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26회)
[김동민 연재소설] 진주성 비차(26회)
  • 경남일보
  • 승인 2013.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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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3. 무인에의 길
“띄워보지 않아 잘은 모르겠지만, 제 소망을 담아 말씀드리면, 공중에서 100장(丈)은 날 수 있을 겁니다.”

조운은 세종조 과학자로서 측우기를 발명한 장영실을 닮아 있었다.

“위로 올라가는 공기의 흐름을 잘 타면, 30리도 날아갈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운도 따라주어야 하고요.”

“30리? 정말 대단하구나! 하지만…….”

술명은 한편으로는 대견스러워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여전히 염려하는 빛을 지우지 못했다.

“그것을 타고 있다가 만약 공중에서 떨어지면…….”

술명은 차마 뒷말을 잇지 못했다. 상상조차 싫었다. 다칠 정도가 아니라 목숨까지도 잃을 가능성이 너무나 큰 것이다. 술명과 박씨 부부가 무엇보다 우려하는 게 바로 그 점이라는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었다. 그리고 조운 또한 그것을 잘 알았다.

“날다가 무사히 땅에 내려앉는다 해도, 그때 가해지는 힘이 보통이 아닐 게고…….”

술명의 눈에 엄청난 충격을 받아 산산조각이 나는 비행기구가 보이는 듯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기구 밖으로 튀어나와 땅에 머리를 부딪혀 그대로 절명해버리는 아들의 모습. 어쩌면 기구에 불이 붙어 타 죽을 위험도 있었다.

“그것도 미리 생각해 둔 게 있습니다.”

“생각해 둔 게 있다고? 어떻게?”

여전히 우려를 떨치지 못하는 술명에게 조운은 이렇게 얘기했다.

“그 골격의 앞쪽과 뒤쪽에 지지대를 설치할 계획입니다. 이동하는 것을 돕기 위해서는, 지난번에 제가 말씀드린 대로, 소나무와 참나무로 바퀴를 달 것이고요.”

“지지대와 바퀴…….”

술명의 얼굴에서 조금은 근심스러운 빛이 사라졌다. 음성도 한결 밝아졌다.

“자랑스럽구나, 내 아들이. 네가 성공만 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반갑고 좋은 일이 또 어디 있겠느냐?”

조운은 아버지를 안심시키기 위해 자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절 믿어 주십시오. 실망을 안겨드리는 일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렇게만 되면, 넌 두고두고 역사에 그 이름을 남기게 될 것이다.”

술명은 가슴이 벅차오르는 모습이었다.

“조선에서 최초로 하늘을 나는 기구를 만든 사람으로, 나아가 나라를 위기에서 구한 위인으로 말이니라.”

조운은 완성된 비행기구 앞에 서서 환호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며 말했다.

“꼭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네 어머니가 문제다.”

“저도 어머니가 마음에 걸립니다. 아버지와는 이렇게 이야기도 좀 하는데…….”

“하긴 어미 된 마음에 자식이 그렇게 위험한 일을 하겠다는데, 그냥 두고 볼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겠느냐만…….”

조운의 고개가 또 숙여졌다. 남자인 아버지와는 달리 여자인 어머니 심정이 어떠할지는 불문가지였다. 사실 박씨는 조운 때문에 끼니를 거를 때도 많았다. 하나 있는 아들자식 때문에 얼마나 속상해하고 애를 태우는지 자다가도 벌떡벌떡 일어나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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