다. 사소한 스킬들은 어느새 내 몸에 붙어서 내가 의식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이뤄진다. 어느 분야든 ‘능숙함’은 노력에 대한 보상이다. 그리고 이 경험은 나의 좋은 습관으로 몸에 배게 되는 것이다.

미국의 철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인간은 습관들의 묶음으로 이뤄진 존재’라 하면서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며, 습관이 바뀌면 인격 또한 바뀌고, 인격이 바뀌면 운명까지도 바뀐다”라고 했다. 이 말은 학교 선생님들께서 학생들에게 자주 쓰는 글귀이다. 습관은 본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길들여지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습관을 길들이는가에 따라 우리들의 운명은 제각각 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동안 자신이 길들여 놓은 수많은 습관들을 살펴보아야 한다. 앞으로의 자신의 미래가 습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연말이 되면 추워지는 날씨처럼 꽁꽁 얼어버리는 대졸자들의 취업문제로 돌아가 보자. 불필요한 스펙쌓기로 인한 청년들의 취업 지연과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 부족, 도전적인 창업과 해외진출 부족 등으로 청년층의 고용률 및 경제활동 참가율이 정체되고 높은 실업률이 지속되고 있다. 현재의 상황은 스펙이 없으면 이른바 ‘질 좋은 일자리’에 접근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능력과 실력 있는 인재들이 우리사회의 주역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국가직무능력표준’이란 것을 개발 중이다. 현장의 수요를 반영한 직무역량을 평가하고 그를 토대로 모델을 매년 개발해 기업채용에 적용할 계획이다. 열정과 잠재력을 가진 청년을 선발하고, 실력으로 성공한 멘토들로 하여금 인재를 양성하게 해 취업지원을 하게 되면 기회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고 그곳에서 모범사례가 발굴되면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우선적으로 적용한 후 민간까지 확산하게 할 계획이다.

이는 국가직무능력표준을 기반으로 일 중심의 교육과정과 공공직업교육훈련기관의 훈련과정 개편 및 자격시험 출제기준을 전면 개정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능력중심의 채용이 확산될 것이며 고용률 70% 달성 또한 가능할 것이다.

연말연시 집안에서 아직도 밖으로 나서지 못하는 궁지에 빠진 청년들이여, 새로운 새해가 다가오고 있다. 궁한 모습에서 통할 수 있는 길을 찾아 나서 보자. 일자리를 위한 주변의 지원책을 찾아 절실한 상황에서 나를 발견하고 새로움의 눈으로 세상을 다시 보자. 그리고 오래는 지체하지 말고 통하는 방편을 만들어 궁지로부터 탈출해 보자.

 

황진호 (한국폴리텍대학 진주캠퍼스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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