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25회)
[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25회)
  • 경남일보
  • 승인 2013.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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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2. 그려지는 골격
섬나라 오랑캐들에게 죽은 조선인들 시체가 들판에 가득 차 있고, 그 위로 까마귀들이 불길한 울음소리를 내며 날고 있는 장면이 보이는 듯하여 조운은 치를 떨었다.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섬뜩한 핏빛으로 물드는 것 같았다.

“그놈들이 우리나라를 침략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진짜 맞을까요?”

조운은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술명의 안색이 파리했다.

“내가 언젠가 네게 들려주었던 그 스님 말씀을 떠올리면, 아무래도 그건 사실이 아닐까 싶구나.”

“아, 제가 어른이 되면 우리나라를 위기에서 건질 귀인을 구한다고 예언했다는 그 스님 말씀입니까?”

조운의 눈빛이 빛났다. 자신이 날아서 그 귀인을 구할 거라고 했다는 탁발승. 만약 그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면 그가 새처럼 날 수 있기를 소원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솔직히 아직도 그게 과연 가능할까 반신반의하고 있었다. 하지만 포기는 하지 않았다. 아니었다. 어떤 힘인가가 그러지 못하도록 오직 한 방향으로만 그를 이끌고 있는 듯했다.

“어쨌든 그게 네 운명이라더니, 네가 어릴 적부터 늘 대밭에 가서 놀기를 좋아했고, 지금도 그러는 걸 보면…….”

아버지 그 말을 듣는 조운 머릿속에 대밭에서 처음 만난 상돌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옆에 나란히 자리를 차지하는 게 바로 저 광녀였다. 그렇게 꾀죄죄하고 제멋대로 풀어진 형편없는 몰골인데 젖가슴은 어쩌면 그리도 뽀얄 수가 있을까.

동쪽 하류 쪽에 간짓대로 저어 건너는 거룻배를 타고 있는 흰옷 차림의 사람들 모습이 왠지 눈을 시리게 했다. 그것을 바라보고 있던 술명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사람이 저렇게 물을 건너는 것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거늘, 하물며 하늘을 난다는 것은…….”

“…….”

“조운아! 네 정녕 그 꿈을 그만 던질 마음은 전혀 없는 것이냐?”

“죄송합니다, 아버지.”

“그래, 그렇단 말이지?”

술명의 그 말은 거의 울음에 가까웠다. 조운은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했다. 부모 된 사람으로서 자기 같은 자식을 둔 그 심정이 어떠할까는 누구보다 잘 깨치고 있는 그였다. 하지만 그 뜻을 꺾는다는 건 사지를 잘라버리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대나무를 뼈대로 하고, 무명천으로 날개를 달겠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술명은 아주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아비 생각에는 말이다. 네 말대로 정말 그게 날 수 있다고 하자. 그렇지만 날다가 어디에 부딪혔을 때 그 충격이 대단할 텐데, 그것은 어떻게 해결할 방도가 있는 거냐?”

조운이 번쩍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새에 비교하면 머리 부분이 될 것인데, 그것은 솜을 재료로 할 생각입니다.”

“그러니까 솜으로 새의 머리처럼 만들 것이다, 그런 얘기냐?”

“예, 아버지. 그러면 충격이 훨씬 작을 것이라고 봅니다.”

“네 말을 듣고 보니 그럴 것 같기도 하다만……. 어느 정도까지 날 수가 있다고 보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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