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과 함께하는 새마을금고 만들것”
“지역민과 함께하는 새마을금고 만들것”
  • 임명진
  • 승인 2014.01.0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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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덕 진주 옥봉새마을금고 이사장
‘삼세번’이란 말이 있다. 한 번 실패했다고 포기하지 말고 세 번은 도전해 보라는 뜻이다. 어쩌면 이 말은 한평생 새마을금고의 사람으로 살아온 김선덕(69) 진주시 옥봉새마을금고 이사장에 가장 어울릴지 모른다.

김 이사장은 새마을금고 중앙회 이사로 당선돼 이달부터 4년 임기에 들어갔다. 경남과 울산을 통틀어 그가 유일하다.

새삼 그의 인생 스토리에 눈길이 간다. 새마을운동 초창기 그는 진주지역에 새마을금고 설립의 선구자 역할을 했다. 지금의 옥봉새마을금고와 진주중앙새마을금고가 그의 손을 거쳤다.

1963년 ‘다함께 잘살아보자’는 이념으로 설립된 새마을금고는 지금은 자산규모 100조원이 넘는 국내 대표적인 상호금융기관으로 우뚝 섰지만 김 이사장이 뛰어들 당시만 해도 아직은 생소한 금융기관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새마을금고를 접하고 협동정신과 상부상조 정신에 매료됐습니다. 서민들이 힘을 모아 근면 저축해 나간다면 분명히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돌이켜보건대 그때 저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어 보람을 느낍니다.”

김 이사장은 1970년 당시 진주시내에서 빈부격차가 가장 심한 옥봉남동에 지인과 뜻을 모아 첫 새마을금고를 설립했다. 옥봉동은 그가 나고 자란 고향이다.

‘잘살아보자’는 신념으로 설립한 새마을금고는 하지만 불과 6개월 만에 문을 닫았다. 생소한 새마을금고의 출범에 당시 고리업자의 방해와 온갖 유언비어 등이 난무했다.

“집집마다 찾아다니면서 예금을 부탁했는데, 어떤 분은 동냥하듯이 1원짜리를 주기도 했어요. 몇 개월을 하다 보니 지쳐 쓰러지게 되더군요.”

김 이사장은 눈물을 흘리며 해산의 아픔을 지켜보아야 했다. 하지만 자포자기하지 않았다.

이번엔 영세 상인들이 모여 있는 진주중앙시장내 생어전을 소매하는 부녀상인을 대상으로 새마을금고 문을 열었다. 그의 아내도 생계를 위해 중앙시장에서 생선장수일을 했다.

차츰 주변의 신뢰를 얻기 시작한 그는 이사장 겸 회계원을 맡아 밤낮없이 저축을 독려했다. 그 결과 중앙새마을금고는 300여 명의 회원을 확보하며 성공궤도에 올랐다.

김 이사장은 생어전새마을금고의 경험을 바탕으로 옥봉남동에 다시 한 번 새마을금고를 설립했지만 또다시 채 1년을 버티지 못했다. ‘포기’란 단어가 머릿속에 절로 떠올려질 만한 상황. 김 이사장은 오히려 삼세번에 도전했다.

일일이 주민들을 찾아다니며 준비를 했다. 이번에 달랐다. 세 번째 도전에 나선 그의 열정에 고향 주민들도 신뢰를 보내기 시작했다. 설립 1년 만에 회원 435명을 확보하는 성과를 올렸다.

설립 44년이 흐른 지금 옥봉새마을금고는 전국 새마을금고 중에서도 건실한 금고로 손꼽는다. 회원 수만 1만 명에 육박하고, 자본금도 1400억 원에 달하는 내실을 갖추고 있다. 각종 지역사회 환원사업도 활발히 펼치면서 지역민과 함께하는 주민은행으로 입지를 탄탄히 굳히고 있다.

김 이사장은 성공요인으로 ‘푼돈’의 소중함을 강조했다. 푼돈이 모여서 결국 목돈이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경제가 어려워 너도나도 허리띠를 졸라매는 요즘, 그의 푼돈 경영이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글=임명진기자·사진=오태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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