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장의 해에 부쳐
경장의 해에 부쳐
  • 경남일보
  • 승인 2014.0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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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영산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2014년의 육갑인 갑오년은 여느 해와는 달리 매우 친숙하게 다가왔다. 아마 갑오경장이라는 역사는 사건에 연유한 것 같다. 갑오경장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만큼이나 민감할 수도 있지만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갑오년의 경장(更張)이다. 경장은 정치적·사회적으로 묵은 제도를 개혁하여 새롭게 하는 것이라고 사전은 정의하고 있다.

어느 정부이건 간에 그 시작은 개혁을 표방한다. 2013년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를 표방하면서 소위 ‘정부3.0’이라는 새로운 정부 운영 패러다임을 제시하였다. 즉 공공정보를 적극적으로 개방하고 공유하면서 부처 간의 칸막이를 없애 소통하고 협력함으로써 국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동시에 일자리 창출과 창조경제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지는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정부도 대대적으로 그 정책을 홍보하고 있으나 새 정부 출범 채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 극 오과를 논하는 것이 시기상조일 수도 있으나 국민이 느끼는 체감도는 아주 미흡하다. 중앙정부는 투명한 정부, 유능한 정부, 서비스 정부를 표방했고, 이에 따라서 경상남도는 소통하는 투명한 도정, 일 잘하는 유능한 도정, 도민 중심의 서비스 도정을 표방했으나 이에 대한 국민과 도민의 평가는 과연 몇 점이나 될까.

중앙정부의 사례로는 지난 연말 사상 유례없는 장기 철도파업에 이어 갑오년 벽두에 의사들이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경남도의 경우도 진주의료원 사태에 이어 밀양 송전탑 사태는 이제 세인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가고 있지만 이러한 중앙정부나 경남도의 현실이 소통이 중시되는 디지털시대에 걸맞은 국태민안(國泰民安)의 정책이었는가를 생각해보면 지극히 회의적이다. 착하고 성실한 국민들은 정부가 모든 면에서 좋은 정책으로 국민경제를 이끌어 주기를 원하고 모든 정치인들이 그리 하겠노라고 외치고 있지만, 현실은 언제나 정부의 정책은 급변하는 사회변화와 국민 요구를 따라오기에 숨이 가쁘다.

정부정책이 사회변화를 따르지 못했던 실례는 김영삼 정부 초기에 삼성 이건희 회장의 우리 ‘국민은 일류, 기업은 이류, 정치는 삼류’라는 발언에서 극명하게 보았다. 이 발언으로 곤욕을 치렀던 이건희 회장은 이 발언의 여파로 인한 정권과의 불편한 관계에도 불구하고 ‘마누라와 자식 외에는 다 바꾸라’라고 주창하면서 소위 신경영을 추진해 오늘의 성과를 이뤄 냈다. 이 같은 결과는 다가오는 위기를 절감한 리더의 혜안과 결단의 리더십과 이를 믿고 따른 조직 구성원들의 팔로우십(followship), 그리고 이를 지지하는 사회 구성원들의 공감이 아우르진 결과물이다. 이러한 이건희 회장과 같은 결단과 그 결단을 추진하는 조직력과 사회적 공감대는 이 정부가 주창하는 창조경제, 민생안정을 위해 절실해 보인다. 이뿐만 아니라 이 시대가 어디로 향하는지에 대한 진단 또한 병행돼야 한다.

새해 벽두에 읽은 네덜란드의 신세대 미래학자 피터 한센의 ‘뉴 노멀’에서 저자는 ‘디지털시대로 규정된 현대라는 유리잔은 아직 절반밖에 차지 않았다’면서 다가올 혁명은 너무나 압도적일 것이라 예견하였다. 그는 다가올 시대를 위한 새로운 표준을 제시했는데 디지털이 공기처럼 편안한 새로 등장할 디지털 원주민들의 세상에서는 고객접촉(contact)이 왕이고 소비자는 신(神)이 될 것이라며 캐나다의 전설적인 아이스 하키선수의 말을 인용하였다. ‘훌륭한 하키 선수는 퍽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지만 위대한 하키 선수는 퍽이 향하는 곳으로 달려간다.’

올해 상반기는 온 나라가 또 한 번 선거로 요동칠 것이다. 많은 잠룡들이 등용을 시도할 것이고, 시정의 필부필부(匹夫匹婦)들은 난세 영웅의 등장을 기대할 것이다. 누구나 창조를 이야기하고 민생안정과 소통을 이야기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화두는 빈약하기 그지없는 이 시대에 쾌도난마의 걸출한 영웅의 등장을 기대하는 것은 일장춘몽일까. 다시 찾아온 경장(更張)의 해, 진정한 경장의 2014년을 기대해 본다.

 

이상훈 (영산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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