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소한 추위 알고보면 착한 추위
매서운 소한 추위 알고보면 착한 추위
  • 경남일보
  • 승인 2014.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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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사꾼의 귀농일지> 매실묘목 심기
봄날 같이 포근했던 소한을 보내면서 이상 기온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소한추위는 꾸어다가도 한다’는 속담처럼 해가 바뀌는 정초가 되면 혹독한 추위가 찾아오곤 했다. 올해는 예년과 다르게 소한을 전후하여 한 열흘 봄처럼 따뜻한 날씨가 이어졌다. 일상생활에는 포근한 기온이 도움이 되겠지만 자연의 섭리를 따르지 않는 날씨가 오히려 두렵다. 농사도 이상기온이 계속되면 병해충이 극성을 부리는 경우가 잦아 풍년을 기대할 수 없다고 한다. 다행이 주 중에 매서운 한파가 한차례 찾아와 소한추위의 체면을 살려 주었다. 기상청의 장기예보는 찬 대륙성고기압의 영향을 자주 받아 춥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질 것이라고 한다.

한 겨울 매서운 한파가 찾아오면 하는 일을 잠시 멈추고 다른 볼일을 보는 경우가 많다. 읍·면·동사무소를 찾아 각종 보조금을 알아보고 농협에서는 올해 사용할 면세유 배정내역을 확인하고 농자재를 신청하기도 한다.

마을에서는 이런 추운 날을 택해 각종 회의가 열린다. 우리 마을에서도 작목반과 마을회의를 한꺼번에 갖고 상포계도 따로 열렸다. 특히 상포계는 거의 백년을 이어 온 조직으로 따로 마련한 회칙도 없지만 상부상조정신과 기록만으로 그동안의 역사가 온전히 전해지고 있다. 올해도 전통대로 적립한 기금을 필요한 사람이 나누고, 금리를 결정하고, 소임을 정해진 순서대로 다음으로 넘기고 준비한 음식을 나누는 것으로 회의는 끝났다. 상례문화가 바뀌어 예전처럼 상포계원들의 역할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시대가 변해도 마을주민을 결집하는 정신으로 남아있다.

올해 심을 매실묘목 준비를 위하여 여러 사람이 지난해부터 노력을 해왔다. 묘목을 생산하는 농가에 선금을 주고 우리가 원하는 품종의 접순까지 구해 전달했다. 그런대 갑자기 묘목을 공급해줄 농가에서 주문한 수량이 모자란다고 전해왔다. 대부분의 회원들은 다음 달이면 심을 수 있도록 과수원을 정비하고 구덩이를 파 거름까지 넣어 둔 상태여서 큰일이 아닐 수 없었다.

매실묘목을 시중에서 구입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런데 시중에서 구입한 품종은 믿을 수 없어 늘 피해를 입어왔다. 한 번 심은 매실은 품종을 확인까지 적어도 2~3년은 걸린다. 원하는 품종이 아닐 경우 다시 심어 수확하기까지는 적어도 5년을 기다려야 한다. 묘목을 사는 값과 심고 가꾸는데 지출하는 비용도 만만찮을 뿐만 아니라 수확을 못해 잃는 기회비용까지 따지면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그래서 그동안의 경험에 비추어 확실한 묘목을 주문하여 생산하고 사용하려고 했던 것이다.

여러 번의 회의 끝에 가능하면 대목을 구입하여 직접 접을 해 사용하기로 했다. 지금 대목을 확보하여 재배할 곳에 심었다가 3월 날이 풀려 접을 하게 되면 묘목을 심었을 경우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한다. 대목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다행이 대목을 재배하고 있는 농가가 있어 서둘러 공급해 줄 것을 부탁했다.

추위가 누그러진 날 대목을 가져가라는 연락이 왔다. 나무는 보관했다가 심으면 활착률이 떨어진다고 한다. 가능하면 뽑은 그날 심는 것이 가장 좋고 늦어도 2~3일내에 서둘러 심어야 한다고 했다.

우선 대목 300주를 가져왔다. 지난 며칠 추위에 언 땅이 녹지 않아 얼지 않는 양지쪽을 찾아 심기로 했다. 나무 심을 곳에는 지난 10월초 굴삭기를 이용하여 구덩이를 파고 퇴비를 넣어 두었다. 오늘은 그냥 심었다가 시간이 나는 대로 줄기를 잘라 마르지 않도록 흙으로 덮어 접을 할 때까지 두기로 했다.

흙을 파니 삽이 쉽게 들어갔다. 굴삭기로 흙을 파 뒤집어 두었기 때문이다. 한 뼘 깊이로 나무를 심고 흙을 덮어 발로 밟아 다졌다. 지난 주 내린 비가 마르지 않아 흙이 수분을 적당히 머금고 있어 나무심기에 아주 좋았다. 삽으로 구덩이를 파고 아내가 나무를 심으면 흙을 덮어 밟는 순서로 심어 나갔다. 작업 속도가 생각보다 빨라 오후에 시작한 작업을 어둡기 전에 마칠 수 있었다.

다음날 심은 나무를 다시 찾아 줄기를 뿌리에서 15cm 정도 남기고 전정가위로 잘랐다. 자른 부위는 추위에 얼거나 마르지 않도록 주변에 있는 흙을 모아 줄기가 밖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덮었다. 흙에 묻힌 나무는 두 달 후 날씨가 풀리고 뿌리가 물을 빨아올리기 시작할 때 걷어내어 접을 붙이면 새로운 생장을 시작할 것이다.

/정찬효 시민기자

매실묘목심기
초보농사꾼 부부가 매실 묘목을 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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