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식 (곤양고등학교 교사)
우리 헌법 제19조는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돼 있다. 그 양심이란 매우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양심을 사회적 관점에서 해석해보면 세계관, 인생관, 이념, 신조 등으로 풀이되는데 따라서 양심의 자유란 열거한 이런 가치의 자유를 뜻한다. ‘이념’의 자유에 대한 문제가 21세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진행형이면서 동시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남북 분단이라는 악재가 크게 작용하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고교 사회과 교사인 필자는 학교에서 양심의 자유를 가르치고 거기에 가장 중핵적 개념 중의 하나인 ‘이념’을 이야기할 때 새의 날개를 인용한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라는 책 제목을 인용했지만 개인적으로도 학생들이 ‘균형’ 있는 시각을 가지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바라는 마음이 크다. 그런데 이 ‘균형’이라는 말이 오히려 ‘진실’과 ‘실체’를 덮는 단어로 오용되는 최근의 현상을 보면서 이제는 ‘균형’이라는 단어사용에도 고민이 생긴다.
해방 이후 남북 분단의 상황에서 ‘이념’에 대한 논의는 언제나 금기의 명제였고, 그런 분위기에서 이뤄진 ‘이념’교육은 당연히 일방적이었다. 즉 다른 ‘이념’은 적(敵)이요, 공격의 대상이었다. 그러한 일방적 교육의 영향이 지금의 기성세대가 극단적 대립의 양상이 띠게 되는데 일정부분 역할도 없지 않다. 따라서 지금 자라나고 있는 아이들에게 기존의 방식대로 ‘이념’을 교육한다면 앞으로의 우리 사회도 여전히 대립과 갈등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이러한 이념교육, 즉 양심의 문제에 대한 교육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정치적 권력을 장악한 이들이 그들의 필요에 맞게 이것을 재편하는 것이다. 재편된 내용을 학교에서 교육해야 한다면 그것은 바로 정치권력을 유지하고 수호하기 위한 수단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경험을 이미 했고,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교과서 채택논란의 이면에도 이런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양심에 대한 교육은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진정한 의미의 ‘균형’이 이뤄지고, 그런 자유로운 분위기가 조성되는 사회가 되면 자연스럽게 극단적 ‘이념’ 편향은 사라지고 상호존중의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준식 (곤양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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