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의 역학이야기> 비인비전(非人非傳)
<이준의 역학이야기> 비인비전(非人非傳)
  • 경남일보
  • 승인 2014.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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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인비전(非人非傳)이라는 말이 있다. 올바른 사람이 아니면 소중한 정보나 지식, 많은 사람들의 생명과 생존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무시무시한 무기나 통치권을 전달하지 말라는 말이다. 목숨을 바쳐 지켜야 할 만큼 소중하고 꼭 해당되는 사람에게만 전달하여야 하는 절대적 의무감을 가진 말이 비인비전이다. 해당되는 그 사람이 아니면 전달하지 말아야 하는 말이다.

그만큼 소중하고 귀중한 정보이기에 다른 이들이 알아 듣지 못하는 그림, 소리, 모습, 글 등으로 표시하여 해당되는 사람에게만 전달하는 것이 비인비전이었다. 전쟁터에서의 비밀스러운 지령과 보고를 담은 암호문이고, 영국왕실의 레드 테이프(red tape)이고, 일제치하 독립군들의 비밀결사 통신문이다. 비록 그런 비밀통신문이 적의 손에 넘어 갔다고 하더라도 적들은 도무지 무슨 뜻인지 알아먹을 수 없는 내용이 담긴 해당되는 사람들끼리만 뜻이 통하는 암호문을 말한다. 그만큼 소중하고, 그만큼 치명적이고, 그만큼 절대적인 것을 말할 때 비인비전이라는 말을 쓴다.

비인비전이라는 말을 몇몇 역술유파들에서 종종 사용하는 것을 보고 황당한 느낌이 들 때가 많다. 마치 무슨 대단한 비전(秘典)인 양 꽁꽁 부둥켜안고 정말 비전으로 생각하면서 비인비전이라는 말들을 뇌까리며 굉장히 비싼 돈을 받고 팔아먹는다. 하여 사이트에 가입하여 입금시키고 자료를 받아 막상 까고 보면 참으로 허탈하기 짝이 없다. 또 속았구나 하는 낭패스러운 기분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리도 필자의 지적 호기심은 왕성한 반면 귀가 얇아 매번 당한다.

영국 왕실의 전령들이 목숨을 걸고 험난한 여정을 거쳐 해당되는 사람에게 붉은 테이프(red tape)로 꽁꽁 묶은 서류를 전달하며 뿌듯한 사명감을 느끼는 순간 그 속에 담겨 있는 내용들이 허접하고 하찮은 내용들임을 알고 허탈해 하고 분통 터져 배신감에 이를 떠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였다. 그 이후 레드 테이프(red tape)라는 말은 번문욕례(繁文縟禮), 하찮은 통과의례를 뜻하는 용어로 전락해 버렸다. 용어의 굴욕인 것이다.

비인비전이라는 용어도 비전(vision)이 없는 비전(秘典)으로 전락해 버렸다. 비전이랍시고 전달된 문건들은 마치 무엇이 있을 것 같은 웅장하고 요란한 포장을 하고 있지만 깨고 보면 별 것 아니고 허접한 것들이 많다. 괜히 어려운 단어, 현란하고 장황한 문장으로 치장되어 있다. 그리고 그들은 비인비전이라 뇌까리면서 그들끼리 우월한 동지의식으로 낄낄거린다.

물론 위험한 무공(武功), 필살기(必殺技), 위험한 정보와 지식, 대중을 한꺼번에 죽일 수 있는 기술과 무기들은 아무에게나 전달하여서는 안 된다. 이런 것들은 정말 고도로 높은 사랑과 이상과 덕성과 관리능력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전수되어야 한다. 이런 것에 한하여 비이비전이라는 말이 적용된다. 하지만 별것 아닌 내용을 비인비전이라며 신비화하는 것은 스스로를 기만하고 다른 이들을 속이는 것이다.

세상이 밝히지 못할 비인비전은 없다. 다만 신제품 개발과 판매를 통한 이익확보,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관련된 외교정책에는 그때그때의 짧은 비인비전은 발생하였다가 사라질 수는 있다. 가장 공개적이면서 가장 세속적이면서 그러면서도 가장 엄중한 것이 공적(公的)인 비인비전이다. 공적인 비인비전을 공자님은 ‘답다’라고 하셨다.

논어 12편 안연 11절의 내용이다. 제나라 경공이 공자에게 어떻게 하면 정치를 잘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주는 군주답게(君君) 신하는 신하답게(臣臣), 부모는 부모답게(父父) 자식은 자식답게(子子)하는 것입니다.” 정치의 요체는 ‘다운 사람들이 답게 하는 것’이다. ‘답지 못한 사람들’이 ‘다운 사람인 것’처럼 속이며 사람들을 기만할 때 믿음은 깨어지고 국가는 엉망이 된다. 믿음이 깨어지면 밥을 다루는 경제나 목숨을 지키는 병권은 무용지물일 수 있다.

그 다운 사람이 아니면 그 자리에 앉혀서는 안 된다. 그 자리에 합당한 사람을 그 자리에 앉혀야 한다. 이것이 인사는 만사라는 인사의 핵심이고, 이것이 민주주의의 비인비전이다. 물론 권력의 특권화를 인정하지 않는 민주적 세속화는 바람직하지만 자칫 중우정치(衆愚政治)로 답지 못한 사람을 자리에 앉힐까 두렵다. 사이비 비이비전의 프레임에 사람들을 가두어 끼리끼리 해먹는 정치로 굳어질까 심히 걱정된다.

올해 갑오년에 6월 4일 지방선거가 있고 이것이 하나의 국가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또한 갑오년의 오화가 박근혜 대통령의 일주 인오술과 불기운을 일으키고 김정은의 병신일주와 병진대운이 연결되니 금년 남북한의 불기운이 심히 염려스럽다. 어떻든 이럴 때일수록 우리 모두 올바르게 다운 사람을 뽑자. 이것이 진정한 비인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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