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에 대하여
겸손에 대하여
  • 경남일보
  • 승인 2013.1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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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재 (문학박사, 경상대 남명학연구소 선임연구원)
‘논어’에는 공자가 칭찬하는 인물이 종종 등장하곤 하는데, 그 중 겸손하기로 치자면 아마 맹지반(孟之反)이라는 인물이 최고가 아닐까 한다. 맹지반은 노나라 대부인데, 공자는 그를 이렇게 칭찬하고 있다. “맹지반은 공을 자랑하지 않는다. 패주하는 군대의 후미에 처져 있다가 마지막으로 성문으로 들어오면서도 자기 말을 채찍으로 치면서 ‘내가 용감해서 후미에 처져 있었던 것이 아니라 이놈의 말이 잘 달리지 못해서 그렇다’라고 했으니 말이다.” 전쟁에서 가장 위험한 위치는 공격부대의 선봉이 아니라 후퇴하는 부대의 후미라고 한다. 즉 맹지반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위험한 상황을 겪으면서도 결코 그것을 남에게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공자와 같은 성인의 칭송을 받기에 이른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에서도 이런 일이 많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정말 훌륭한 일을 했다 싶은데도 남들이 잘 알아주지 않아서 속상한 때도 있고, 자신에게는 아무런 잘못도 없다 싶은데도 남들로부터 의외의 비난을 받게 되는 경우도 없지 않다. 그렇다고 앞앞이 다니면서 자랑을 하거나 변명을 늘어놓을 수도 없는 일이다.

이처럼 남들이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을 때, ‘열하일기’로 유명한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은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면서 위안을 삼았던 모양이다. 그는 ‘연암집’에서 이명(耳鳴)과 코골이를 예로 들어, 이런 경우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한 아이가 자기 귀에서 피리소리와 생황소리가 나는데, 이웃집 아이는 자기와 서로 귀를 맞대고 들어봐도 들리지 않는다고 하는 바람에 소리치며 답답해하는 것이 이명의 경우이다. 또 어떤 촌사람이 코를 고는데 그 소리가 토하는 소리 같기도 하고, 휘파람 소리 같기도 하고, 한탄하는 소리 같기도 하고, 솥에 물이 끓는 소리 같기도 하고, 빈 수레가 덜커덩거리는 소리 같기도 하고, 톱질하는 소리 같기도 하고, 돼지처럼 씩씩대는 소리 같기도 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본인은 전혀 모른 채 오히려 그렇게 말하는 옆 사람에게 화를 내더라는 이야기가 코골이의 경우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것에도 이와 유사한 부분이 있지는 않을까. 누군가가 나를 칭찬하는 것 같아서 우쭐대고 싶은 느낌이 들면 혹시 이명증이 아닐까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아무런 이유 없이 욕을 먹어서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면 그 역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일이 아닐까. 혹시 내가 나도 모르게 코를 골며 자진 않았는지.

내게 자랑거리가 생겨도 잠시만 입을 닫고 참아 보자. 그러면 누군가가 옆에서 대신 그 자랑을 해주게 마련이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드러나게 되어 있다. 만약 끝까지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다면 그건 별로 자랑거리가 아닌 것이라고 생각하자. 반대로 욕을 먹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지금 당장 적극적으로 변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도 잠시만 참아 보자. 진실은 곧 드러나게 마련이다. 겸손이란 바로 이런 것들을 참아내는 일이 아닐까 싶다.

/문학박사·경상대 남명학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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