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낙주 교수의 식품이야기
성낙주 교수의 식품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4.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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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 먹으면 머리가 좋아진다
고등어는 정어리, 전갱이, 꽁치와 함께 대표적인 등 푸른 생선에 속하는데, 이 녀석은 예부터 서민들의 밥상에서 인기 좋은 생선 중의 하나였다. 조선 성종 때 편찬된 ‘동국여지승람’에는 고등어 어업을 하고 영양식으로 즐겨 먹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우리말 속에도 깊이 침투해 있다. 몸이 불편하여 엎치락 뒤치락 하면서 잠을 잘 이루지 못할 때를 일컬어 ‘자반 뒤집기’라고 한다. 이는 자반 고등어를 구울 때 앞뒤로 번갈아 가며 구워먹는 모양을 빗대어 한 말이다. 이 때문에 씨름할 때 자기 몸을 뒤로 젖히면서 상대를 넘기는 기술을 ‘자반 뒤집기’ 혹은 ‘뒤집기’라고 한다. 외형으로 볼 때 흰색 배 부분에 반점이 있는 것을 망치 고등어(배학어, 排學魚), 없는 것은 고등어(벽문어, 碧紋魚)로 부르며, 생긴 모습이 칼을 닮았다하여 고도어(古刀魚)라고도 한다. 오늘날에는 고등어에 DHA(docosahexaenoic acid)라는 몸에 이로운 생리활성 물질이 많이 들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등 푸르고, 동그란 눈알에 그대만의 DHA를 가진 생선”이라는 노랫말까지 등장할 정도가 되었다.

고등어는 물의 저항을 최소화하여 빠른 속도로 대양을 유영할 수 있는 방추형의 이상적인 체형을 가졌다. 또 기막힐 정도의 보호색을 띄고 있다. 등쪽이 녹청색이고 불규칙한 검정색 물결무늬가 몸통 옆부분까지 분포돼 있으며 배쪽은 은백색이다. 그래서 공중에서 내려다보면 바닷물 색과 비슷해 새들로부터 몸을 보호하고, 반대로 바다 속에서 위로 올려다볼 때는 햇빛 때문에 복부가 백색으로 보여 큰 물고기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고등어 외에 꽁치, 정어리, 멸치, 다랭이 등도 고등어처럼 훌륭한 보호색을 갖추고 있다.

고등어는 열량이 매우 높은 식품이다. 고등어 육 100g을 섭취할 경우 약 271kcal의 에너지를 발생하는데, 이는 고등어의 구성 성분 중 수분을 제외하면 단백질(19.4%)과 지방(20.8%)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고등어는 살아서 썩는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고등어의 선도 저하가 매우 빨리 일어난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고등어에 존재하는 아미노산의 일종인 히스티딘(histidine)은 히스타민(histamine)으로 분해되어 알레르기성 식중독을 유발하게 되고, 지방이 산화되어 몸에 나쁜 산화물이 생성될 수도 있다.

그러나 선도 유지가 잘된 고등어는 몸에 유익한 물질이 많다. 고등어의 지방산은 포화지방산에 비해 몸에 좋은 다가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다. 다가불포화지방산의 대표적인 구성성분인 EPA(eicosapentaenoic acid, 6.5%), DHA(15.5%) 등의 조성비가 총 지방산의 22.0%로 높아 이들에 의한 건강기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고혈압이나 동맥경화의 원인이 되는 혈중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고, 혈액이 응고되는 것을 막아주고, 혈전 또는 뇌혈전을 예방해 주기도 한다. 특히 고등어에 많은 DHA는 대단한 기능성을 나타낸다.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우리 몸의 중요 장기인 간장, 신장, 폐 등의 일반 장기에는 DHA가 거의 존재하지 않거나 미량 함유돼 있다. 반면에 뇌세포에는 이 물질이 유별나게 많다는 것이다. 사람의 뇌 속에는 기억을 저장하는 창고에 정보 전달을 맡고 있는 시냅토솜(synaptosome)이라는 신경전달 물질이 있는데, 이 시냅토솜의 지방산을 분석한 결과 DHA가 약 50%나 차지한다는 놀라운 사실이 알려졌다. 결국 많은 연구를 거치면서 DHA는 분자구조의 유연성으로 인해 뇌세포가 부드러워지고 활성화되어 정보 전달이 용이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DHA가 많은 식품을 섭취하게 되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것이다. 요즈음 화두가 되고 있는 치매는 기억력 쇠퇴로 일어나는 병인데, 따지고 보면 신경전달 물질인 시냅토솜과 이를 자극하는 아세틸콜린(acetylcholine)이라는 물질의 결핍도 한몫을 하고 있는 셈이다.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 DHA가 많은 고등어 등의 등 푸른 생선을 평소에 꾸준히 먹는다면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고등어의 기능성 물질 중에는 RNA 및 DNA라는 핵산이 많다. 핵산은 일반적으로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세포를 활성화시키고, 노화를 방지하는 기능이 있다. 그리고 성호르몬 생선에 관여하는 아연과 세포의 노화를 지연시키는 셀레늄이라는 몸에 유익한 무기물이 다소 함유돼 있다. 그런데 고등어에는 퓨린(purine)이라는 성분이 많아 통풍환자가 과잉 섭취할 경우 질병이 악화될 수 있다.

/경상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고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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