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 교수의 의학이야기
이상일 교수의 의학이야기
  • 경남일보
  • 승인 2014.0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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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수 농업인들의 건강한 관절을 위하여
창원 단감, 밀양 얼음골 사과, 대평 딸기, 대산 수박, 산청배, 칠북 청포도 등등.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렇다 모두 맛있는 과일들이다. 맛있을 뿐만 아니라 건강에 매우 유익하다. 과일은 수분 함량이 높아 다이어트 식품으로 좋고 식이섬유가 풍부해서 최근 고기를 많이 먹는 식습관으로 갈수록 증가하는 암, 비만 등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배는 기관지염, 천식 등에 효과가 있는 루테올린 성분이 많이 들어있고, 포도에는 항암, 항염증, 항비만 효과가 있는 레스버라트롤이라는 항산화물질이 많이 들어있다. 어린 감잎에는 비타민 C가 많이 함유되어 있어서 감기예방 및 당뇨, 고혈압 등의 성인병에 효과가 있다.

이러한 과일들은 바로 경남의 주된 특산물들이다. 창원, 김해, 진주, 사천, 창녕, 밀양 등 단감 재배에 최적의 기상조건을 갖춘 경남은 우리나라의 최대 단감 주산지이자 최대 수출지역이다. 지리산 둘레길이 시작되는 산청지역은 자연환경이 깨끗하고 낮과 밤의 기온차가 커서 재배된 배의 당도와 색상이 좋고 과즙이 풍부해 서울 등 대도시 소비자에게 인기가 높다. 최근 건강에 관한 관심이 매우 높아지면서 과일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기존의 벼농사에 비해서 단위 면적당 수익률이 훨씬 높은 단감, 사과, 배, 딸기, 수박, 포도 등의 과수농업은 경남의 많은 농가들의 효자종목인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과수농사에는 무척이나 손이 많이 간다. 수확이 끝나면 가지치기를 하고, 순이 나오면 가지를 묶어주고, 송이가 나오면 너무 늘어지지 않게 다듬고, 알이 생기면 솎아주고, 필요 없는 잎을 떼내야 한다. 인공수정, 꽃눈 따기, 접과, 종이봉지 씌우기, 물 살포 등도 시기에 맞춰 꼼꼼히 해주어야 한다. 이렇게 일년 내내 분주하고 힘이 많이 들어가는 과수농사의 대부분을 고령층의 농민들이 담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다보니 많은 과수농업인들이 어깨질환, 관절염, 통증, 신경통증 등 다양한 상지 근골격계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각종 직업성 질환과 과수농업과의 인과관계가 구체적으로 밝혀지면 ‘농어민안전재해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관련 근거자료의 부족으로 과수농업인들이 제대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매우 반가운 소식이 있다. 지난해 경상대학교병원에 ‘경남농업안전보건센터’가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다. 2013년부터 3년간 총 18억원의 예산으로 경남지역의 과수농업인들의 직업관련 질환의 실태조사 및 예방사업을 진행하고있다. 사업기간동안 매해 500~1000명을 대상으로 MRI 및 신경전도검사까지 포함하는 최첨단 장비를 이용하여 정확한 진단을 시행할 예정이다. 다양한 설문조사와 전문의에 의한 정확한 이학적 검사가 실시되는 것은 물론이다. 1차로 3년간의 활동을 통해서 주요 과수작목 농업인들의 상지 근골격계 질환의 유병률, 이환실태, 원인, 위험인자 조사 및 분석, 예방대책 마련, 발생률 및 중증도 개선, 상지 근골격계 질환 원내/통합연계 감시체계 구축, 각종 홍보 및 교육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서 과수농업인 상지근골격계 질환 등 직업성 질환의 발생, 중증도 감소, 장애 발현의 감소, 과수농업인 상지근골격계 질환관련 대국민 인식개선 및 관련 기관, 단체의 인식 확산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농어민안전재해보험’의 근거자료를 충분히 갖추어서 과수농업인들이 제대로 혜택을 받도록 하고 있다.

농업안전보건센터는 경남이외에도 경기, 충북, 강원, 전남 등 전국 총 5개의 센터가 동시에 활동에 들어가서 각각 비닐하우스, 농민 호흡기 질환, 허리질환, 무릎질환, 그리고 경남의 상지근골격계질환 등으로 특화하여 사업을 벌이게 된다. 향후 ‘경남농업안전보건센터’는 각 지역 센터들의 사업성과를 공유하여 경남지역 농업인들의 모든 직업성 질환을 예방하는 단체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오늘도 경남 곳곳에서 나이드신 어르신들이 과수농사를 하시느라 땀을 흘리고 계신다. 뿐만 아니라, 최근 자녀들이 고향에 내려와 부모들의 농사를 이어받는 후계농 및 도시생활을 접고 시골에서 새 삶을 시작하는 귀농인들이 늘고 있다. 경상대학교병원 안에 위치하는 경남농업안전보건센터와 관절염센터는 가까운 곳에서 이들의 건강한 관절을 책임지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경상대병원 류마티스내과·경남농업안전보건센터장

자굴산 자락 고종시수확 한창 2
2 의령 자굴산 자락 고종시 수확
IR이상일
이상일 경상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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