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기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초롱한 눈 위에 눈 쌓인다
눈 위에 눈, 자꾸 내린다
시퍼렇게 겨울을 읽는 저 눈
거짓말은 하얗게 드러났다
-권선희 <눈>
겨우내 시린 바람에 온몸을 베이면서도 형형한 눈빛을 잃지 않는 청어떼들을 본다. 문득 멀거니 뜨고 있는 내 두 눈이 청맹과니같다는 생각.
하얗게 부풀려진 거짓말인 줄 뻔히 알면서도 행여 손가락 끝 하나라도 베일까 봐 두 눈을 이리저리 굴려 초점을 흐리고 마는 소심함. 그렇게 안녕하지 못한 일상 속에서는 누군가에게 안부를 묻는 일조차 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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