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아파트 공존 위한 솔로몬의 지혜는?
공단-아파트 공존 위한 솔로몬의 지혜는?
  • 이은수
  • 승인 2014.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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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현장] 창원시 재건축 딜레마

창원지역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은 법 개정으로 인해 일부 아파트의 경우 재건축이 불가능하게 돼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이 일고 있는 남산주공 아파트 전경. 황선필기자

 
 
 
창원지역에 30년 이상 노후된 아파트를 중심으로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으나 일부 아파트의 경우 공단지역에 묶여 사업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다. 많은 아파트들이 창원국가산단과 가까이 있는 관계로 현행법으로는 재건축을 할 수 없는 경우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공단과 50m내에 있는 아파트는 재건축을 할 수 없다는 규정에 있다. 특히 모호한 기준 적용으로 이중잣대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주민들은 “똑같은 준공업지역내에 있는데 재건축이 되는 아파트는 뭐냐”며 형평성 문제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이에 행정당국은 묘수 찾기에 골몰하고 있으나 솔로몬의 해법을 찾지 못해 고심에 빠졌다./편집자 주


계획도시 구 창원시 지역이 재건축 딜레마에 빠졌다. 노후된 아파트를 허물고 새로지어야 하지만 현행법상으로 재건축할 수 있는 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주민을 보호하기 위한 건축 제한조치가 오히려 주민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행정규제의 전봇대를 뽑아야 하지만 공단도시 창원의 특수성에 기인하는 것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것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창원공단 부근 30년 노후아파트 주민들, “못살겠다. 재건축해달라” 민원제기

창원시 가음동 남산주공아파트 주민들이 이달초에 창원시청 후문에서 재건축 사업시행인가를 촉구하며 항의집회를 가졌다. 주민들이 새해벽두부터 행정에 달려와서 재건축 사업시행인가를 촉구한 이유는 뭘까?

창원시는 시내를 가로지르는 창원대로를 사이에 두고 공업지역(준공업지역 포함)과 주거지역으로 나눠져 있다. 1976년 준공된 남산주공아파트를 시작으로 아파트 7000여 가구가 창원대로 변을 따라 준공업지역에 열을 지어 입주해 있다. 아파트 바로 뒤에는 창원산단이 위치해 있다.

일부 아파트는 공장지역과 불과 50m 이내에 있다.

주민들은 공장에서 발생하는 소음 피해를 막고자 공장에서 직선거리로 50m 안에는 아파트를 세울 수 없도록 하는 대통령령인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창원시에 따르면 이 법을 적용하면 가장 가까운 공장과 50m 이내에 있는 성산구 남산동 남산주공아파트(460가구), 외동2구역 경남아파트·S&T중공업 사원아파트(175가구) 등 635가구는 법적으로 재건축이 사실상 어렵게 된다.

남산주공아파트는 1976년, 경남아파트는 1983년, S&T중공업 사원아파트는 1987년에 각각 준공됐다.
이 아파트들이 지어질 때에는 해당 규정이 없었다.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는 2007년까지 ‘정비계획이 수립되고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사업장은 50m 이격거리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특례항목이 있었다.
이 특례조항에 따라 공장과 50m 거리 내에 있더라도 낡은 아파트를 허물고 새 아파트를 지을 수 있었다.

실제로 창원대로변 일부 아파트는 공장과 50m 이내면서도 특례조항에 근거해 재건축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07년 7월 이 특례규정이 폐지되면서 공장에서 50m 이내에 있는 남산주공아파트, 경남아파트, S&T중공업 사원아파트는 재건축이 사실상 어려워지고 있다.

창원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 가운데 하나인 남산주공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지난해 8월 말 창원시에 재건축사업시행인가 신청서를 냈다.

그러나 창원시는 검토 결과 새로 지을 아파트가 공장과 불과 27m 정도 떨어진 것으로 확인돼 사업시행인가를 내주지 못하고 있다.
재건축사업시행인가 신청서를 내면 검토기간을 빼고 60일 안에 가부를 통보해야 한다.
시는 이달 15일까지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재건축 관련법 공단지역 창원과 엇박자…규제 전봇대 뽑아야

기한이 가까워 오자 남산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 회원 수십명은 지난 3일부터 창원시청을 찾아와 사업시행인가를 촉구하고 있다.

재건축조합측은 공단지역 50m내 재건축 불허관련, 주택건설기준등에 관한 규정 제7조4항(개발계획 등을 수립하거나 주택을 건설하는 경우 개발계획 등을 따로 정한사항의 적용 등)이 2007년 7월 24일 삭제되었음에도 제6조 3항(단지안의 시설 등에 관한 규정) 등을 통해 2003년 11월 29일 이후 특례조항을 적용하여 재건축된 내·외동 월드메르디앙 아파트는 모두 위법한 것이 된다고 지적했다.

내외동 월드메르디앙 아파트의 경우 인접한 STX중공업과 S&T중공업은 특정대기유해물질배출 및 대기배출1종사업장이나 공장과의 이격거리가 모두 50m이내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적용을 받지 않고 재건축이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재건축조합은 이는 남산아파트 등 특정조합의 문제가 아니라 준공업지역내 위치한 8000세대 모든 아파트단지가 동일한 문제로 인식하고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성종 조합장은 “그간 기본계획, 구역지정, 조합설립, 건축심의를 성실히 이행하고 시로부터 아무런 문제없이 인·허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현 단계에서 문제제기로 사업시행인가를 보류하는 것은 일관성 없는 행정으로 비춰질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솔로몬의 해법을 없을까? 창원시 묘수찾기 “골몰”

창원시는 위법한 행정이라는 질타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애초에 아파트가 지어질 때는 관련규정이 없어 공장 옆에 아파트 건축이 가능했는데 창원시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고 특례규정이 폐지되면서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사업시행인가 전까지 과정에 대한행정의 도의적 책임을 물을수 있을지는 몰라도 법적 책임은 없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상위법에 저촉되지 않고 사업시행 인가를 내줄 묘책을 찾는 것이 관건이 되고 있다.

시는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9조 2항에 따라 사업지 남측 인근 ‘DH캐미칼’ 공장으로부터 신축아파트가 50m이상 떨어져 건축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창원시 관계자는 “창원시에서 주민들의 재건축 민원에 대해 안된다고 못박은 적이 한번도 없다. 법에 저촉되는 문제가 있지만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문제는 입법과정에 공단지역에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창원지역의 특수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중앙정부의 잘못이 크다”며 “딱한 처지에 놓인 주민들의 사정을 고려해 공장이전 및 특례규정 적용 등 해결방안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유성종 남산주공아파트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장
"공단도시 '창원' 특수성 인정해야"


“건물이 노후돼 붕괴위험 등 주민들의 심각한 안전을 고려해 조속한 시일내에 재건축을 허가해 줄 것을 요청합니다.”

유성종 남산주공아파트 재건축조합장은 “행정만 믿고 재건축을 진행해왔는데 갑자기 ‘공단지역과 50m내는 안된다’며 청천하늘에 날벼락같은 소리를 들었다. 특히 시공사로부터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을 지고 수십억원을 물어내라는 소리를 듣고 잠을 제대로 이룰 수 없다”며 대책마련을 호소했다.

조합장을 따라 들어간 남산아파트는 계단 난간대 곳곳의 뿌리가 뽑혀있고, 아파트 천정이 부식돼 녹슨 철큰 조각이 흉물스럽게 드러나 있는 등 사람이 사는 곳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노후상태를 보였다.

특히 콘크리트 건물 옥상은 시멘트가 덕지덕지 일어나며 부식정도가 심한 틈을 헤집고 한겨울에도 여기저기서 풀이 자라고 있었다. 5층 아파트 한 가구의 내부는 곳곳에 균열이 가고 악취를 풍기며 벽면에 곰팡이가 심하게 피었다. 재건축사업 중단시 건축물 붕괴위험 등 거주민의 안전이 우려됐다.

유성종 조합장은 “통상 2개월내에 떨어지는 재건축 사업시행인가가 5개월 이상 지연되고 있으며, 시공사로부터 3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조합에서는 시가 수립한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에 맞춰 사업을 진행해왔고, 현재까지 구역지정, 조합설립, 건축심의 등 창원시의 지도아래 단계별 인·허가를 받아 사업을 추진해왔다. 또한 지금까지 사업을 추진하면서 시에서는 인근 공장과 관련하여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며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고 격앙했다.

글=이은수기자 eunsu@gnnews.co.kr·사진=황선필기자 feel@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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