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조 교수의 의학이야기
김봉조 교수의 의학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3.12.1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인성 치매
지금은 사망하고 없는 미국 전직 대통령 레이건이 노인성 치매인 알츠하이머병으로 투병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치매에 대한 경각심을 던진 적이 있다. 불과 십 수년 전만해도 나이 들면서 정신기능이 떨어져 네 다섯 살 먹은 아이처럼 행동하면서도 그런 대로 집안의 어른으로 대접받던 대청마루 위의 할머니를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가 있었다. 노망 또는 망령이라 하여 신체적인 노화와 함께 뇌기능의 쇠퇴도 병이 아닌 자연의 한 과정으로 받아들여졌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핵가족화 등 가족체계의 급격한 변화는 이제 우리세대 할머니에게 더 이상 혼잣말을 하며 곰방대를 물고 있을 수 있는 대청마루가 존재하지 않게 했다.

치매(dementia)라는 용어는 라틴어의 ‘dement’ 에서 유래되었으며, 이 말은 ‘마음에서 벗어난(out of mind)’ 이라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 현재 정신의학에서 사용하고 있는 치매는 의식의 장애가 없이 인지 기능의 다발성 장애를 특징으로 하는 증후군을 말한다. 즉 치매 환자에서 나타나는 인지 기능의 장애는 지능, 학습 능력, 기억력, 언어 기능, 문제 해결 능력, 지남력, 지각, 주의와 집중, 판단력, 그리고 인격에 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노인의 치매에 대한 역학 조사는 연구자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65세 이상의 노인 중 5%가 심한 치매이고 15%가 경도의 치매이다. 80세 이상의 노인 중에는 20%가 심한 치매이다. 65세 이상의 노인 치매 환자 중 50~60%가 알츠하이머형 치매이고, 15~30%가 혈관성 치매, 10~15%는 두 가지 질환의 혼합형이다. 노인성 치매가 대표적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뇌혈관상 질환과 관련된 혈관성 치매와 술과 관련된 치매도 많다. 정상적인 노화 과정에서 파생되는 단순한 기억력 감퇴나 건망증과는 구별되어야 하며 우울증으로 인한 가성 치매와도 감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치매의 초기에는 최근 일어났던 일이나 몇 분 전에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하게 되다가, 진행됨에 따라 점점 과거의 일도 잊게 되는 증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까맣게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고 일상 생활에 필요한 것은 부분적으로 기억할 수 있다.

단순히 사물의 이름과 명칭을 기억하지 못하다가 점점 진행하여 심해지면 사물 자체에 대한 인지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즉 엉뚱한 방을 화장실로 생각한다든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도 못 알아보고, 자신의 배우자와 자식을 구별 못하는 심각한 증상도 나타난다. 그리고 말하는 것과 시공간을 깨닫는 것에도 문제가 생긴다.

초기 단어 찾기 능력 장애로 시작되었다가 사물의 이름을 잊는 명칭 실어증으로 이행되며, 상실 정도나 유형은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점점 치매가 진행되어감에 따라 증상이 더욱 악화되며, 결국은 거의 모든 언어 기능을 잃게 된다. 이와 함께 날짜가 어떻게 되었는지, 여기가 어디인지를 깨닫는데 대한 문제도 동반되어 나타날 수 있다.

이외에 여러가지 정신적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인지 기능 장애뿐만 아니라 불안, 초조, 우울감, 환각, 망상, 수면장애 등 정신 증상도 흔히 동반된다. 이러한 정신 증상들은 인지 기능 장애가 뚜렷하지 않은 상태에서 초기 증상으로 발생할 수도 있다. 보통 치매 환자들이 여러 번에 걸쳐 사회 활동에 지장을 받다 보니 점차 자신감을 상실하고 우울해지며, 자기 주위의 사건들을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늘 불안하고 제대로 판단을 내리지 못하게 된다.

치매의 예후는 약 10~15%는 조속한 원인 규명 및 적절한 치료로 가역적일 수 있으나, 대부분의 경우는 비가역적으로 점진적으로 진행된다.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40대 이후에 시작되어,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60대가 넘어서야 눈의 띄는 치매 증상을 나타내고 치매 증상이 처음 나타난 후 평균 12년 후에 사망한다고 알려져 있으나 의학의 발달로 15~20년 이상도 생존이 가능하게 됐다.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의학의 발달로 고혈압, 당뇨병과 마찬가지로 ‘치료가 가능한 병’으로서 올바른 치료 원칙은 의학적인 치료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치료 영역은 인지 기능 증진과 정신 행동 증상의 완화에 초점을 두어야 하며 가족도 환자와 함께 치료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치매의 치료는 무엇보다도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치매의 예방을 위해서는 균형 잡힌 식사, 적당한 운동, 금연, 절주, 두부 외상의 주의 및 고혈압, 당뇨, 심장병을 일찍 발견하여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긍정적이 마음과 노후 대책, 봉사 활동 등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무엇보다도 치매는 치료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과 조기 발견,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치매가 의심되는 환자가 있다면 가능한 빨리 전문가에게 의뢰하여 적절한 검사와 치료를 받도록 해야한다.

/경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노인성치매
노인성 치매
NP김봉조
김봉조 경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