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의 힘
습관의 힘
  • 경남일보
  • 승인 2013.12.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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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외남 (대방초등학교 교사)
아침 출근길에 대문을 나서면 제일 먼저 내 차를 찾는 일이 하루일과의 시작이다. 평소에 주차하는 곳이 대문 주변에 있어 무의식적으로 대문 왼쪽으로 걸어가곤 하였다. 그런데 하루는 왼쪽, 오른쪽을 다 찾아봐도 차가 보이지 않았다. 차를 어디에 세웠는지 고민하다가 고개를 돌려보니 바로 집 대문 맞은편에 차가 있었다.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 멍해졌다. 눈앞에 차를 두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내 모습을 그려보니 웃음이 나왔다. 나도 모르게 몸에 배어버린 습관의 위력을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분주하게 허둥대며 일에 쫓기는 선생님을 바라보는 아이들 마음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학교에 도착한 후 도서실에서 아이들과 독서할 때 찰스 두히그의 ‘습관의 힘’ 책 표지에 실린 문장에 시선이 멈추었다. ‘왜 우리는 후회할 줄 알면서도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가.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나는 더 이상 흔들리고 싶지 않다!’ 책장을 넘기니 하나의 습관을 바꾸겠다고 결심하고, 그것에 집중한 결과 자신의 삶에서 기계적으로 행하던 습관들을 고침으로써 삶이 변한 사람들이 소개되어 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생각 없이 행해지는 행동은 본성의 증거라며 ‘씨앗에 영양분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땅을 미리 준비해야 하듯이, 올바른 것을 즐기기 위해서는 학생의 마음이 습관이 되도록 다듬어야 한다’고 말했다. 습관은 생활에 큰 영향을 끼친다. 좋은 습관은 행복한 미래를 보장해 주지만 나쁜 습관은 삶을 피폐하게 만들기도 하고 후회와 상처를 남길 수 있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자세, 시간과 돈을 무심히 낭비하는 태도, 의식주 생활, 여가생활에서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행동하는 습관들을 살펴본 후 잘못된 습관을 찾아 좋은 습관으로 바꾸고자 결심하고 꾸준히 실천한다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금년 3월 새 학년이 시작될 때 우리 반 아이들에게 자기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길러주고자 매일 일기쓰기, 영어 문장 한 개 외우고 쓰기, 한자쓰기 숙제를 기본숙제로 제시하였는데, 벌써 올 한 해를 마무리할 시간이 다가왔다. 2학기 기말고사를 마치고 기본숙제를 성실하게 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성적과 생활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다. 1학기 때 여가시간을 활용하여 매일 1분씩 아이들과 영어로 문답하기를 하였더니 우리 반 영어성적이 평균 92점이었다. 2학기에는 아이들 스스로 하게 했더니 꾸준히 기본숙제를 한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의 성적이 현저한 차이를 보였다. 하기 싫은 날도 있을 텐데 단 하루도 빠짐없이 기본숙제를 충실히 한 아이는 전 교과목의 학업성취도가 높을 뿐 아니라 글쓰기 실력과 발표력, 문제해결력, 자기주도적 학습력이 몰라보게 향상되었다.

습관이 행복과 성공에 미치는 역할에 대해서 많은 글을 남긴 윌리엄 제임스는 그의 대표작 ‘심리학의 원리’에서 ‘물은 자신의 힘으로 길을 만든다. 한번 만들어진 물길은 점점 넓어지고 깊어진다. 흐름을 멈춘 물이 다시 흐를 때에는 과거에 자신의 힘으로 만들 그 길을 따라 흐른다’고 말했다. 습관의 물길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바꿔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단순반복으로 형성된 습관 덩어리뿐인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자유의지에 따라 선택한 올바른 습관의 물길에서 마음껏 헤엄치며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게 습관의 힘, 선택의 힘을 키워 가도록 가정과 학교에서 다 함께 힘써야겠다.
서외남 (대방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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